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장 끝!!!!!"

풀민이2008.11.19 20:02조회 수 725댓글 8

    • 글자 크기


저에게는....
수년 전 돌아가신 제일 큰 형님과....
수년 후면..칠순이 다 되어가는 큰누님....
그리고....이미 중년기를 훌쩍 지나...정년이 얼마 안남은 작은 누님...
이렇게 형제 자매가 있습니다....

제가 태어나던 시절의 마흔둥이는..사실...창피하다고....만류하던 시절이었고...
그 창피(??)를 무릅쓰고 어머니가 저를 세상에 굴러 떨어지게(??) 하셨지요...쩝!!!

.......................................................

제 마눌님은.....미맹에 가까운 음식솜씨를 가졌습니다....
정말..라면 하나 국물의 양이나...짜고 싱거움도 못맞춥니다...
아니..라면의 면삶는 것 조차 서툽니다....
라면 봉지 뒤에 쓰여져 있는...용법 그대로 해보아도....
정말 신기하게..매번 맛이 다릅니다...다만....맛없는 것은 똑같습니다만..

그러니....어머니가 87세에 돌아가실 때까지 주방에서 요리를 하실 수 밖에
없었습니다....그러다 보니...생전...김치한번 담가 볼일도 없었지요....

아마 이쯤하면...(??) 어느 재벌 댁 며느리보다도 호강(??)하고 살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야말로..손끝에 물한방울 제대로 안묻히고 살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헌데.....

.........................................

수년 전..어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오랜 병석이셨기에....
그 뒷수발을 하는 마눌님의 헌신은...제가 봐도 지극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친딸들도 그렇게 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는..두 누님들도 인정하시는 바입니다....

근데..문제는..나머지 식구..저와 두아들들....
정말 매끼가 고역입니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 ...

아침...우유는 항상 냉장고에...식빵..그리고 쨈이나 감자 으깬 것...을 놔두면....
각자(??) 알아서...발라서 먹습니다....

점심...아이들은 학교 배식으로..저는...매식이나...아님 직접 요리(???)로 떼움...
마눌님 직원식당에서 해결....

저녁....마눌님이...찌개나 국을 끓여 놓습니다만...늘 2/3 냄비는 남습니다....
아무리 작은 그릇에 만들어 놓아도...남는 것은 비슷합니다....

이러기를 수년..김치는 울집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반찬입니다...

............................................

그래도 명색이(??)한국인인데....김치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어쩌다가....배추 한포기 사들고 와서는....마치 채 썰듯이...썰어 놓고...
큰 그릇에 소금물로 풀 좀 죽인 후....고춧가루 버무린 무생채로..대강 무쳐서....
김치 대용으로 해 먹습니다만....김치에서는 풀냄새가..솔~~솔....

손님용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누님댁이나...처가집에서....김치 동냥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었습니다....
전..김치 안에 젓갈류가 들어 간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다른 집에서 만든 것이나
판매하는 김치는 냄새가 싫어 아예 안먹습니다..

.................................

지난 달.....큰 매형이 편찮으시다기에....(연세가 이제 칠순이 다 되어가지요..)
혼자..문안 차 갔다가..큰 누님과 대화중....반찬 타박으로 마눌님 흉좀 보았지요.....
헌데...누님에게 욕만 먹었지요...
"넌..네 마누라 덕에 이만큼이라도 사는 것이야!!!"
"너 그러면 죄받는다...네 처 만큼 하는 여자가 어딨냐???" 는..둥둥.......

결국은 김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김장김치 먹고픈데....김치다운 김치 먹어 본것이 도대체 언제적인지도 모르겠네요..
사 먹는 것은 죽어도 싫고....."
"그래?? 그럼 이번에 우리집 김장 할때..너네껏 좀 해서 줄께....."

.....................................................

어제 연락이 왔습니다...
"너의 김장 담가놨다. 가져가거라...."
큰누님댁이 용인인지라.....낮에 한가할 때를 골라 후딱 갔었습니다....

"????????????"

김장김치를 비닐봉투로 나누어 담아 놨는데.....열댓개 정도가 되어 보였습니다...
"누나!! 이게 뭐야????"
(작은 누님에게는 존대말..큰누님에게는 반말??? 좀 이상합니다만..
워낙 어렸을 때부터 큰누나하고 같이 살다 보니....)

"이번에 앞 텃밭에 심어놓은 배추가 잘되어 수확이 많더라고....
그래서..하는김에...좀 많이 했다..."

족히..20포기는 되어 보였습니다....

드렁크에 실으면서....전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젠~~장..결국 김치 냉장고를 사 주어야 하는구먼...."

사실..그동안 김치를 안 먹었기에......김치 냉장고가 필요가 없어서
구입하지도 않았는데...
이 많은 김치를 아파트에서 보관하려면..결국 김치 냉장고 밖에 방법이 없겠지요....

입이 댓발만하게 나오는 제 모습을 보고..누님 왈!!!
"그럼..내가 김치 냉장고 살 돈까지 주랴????"
"아따!!! 됐소!!! 암튼 잘 먹을께!!!..누구만 살판 났구먼...쩝!!!"

할수없이 올라오면서....적당한 것(??) 하나 골라서 김치 냉장고를 구입하여
배송시켰습니다....다행히..저녁까지 집에 가져올 수 있다고 하길래.....
(제가 예전에 인터넷 쇼핑몰을 하였었기에 거래하던 거래처가 있어서....
우선적으로 가져다 달라고 했습니다.)

좀 전에...퇴근해서 돌아 온 마눌님....
마침 도착한 김치 냉장고에 김치를 나누어 보관하면서 하는 소리....

"김장 끝!!!!"
(젠장...배보다 배꼽이 큽니다..그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8
  • 저는 ..또.....글을 읽어가며.....
    반전이 된.......행수님께서 김장이 아닌 김치를 담으셨다는 감동+뭉크리한(뭉클한) 소식인줄 알았뜨만....아닌거쥬~?....>.<::푸~헐~===33=====33=======333==========
  • 호홍 복도 많으심니다 ^^*
  • 솜씨없는 마눌님한테
    밥 못얻어 먹는 것은
    뽑기 잘못한
    풀민님 탓이지만

    아 글쎄
    애들은 뭔 죄가 있다고
    그 어리고 불쌍한 것들이... 흑흑... 큭큭큭.... 키득키득............................
  • 저는 솜씨 좋은 처형들 덕을 봅니다.
    7남매의 막내인 아내인지라
    이래 저래 모으면 30포기는 가웃하지요.
    묵은 김치 꺼내서 먹으면 참 맛있는데
    희안한게 묵은게 맛있는 처형도 있고, 생것이 맛있는 처형도 있고
    중간맛이 맛있는 처형도 있더군요.
    그래도 묵은게 맛있는 처형이 제일 좋습니다.^^
  • 저는 집에 김치 냉장고가 있습니다만...

    제가 풀민님이라면...(음 안되겠군 도심이라...) 울 동네는 촌동네라... 저라면 뒷산 버려진 밭터나 땅 속에 파뭍어 놓고 꺼내 먹겠습니다. ㅋㅋㅋ

    다행히도 제 아내는 음식솜씨가 좀 있는 편입니다.
    김장은 거의 안하고 주로 얻어다 먹는 편인데...(처가, 본가, 이모님댁 등등) 끌어 모으면 한 서른포기는 족히 얻습니다. 1년 묵은 김치도 있었습니다.
  • 저희는 이번주 일욜 김장하는데 작년 김장이 모잘라 이번에는 배추값도 싸고해서 많이 한답니다.
    김장하고나서 청소하는게 일인데 그래도 겨우내내 먹거리 하나 줄려면 열심히 도와야죠.

    결혼해서 7년정도는 김장안하고 장모님한테 얻어먹거나 장모님이 오셔서 해주셨는데 몇해전부터 맛없어도 자기가 한다고 하는데 해마다 맛이 좋아지는 편입니다.
    아들녀석이나 제 아내는 김치 없음 밥 못먹습니다...전 김치 사실 잘안먹는 편입니다.
    그래도 김장하고 준비한 수육에 싸먹는 저녁이 제일 맛있습니다...^^;
  • 엄니 도와서 태어나서 처음 김장 담가봤는데 대충 흐름을 알것 같더군요.
    재밌던데요. 옆에서 보조역할만 했지만....재료만 준비해주면 혼자서도 할 수 있을것같음.
  • 항상 누나들이란 존재는....언덕이 되는것 같습니다. 저도 저를 귀하게 대해주시던 어머님이 돌아가신뒤로는 큰 누나가 어머니가 다 못주신 사랑을 주고 있습니다. 항상 저 때문에 큰 매형이 질투를 하죠...^^ 아무리 질투를 해도 제 자리를 넘볼수 없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105
188103 raydream 2004.06.07 389
188102 treky 2004.06.07 362
188101 ........ 2000.11.09 175
188100 ........ 2001.05.02 188
188099 ........ 2001.05.03 216
188098 silra0820 2005.08.18 1474
188097 ........ 2000.01.19 210
188096 ........ 2001.05.15 264
188095 ........ 2000.08.29 271
188094 treky 2004.06.08 264
188093 ........ 2001.04.30 236
188092 ........ 2001.05.01 232
188091 12 silra0820 2006.02.20 1565
188090 ........ 2001.05.01 193
188089 ........ 2001.03.13 226
188088 물리 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 물리 쪼 2003.08.09 215
188087 물리 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 아이 스 2003.08.09 245
188086 글쎄요........ 다리 굵은 2004.03.12 540
188085 분..........홍..........신 다리 굵은 2005.07.04 712
188084 mtb, 당신의 실력을 공인 받으세요.4 che777marin 2006.05.31 1505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