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걸려 있는 호산 이완종 화백의 노송도에 절전을 위해 하나만 달랑(요즘 꽤 춥다.흑) 켜 놓은 샹들리에 등이 비친 모습이 흡사 달을 품은 커다란 노송이 살아 있는 모습처럼 눈에 들어와 셔터를 누르다.
여태 타 보았던 자전거 중
완벽한 만족감을 느끼며 탔던 잔차는
입문할 때의 중저가형 잔차가 유일한 것 같다.
그건 아마도 매커니즘에 대한 관심보다
타는 일에만 온통 마음을 빼앗기며
열중하기 시작하던 무렵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이후로 탔던 몇 대의 잔차는
처음 탔던 잔차에 비하여 가격, 기능 면에서
훨씬 좋은 것들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 '꿈의 잔차'로 자리잡았어야 마땅했는데도
전혀 그러하지 못했다.
경험에 의하면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잔차를
손에 넣는다 하더라도 그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인터넷으로 접하는 수많은 동호인들의 동향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역시 그들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평생 이놈과 같이하겠습니다"
"꿈의 잔차를 손에 넣었습니다. 평생 동지로 고락을 함께하겠습니다"
등등의 수사들을 동원한 감회를 적는 그들이지만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중고시장에 매물로 내놓거나
다른 잔차로 바꾸어 타고 다니는 걸 심심찮게 목격하기 때문이다.
사실 자신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줄 아는 안목이 있다면
'꿈의 잔차'란 헛된 무지개를 더 이상 꿈꾸지 않아도 된다.
늘 함께하면서도 어딘가 허전하고 약간은 불만스럽고
그러다 다른 사람들의 자전거에 한눈도 종종 팔면서
무관심하고 등한시했던 그러나 항상 내 옆에 자리하고 있는
현재 자신이 타고 있는 잔차가 바로 그 '꿈의 잔차'였다는 걸
비로소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겨울로 접어드나 보다.
겨울은 항상 가슴이 두근거리는 계절이다.
수그리고 있던 열정이 되살아나는 걸 느낀다.
언제나 겨울철 라이딩이 좋았다.
그것도 바늘로 살갗을 콕콕 찌르듯이
따가운 혹한의 날씨를 뚫고 달리는 걸 좋아했다.
꽁꽁 얼어붙은 길도 좋았고
소복하게 쌓인 눈길을 헤매는 것도 좋았다.
혹한의 따가울 정도로 차가운 바람은
온몸의 감각기관을 일깨워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해 주기 때문에
항상 겨울라이딩은 보너스가 추가된 느낌을 받았다.
겨울아 반갑다.
혹한의 눈보라야 기다려라.
내 꿈의 잔차야 나가자꾸나.
야호~
나는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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