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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익숙한 세대

靑竹2008.12.07 02:20조회 수 1054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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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추운 날,

자전거로 중랑천을 다니노라면

젊은 사람보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훨씬 많이 보인다.

유심히 들여다보니

어르신들의 방한장비는 꽤나 허술하다.



어떤 사람들에겐 자전거를 타는 일이

단순한 취미, 놀이에 불과할지 모르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경험으로 체득한,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자전거를 타는 일이

건강을 위하여 꼭 필요한 행위라고 느끼기에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잔차를 탈 수도 있다.



그러나 매서운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잔차를 달리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손,발 등이 얼어오면서 느끼는 통증 따위를

겪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문득 드는 건

대관절 무슨 까닭일까?



그들이 달리는 자태는 너무도 태연자약해서

옆에서 지켜보는 이의 걱정을 기우로 만든다.



지지리도 가난하고 한도 많고,

질곡이 많았던 시절을 살아오면서

수없이 겪었던 고통들을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그저 참고 참았던

고달픈 이력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급기야 고통을 고통으로 느끼지 않고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지에 이르게 된 건 아닐까?



고통을 굳이 참는다는 느낌도 없이

다만 마음 한켠에 담아둔 듯

그들은 시나브로 달린다.



한겨울 바람막이도 없는 헛간에

낡은 가마니틀 하나 들여놓으시고

두툼한 누비옷 차림으로 장승처럼 앉아

겨우내 가마니를 짜시던 아버님의 하얀 입김을

자전거를 탄 그들이 불면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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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제가 요즘 고민하는 문제 중에 하나입니다.
    너무 어려워서 잔차질보다 더 광범위한 범주에 속하는 것은 아닌지...
    (그 어렵고 답 없는 인생이란 범주로)

    "왜 추운데 잔차를 타십니까?"
  • 靑竹글쓴이
    2008.12.7 02:41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
    추위로 포기하고 싶지 않을 만큼
    자전거를 타는 일이 좋아서 탑니다.
  • (청죽님, 이후 제 글은 삭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들(제 윗 세대)은 고통을 좋아서/즐겨 탔을까요?
  • 靑竹글쓴이
    2008.12.7 02:55 댓글추천 0비추천 0
    어려운 시대의 숙명이었겠죠.
    자라나는 세대에게
    다시 그런 고통을 겪게 해선 안 되는데
    요즘 걱정이 됩니다.
  • 그런 것 같습니다.
    고통보다 재미있습니다. 무리하지 않으면... ㅋㅋ
    한 잔 술 뒤의 사이다보다 더 톡 쏘는 그 맛, 내일 맛 보렵니다.
  • 너무 추워서...
    닭장에서 잔 적도 있고, 푸세식 화장실에서 잔 적도 있습니다만...^^
  • 제 몸은 문제가 아니되오나.... 저는 "자전거 조인트에 문제 생길까바...." 못끌고나가는데^^..
  • 눈발이 휘날리는 일요일 아침...한편의 푸근한 시를 선사하시는군요~~ㅎㅎㅎ
  • 달관을 한 것이지요.
    이제 어렸을 적 추위에 비하면
    그까이꺼 별것도 아닌것,
    그래서 태연자약하게
    자신의 갈 길을 가고 계신 것이겠지요.
  • 아버지는 산골 혹한속에서도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샘에서 찬물을 길어다가 소죽을 끓이시곤 하였지요.

    일을 마치시고 들어와 '손좀 녹이자'시며 그 찬 손으로 제 엉덩이를
    만지시곤 했는데 저는 기겁을 하며 짜증을 내곤 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도 대수롭지 않게 해내셨지요.
    (내색을 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늘 행동이 무거웠고, 책임감이 있었구요.

    생각해 보면 제가 그때 아버지 보다 더 나이가 들어 버렸는데
    그분의 인품의 십분지 일도 닮지 못하는거 같아 늘 송구스럽고 부끄럽네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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