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추운 날,
자전거로 중랑천을 다니노라면
젊은 사람보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훨씬 많이 보인다.
유심히 들여다보니
어르신들의 방한장비는 꽤나 허술하다.
어떤 사람들에겐 자전거를 타는 일이
단순한 취미, 놀이에 불과할지 모르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경험으로 체득한,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자전거를 타는 일이
건강을 위하여 꼭 필요한 행위라고 느끼기에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잔차를 탈 수도 있다.
그러나 매서운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잔차를 달리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손,발 등이 얼어오면서 느끼는 통증 따위를
겪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문득 드는 건
대관절 무슨 까닭일까?
그들이 달리는 자태는 너무도 태연자약해서
옆에서 지켜보는 이의 걱정을 기우로 만든다.
지지리도 가난하고 한도 많고,
질곡이 많았던 시절을 살아오면서
수없이 겪었던 고통들을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그저 참고 참았던
고달픈 이력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급기야 고통을 고통으로 느끼지 않고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지에 이르게 된 건 아닐까?
고통을 굳이 참는다는 느낌도 없이
다만 마음 한켠에 담아둔 듯
그들은 시나브로 달린다.
한겨울 바람막이도 없는 헛간에
낡은 가마니틀 하나 들여놓으시고
두툼한 누비옷 차림으로 장승처럼 앉아
겨우내 가마니를 짜시던 아버님의 하얀 입김을
자전거를 탄 그들이 불면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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