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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 클릿페달과 별거의 계절

靑竹2008.12.10 12:49조회 수 1471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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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릿페달이 주는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 탓에
벌써 4년째인가 5년째인가 사용하고 있는데
땅이 얼고 눈이 내리는 겨울철엔 뗍니다.

클릿페달의 고수들께선 안 그러시겠지만
미끄러운 길에서 클릿페달을 쓰노라면
낭중지추, 주머니 안에 넣어둔 송곳처럼
의식 한 가닥은 늘 긴장한 상태가 되더군요.
사실 동절기가 아니어도 긴장의 끈을 완전히
풀지 못하지만요..흑흑.

재작년 겨울엔가 낮에 눈이 많이 내렸는데
절반은 녹고 절반은 눅눅한 채로 쌓였지요.
낮에 산책객들이 밟아서 울퉁불퉁한 상태인 채로
저녁부터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에 꽁꽁 얼었죠.
사람들이 만류했지만 잔차로 퇴근했습니다.

40킬로미터를 달려 집으로 오는데
꼭 4시간이 걸렸더군요. 평속 10km ㅋㅋㅋ

평페달에 풀샥이었으니 왔겠죠.
하드테일로 비슷한 노면을 많이 달려 보았는데
확실히 통통 튀면서 많이 미끄러지더군요.
아마도 풀샥의 완충 작용이
불규칙한 노면의 반발력을 상쇄시켜
접지력을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었기 때문에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고 무사했단 생각이 들던 날이었습니다.

군함조인지 펠리칸인지 하늘을 나는 모습은 우아한데
땅으로 내려앉을 때 착지하는 모습은 별로 우아하지 못합니다.
이놈들은 내려앉을 때 감속이 서툴러서 그런지
아예 우당탕 자빠지며 구르기까지 합니다.

사전에 어느 정도 상황의 인지가 가능할 땐
클릿페달에서  그런대로 발을 뺄 수 있지만
돌발적인 상황에선 그게 잘 안 되더군요.
클릿을 뺀다고 해도 이미 중심을 잃은 뒤라
넋을 놓고 있다가 딴지에 걸린 사람마냥,
군함새인지 펠리칸인지 하는 커다란 새의  착지 동작보다
더 형편없이 나가떨어지거든요.


반사신경이 아둔한 편인 저이지만
사실 평페달을 쓰면서 다친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크고작은 부상들의 대부분이 클릿페달을 쓰면서
당한 것이지요.

평페달을 쓰던 시절엔
잭나이프의 위기가 닥쳤을 때도
체조시간 뜀틀을 넘듯 핸들을 누르며
앞으로 폴짝 뛰어서 착지했었거든요.ㅋㅋ
어쨌거나 평페달일 땐 유사시에 잔차를 용케 잘 버려서
잘 다치지 않았습니다.

어제 평페달로 바꿔서 달았습니다.
이걸로 겨울을 나야죠.

클릿페달의 뛰어난 효용성은 당분간 포기하지만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인 모양입니다.
평페달을 달고 중랑천을 한바퀴 돌았더니
손잡고 다니던 아이를 집에 맡기고 나온 것처럼
왜 그렇게 홀가분한지 모르겠네요.ㅋㅋㅋ

달리면서 호핑도 자주 해 보고
(지면에서 뜨지 않는다는 호핑이라는 설이 난무하지만)
윌리 비슷한 것도 해 보고 돌이나 턱도 과감히 넘어다니고
하여간 많이 자유스럽습니다.

좀 더 느리게 겨울을 나야죠 뭐.

겨울엔 클릿페달이 더 무서워요!!!!

(에이~ c   정말로 늙어가나 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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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 청죽님의 클릿페달 교체 소식을 들으니 드디어 겨울이 오긴 왔나 봅니다.

    아마, 제가 무감각하거나 운동신경이 없어서일 겁니다.
    저의 경우는 반대거든요.
    이제 잔차탄지 3년여, "잔차타고 신발끈을 다시 맬"정도의 청죽님에 경력에 비하면.....^^

    클릿을 사용하기 시작한지도 3년정도 되네요.
    그런데 전혀 클릿을 의식하지 않고 있어요(못한다는 표현이 정확??)
    특히 싱글 업이나 다운힐에서 클릿이 제대로 장착되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가겠더군요.
    수없이 넘어지고 엎어져도 어느순간 클릿은 이탈되어 있구요.

    오히려 평페달 자전거 타보면, 허공으로 발길질을 하지 않나
    꼭 허리띠 안매고 선보러 가는 것처럼 허전하기만 하지요^^

    암튼, 즐겁게 자전거 타면서 건강하게 겨울 나시기 바랍니다.
  • 그 새가... 랜딩하는 모습 정말 가관이지요...

    지표면(주로 수면)에 거의 도착하기 직전까지는 흡사 보잉기가 랜딩할 때 처럼 우아하지만...

    발이 수면에 닿는 순간 철푸덕...~~~ 비융신...ㅋㅋㅋ

    에이그 낭중지추가 무슨 뜻인지 바로 설명을 안해 주셨으면 오해 할 뻔 했습니다.

    주머니 가운데에 ?추...ㅋㅋㅋ(이런 글 짤리려나?)

    뭐 아무튼 겨울에도 열심히 라이딩 하려는 의지들이 형님들껜 넘치는데 도대체 젊은 난 뭐하는건지... 이젠 만지작 거리기도 싫습니다. 뒷바퀴 빨리 손보러 샵에 가야 하는데...

    며친 전 사장님께 셀폰으로 전화했더니...

    어떤 아가씨가 받더군요...

    "해외 로밍에 접속하시려면 추가요금이 든다나 어쩐다나???"

    겨울 맞아 여행이라도 가셨었나?

  • 靑竹글쓴이
    2008.12.10 13:29 댓글추천 0비추천 0
    흑흑..탑돌이님은 벌써 클릿페달의 고수가 되셨군요.
    저야 뭘 해도 한계를 극복해서 넘는 법이 없습니다.
    부럽습니당.^^

  • 靑竹글쓴이
    2008.12.10 13:34 댓글추천 0비추천 0
    십자수님의 열정은 어딘가 조용히 숨어 숨을 죽이고 있을 테지요.
    십자수님의 이력을 보면 그 열정이 사그라졌을 리는 만무고..ㅋㅋ
    몸은 많이 회복되셨는지요?

    골초생활에 다시 빠지고 자전거를 한동안 등한시했더니
    몸도 따라서 부조화에 빠지더니만
    요즘은 컨디션이 아주 좋아졌답니다.
    속도를 많이 떨어뜨려서라도 자전거 꾸준히 타세요.

    낭중지추의 본래 해석은 이렇지 않죠.ㅋㅋㅋ
    제 상황에 끌어다 다른 용도로 쓴 것이니끼니..푸헬헬
  • 발이시려서 얼마전 평페달로 바꿔달아놓았는데....음...ㅎㅎ 그래 놓고 아직 한반도 잔차를 타질않았네요..아마도....다시 클릿달때까지 안탈듯....으ㅡ.....추버라...ㅎㅎ..
  • 저는 진작에 평페달로 교체했습니다.

    겨울에는 평페달에 등산화가 최고 입니다.
  • 저도 탑돌이님과 비슷합니다.
    클릿을 끼우지 못하면
    딴힐은 아예 생각도 못하죠.

    평페달을 달고 조금 탄 경력에 의하면
    '쪼인트'를 세게 쳐 댔던 기억만 있습니다.

    한 번 끼워 보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이런!! 평페달 값이 없어요. ㅠ,.ㅠ
  • 클릿에 대한 예찬들이 쏟아져도....
    굳건히(??) 평페달만 고집하고 있습니다....

    뭐...사실...몸집에 비하여 그다지 순발력이나....
    운동신경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으나....
    복잡한 동대문 일대를 주 무대(??)로 하다 보니....
    버스, 화물차 보다 더 무서운 오토바이들 때문에..순간 멈춰서야 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만약 이럴 때...페달에서 클릿을 빼지 못한다면....
    단순 사고가 아닌 대형 참사(??)....

    아울러.....한번 상채기만 나도..훨씬 더디게 낳고..흉터가 남는 것 때문에...
    가급적 안다칠려고...평페달만 고집을 합니다만...

    그래도 가끔 인도에서 도로로 뛰어 내릴 때(??) 페달을 놓쳐서...
    정강이를 때리는 경우가 있는데....아~~ 이럴 땐..정말...확!!..바꿔??...하는 마음도...
  • 하긴 한겨울 한강 라이딩이라도 할라치면
    양년 뾰족구두처럼 간사하게 생긴 클릿신발 벗어던지고
    평페달 깔고 두툼한 등산화 신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납니다.
  • 운동 신경이란게 제 몸에 있는지를 몰라서....
    9년 동안 6차례 도전하다

    아예 내내 평패달입니다.

    갈아 끼울 일 없슴다...^^*
  • 저도 발 시렵고 불안하고 해서..겨울엔 평페달로 바꿉니다..근디..요즘은 워낙 귀찮아서...기냥 탑니다. 빨리 바꿔야하는디... ㅡㅡ;;;
  • 저는 바꾸기 귀찮아서 그냥 365일 클릿페달입니다.ㅋㅋㅋ

  • 본격적인 다운힐이나 트라이얼을 하는 분들치고 클릿페달을 끼는 분은 제가 아는한 없습니다. 어쨌든 평페달보다 클릿페달은 위험하기 때문이죠.
  • 저는 평생 평페달로만 즐기렵니다.... 속도, 페달링의 효율? 까지 고려하지는 않으려고요....

  • 그데 이게...클릿이 딸깍하면서..들어가는 맛이 또 있거든요..그래서 한번 맛본 사람은 클릿의 유혹을 뿌리치기힘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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