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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 이야기

bong54042008.11.09 11:28조회 수 1381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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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1. 8 토요일 수리산 임도에 올라 수리사에서 에덴기도원 쪽으로의 코스에서 중간쯤 평지에 자전거를 끌고 가는 분이 보였습니다.

요즘 단풍의 막바지이고 피톤치드까지 그윽한 풍광에 취해 천천히 자전거를 끌바 하며 나름대로 늦가을을 만끽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서서 본즉 뒤에 바퀴가 바람이 쭉~ 빠진 펑크 상태의 끌바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편의상 손님과 나로 구분 대화록)

나: 펑크인거 같네요?

손님: “예! 펑크가 나 끌고 갑니다.” (경상도 억양 40대 중반정도)

나: “어디서 오셨는데요?”

손님: “예..  서울서 왔습니다.”

나: “허!  지금이 15시 30분경이니 귀가하려면 컴컴해지겠군요.”  

(잠시 생각해보고)

나: “가까운 곳에 거주한다면 모른척하고 가겠지만 서울이라니 내가 펑크수리를 해드려야 겠군요.”
손님: “어휴~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나: “저기 평평한 곳으로 가서 고쳐봅시다”

마침, 동료인 듯 한 앞서 가던 분이 자전거를 타고 되돌려 돌아 오자 “ 이분이 펑크를 때워주신다는데”  하며 구세주를 만난듯 두사람은 안정을 되찾고 있는 분위기 였습니다.

나: “그런데 이렇게 장거리를 나오시면서 응급킷트 하나 안가지고 다니는 거요?”

손님: “오늘 얼떨결에 일행들을 따라와서 안가져 왔습니다.”

나: “그래요?” (당초부터 펑크수리는 전혀 해보지 않은 분들임이 후에 알게 되었음)

먼저 자전거의 뒷바퀴를 빼어 타이어를 분리하고 튜브를 빼 펑크부분을 찾았지만 일명 실빵구라는 것으로 아주 애를 먹었고 가까스로 찾아 내어 튜브 고무면을 샌드페퍼에 갈면서..

나: “하하~ 이거 자전거샾에 가면 펑크수리비로 5천원이지만 돈으로 환산하면 이런 산중엔 아마 3만원이라도 얼른 낼꺼요.”

손님: “흐흐~  부르는게 값이군요~”

나: “낄낄~ 그렇지요~ 이곳산길에서 가까운 자전거 샾이 산본에 있으니 끌~끌~ ^---^ ”

이윽고, 패치(본인은 한번도 써보지 못하고 타인 펑크만 2번째 수리)를 꺼내 튜브에 붙여 타이어에 집어넣던 중,  손님의 일행이 반대편에서 내려달려오는 라이더를 보고 “와! 잘타네~ 신나게 내려오는데..  하며 ” 아니, 저 사람도 빵구 났잖아!  빵구난 자전거를 저렇게 타고 내려오니 튜브 벌창 났겠군..“    조금 후 라이더가 우리들의 앞에 내려 자신의 펑크난 자전거를 들여 보더니..  

라이더: “저위 팔각정에서 여자분을 포함한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던데요.  빨리 오라구요. 그리구  펌프좀 빌려 주실수 있겠어요? 바람을 집어넣고 빠지기 전에 빨리 가면 괜찮을 것 같은데..“

나: "빌려는 드리죠..  쓰세요.." (건네 주었음)

손님과 손님일행: “저분은 돌덩이 길에서 내리굴러서 아마 튜브가 많이 씹혔을 것 같은데?"

나: "자~! 이제.. 다 됐으니 바람을 넣고 끼우면 끝납니다."

손님: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바람은 제가 넣겠습니다."

라이더: “바람이 이상하게 들어가지 않는데? 펌프가 잘못 된건지 밸브가 막힌 건지..”(펌프를 다시 건네줌)

나: “아니.. 괜찮아요 내가 다 넣을께요.”(펌프가 미니모르프로 손님과 손님일행이 작동할 시는 펑크수리경력이 전무한 분들인 것 같기에 펌프를 고장 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 “자~! 이제 다 됐으니~ 바퀴를 끼우고 봅시다!( 조립후 손님에게 인계)

손님: “잘됐군요. 이제 끌바 안하고 타고가게 되어서 고맙습니다.”

이때, 옆에 있던 라이더가 펑크 난 자전거를 들고 저만큼~ 떠나는 것이 보였다. 자전거를 꽤나 아끼는 그런 성품 인격인 듯, 그렇지 않다면 비포장 언덕길 임도에서 자전거가 다칠까봐 들러 메고 떠나는 모습이... 왜? 그렇게 마음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나: 허참! 자전거가 태우고 오더니 펑크가 나니 사람이 자전거를 태우고 가는 격이라니..

손님: 허허 그러게요..

나: “아~! 이것봐요~!  그 자전거 이리 갖고 오슈 수리해 드릴테니..”

라이더: “아! 예” (멈칫, 멈칫 하더니  가던 길을 돌려 이쪽으로 자전거를 들고 온다)

손님: “저분까지 고쳐주시고 가게 됐군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수고 하세요~”(간단목례만)

나: 아! 예! 안녕히 가세요~( 대개 이런 상황이면 떠날 때 쯤 허리가 90도가 굽혀지며 정말~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손을 굳세게 잡으며 감동했다라는 표정을 남기며 떠나는 게 일반적 관행인데, 이 경상도 손님은 지역적 기질이 있는지 형식적인 감사용어만 남기고 떠나서 약간은 서운한 생각도 들기도 했다)

라이더: 펌프가 잘 안 되네요.

나: “ 어디, 뜯어봅시다. 그런데 어디서 오셨는데요?”

라이더: “요 밑에 산본에 살아요..  이런 일(펑크)은 없었는데.. 오늘 재수 없네요..”

나: “자! 이것 보세요~ 뜯어보니 튜브가 돌뎅이에 다쳐 2군데나 쭉쭉 찢어져있으니 바람을 넣어봤자 밑 빠진 독 물붓기죠”

라이더: “그렇군요. 패치 좀 주실 수 있겠어요?

나: “이건 패치만으로는 때울 수 없는 대 펑크니까 아예 튜브를 갈아야 겠수.. 끌~  스페어 튜브는 있어요?”

라이더: “없는데요..”

나: 어휴~ 그럼 내가 가지고 있는 스페어 튜브를 빌려 드릴테니 나중에 이산에서 라이딩하다 만나면 그때, 튜브를 주세요 (성명까지는 알필요 없구)

라이더: “패치만 주시면 되는데.. ”

나: “글쎄~ 내가가진 패치중에 그런 펑크의 규모를 때울 수 있는 규격은 없군요..”(6~8밀리 2군데 정도) “내가 튜브를 빌려 드릴테니 나중에 보면 주세요.”

산본에 사신다는 라이더의 주장을 뒤로하고 스페어 튜브를 꺼내려 풀어놓은 배낭을 들여다 본 순간 그곳에 초록색의 신권3장이 들어있었다.

나: “어랍쇼?  웬 3만원?  가만있자 그러고 보니 그 손님이 너무 당당하게 떠나더니 수고비로 3만원을 놓고 가셨네..  헛~ 참~”(황당했음)

그때, 마침 지나던 등산객3명이 길을 멈추며

등산객: 어유~ 이런 곳에서 빵구 나도 때워주는 사람있어요?

나: 아~네~!  출장수리를 가끔 해줍니다. 방금 다른 손님이 3만원을 알아서 내고 가셨네요.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외상으로도 수리해 줍니다.(여기서 장난의 농담끼가 발동함)

여기 이분(라이더)은 외상으로 해주는 겁니다. ^^

등산객: 흐~ 그것, 건수만 많으면 괜찮겟네요.

나: 아! 그럼요 요즈음 신종업종으로 창업해도 좋습니다. (1588-8989빵구빵구 로 호출하면 즉시 달려간다고 구라를 좀 치고 싶기도 했다.)

등산객들이 저 멀리 떠나간 후..

라이더: “ 전, 돈을 가지고 온게 없는데요..”

나: “허 그 손님도 내가 농담한번 한 걸 가지고 이렇게 사례비를 남기고 떠나다니...걱정 마쇼! 내가 뭐~ 돈 받을려구 튜브를 드린 건 아니니까!”

라이더의 튜브를 갈아 끼워준 직후 언제라도 만나게 되면 튜브를 달라고 하고 본의 아니게 고가의 유료봉사를 하게 된 손님을 찾아 잽싸게 페달을 굴려 내달렸지만 시간이 흐른 관계로 사라진 그분들을 찾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이 글 펑크 이야기를 쓴 이유는 다들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절대 돈을 받을 의도는 추호도 없었습니다. 속히 돈을 돌려 드려야 마음이 편하겠다는 의지로 이글을 올립니다.

당시, 라이딩을 같이 하셨던 일행이라도 이글을 보시면 연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전화: 018-240-7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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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 흐흐...
    블루오션의 세계가 보이는데요?
    이 참에 그 길로 한 번 나가보심이^^
    좋은 일 하셨습니다.
    박수를 드립니다. 짝짝짝!!!
  • 출장 공임을 받으셨군요^^
    성의를 생각해서 걍 막걸리 한잔 드시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그분 입장에서는 천사를 만나셨다 생각 하실겁니다.
    산에서 펑크났을때 당황스러움이란...더우기 수리킷도 없다면요.
    좋은일 하셨습니다.
  • 좋은일 하셔서 ...
    나중에 복많이 받으실겁니다.
  • 님의 풍성한 마음에 사람사는 냄새가 나서 좋습니다...쌩유~~
  • 공임이 좀 쎈데요^^

    좋은 일 하셔서 즐거우시겠습니다.
  • 훗.. 너무 진지하게 얘기하셔서~ 진짜 3만원 달란줄 아셨나봐요~

    ㅋ~ 그래두~ 흠... 암튼.. 따듯한 이야기네요..

    얘전에.. 철티비 시절.. 프레스타 튜브~ 분명.. 케이블타이로 안장에 묶어 놓은게 보이는데도..

    돈주고 제가 사겠데도.. 안맞는다면서 내빼던 라이더를 본일이 있습니다.. 픕...

    진짜 안맞으면 몰라도.. 픕... 너무 야속하더군요.. ^.^...


    산에서의 인심이란.. 사실. 어찌보면 위급한 순간에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과도 같지요..

    그렇기에.. 돈에 억매이지 않고.. 일단.. 살리고 보는 것이겠지요.. ㅋ~

    (물론 가끔 살려준 이후에~ 청구되는~ 차지에~ 몸살을 알아보기도 했지만서도 ㅋㅋㅋ

    그래도 일단 살고 보자는 강한~ 느낌이 ~ 드는 순간일겁니다..)
  • 암튼.. 두사람의 생명을 구한 정성에 찬사를 보내드립니다..

    ^.^
  • 저도 자전거 좀 고칠줄 아는데 조수로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번호는 1588-8982(빵구빨리)ㅋㅋㅋ
  • 튜브나 패치 가격보다도.....도와주는 정성이 값으로 따질수없죠
    좋은일 하셨네요
  • 몇 년전 부산에 있을때 일 입니다. 백양산 정상 못 미쳐서 뒷바꾸가 빵꾸가 나서 여분의 튜브를 꺼내어 뻠쁘질을 하는데 아뿔사 뻠쁘가 고장나서 바람이 안들어 가는 겁니다. 샾사장님께 전화를 했더니 봉고차를 타고 산 밑으로 오시겠다고 하시더군요.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그래도 족히 15~20분은 운전하셔야 하는데 직접 오셔서 잔차를 가지고 샾에 가서 빵꾸를 떼운 기억이 나네요.

    그 샾 주인장이 바로 "부산 거제리 부산엠티비" 이십니다.
    요즘 사장님 장사 어렵다고 간접적으로 들었는데 사장님하고 참 좋은 추억 많이 있었던 것 같군요.^^
  • ㅠ_ㅜ 펑크 귀신이 첨 붙은날 bong5404 님을 만났어야 됬었는데....
    처음 귀신 붙은날 2시간동안 밤에 끌고 걸어온걸 생각하면......ㅠ.ㅜ
    그 다음날 바로 펑크패치 및 펌프 사서 다행이었죠....

    최근 떨어져나간 귀신 때문에 1시간 이상 라이딩시 꼭 1번은 펑크가 났었다는.....ㅠ.ㅜ
    한 보름쯤 귀신한테 당하니까 귀신도 이젠 재미 없어졌는지, 이젠 펑크가 안나네요 ㅎㅎ
  • 좋은일 하셨네요^^ 저같은 경우였다면 3만원도 아깝지 않았을겁니다. 전 항상 안장가방에는 튜브두개랑 펌프야 달려있지만. 올해 왕방산 대회때 펑크난 분한테 펌프랑 튜브를 드렸는데 대회 끝나고 펌프만 챙겨달라 했는데 돌려받지 못해서 속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돈으로 따지면야 뭐 펌프는 몇년을 요긴하게 쓴데다 튜브도 뭐 펑크수리를 두어번 했던거라 얼마 안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아끼는 물건인데 돌려받지 못한데 대한 속상함은 말로 표현할수 없더군요.
  • 그분이 얼마나 당황했을 상황인지 짐작이 가네요.
    그런 때 도와주셨으니 오죽 고마웠겠습니까?
    좋은 일 하셨으니 나중에 복받으실 겁니다.
  • 좋은일 하셨습니다. 산속에서 이런 경우나 자전거의 고장인 경우 난감 하지요. 이때 도와줄 분이 나타나는것은 구세주와 같을 겁니다.
    하지만 라이더들 중에는 배낭을 안매고 다닌다거나 귀찮고 무겁다는 이유로 수리도구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장 필수적인 수리의 도구인데도 불구하고 남의 손을 빌린다는것은 좀 생각해 봐야할 일 입니다. 저도 가끔식 펑크를 때워 주거나 바람을 넣주곤 하지만 좀 안타깝기도 하고.............. 라이더분들, 펑크 수리도구는 라이딩의 기본 입니다. 꼭 가지고 다닙시다.^^
    수리해 드리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 라이더분들, 펑크 수리도구는 라이딩의 기본 입니다. 꼭 가지고 다닙시다.^^


    동감입니다. 저도 꽤나 걸어본 경험이 있어서리...ㅋㅋㅋ 예비튜브로 바꾸기 전에 펑크난 부분 타이어 내부 체크는 기본입니다.

    아무튼 때워드리느라 수고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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