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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 창호야. 하던대로 해야지

靑竹2008.12.11 18:56조회 수 1008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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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이야기랍니다.^^


중국에서 주최되는 국제대회인 춘란배 8강전.

중국기사 7명.
한국은 이창호 달랑 한 명.

돌부처란 별명을 가진 이창호 9단은
별명답게 시종 무표정으로 일관하여  
상대가 다소 유리한 국면일지라도

'응? 가만..이거 내가 불리한 건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들어 흔들리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神算(신산)이라는 별명도 있듯
그의 계산력은 워낙 탁월한데다가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도 건너지 않는다'

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반 집만 우세해도
절대로 모험을 하지 않습니다.ㅋㅋㅋㅋㅋ
오죽하면 어릴 적 이창호가
한 집 반 정도 우세했던 대국에서
자신의 대마에 가일수를 하지 않아도
살아 있다는 계산을 치밀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일수를 해서 결국 반 집을 이겨서
다른 기사들이 혀를 내두르게 만든 적이 있습니다.

8강전에서 중국의 1인자 구리 9단을 만나
종반에 들어서야  근소한 우세를 확보한 뒤
치밀한 계산이 깔린 끝내기가 이어지던 중
구리 9단이 결국 두 집 반 정도의
불리를 극복하지 못하자

"이창호 9단의 끝내기는 저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라는 소감과 함께 돌을 던지고 말았는데요.

오늘 벌어진 준결승에선
이창호답지 않은 전략을 그것도 종반에 펼쳐
조마조마해서 혼났습니다.

무난한 끝내기로 간다면
전 판과 비슷한 차이로 이길 것 같았는데
갑자기 벌어둔 실리를 다 파먹히면서
외곽에 두터움을 쌓더니

상변과 하변 그리고 우변에 있는
상대의 불안정한 대마를 계속 추궁하더니
결국 우변의 대마를 잡아냈네요.

'에궁..창호야..하던대로 해야지..
그러다 못 잡으면 집도 절도 없이 어쩌려구"


아무튼 7대1의 포위를 뚫고
결승에 진출한 이창호 9단 축하합니다.

최상의 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거라고 했습니다.
평소 치열한 계산을 바탕으로 두는
이창호의 바둑을 무척 좋아합니다.

대마가 몰고 몰리는 공방전도 재미 있지만
미세한 바둑에서 어떻게서라도 눈을 찾아내려는
치열한 수읽기도 보는이로 하여금
숨막히게 만드는 긴장감을 주거든요.

이제 결승전 상대는 창하오 9단.
어쩌면 창하오는 이창호가 없었다면
꽤 오래 세계 무대를 호령했을 텐데
길목에서 번번이 이창호에게 무릎을 꿇은
아픔을 간직한 중국 기사죠.

이창호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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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와우~~ 한국의 저력을 다시한번 보여주세요!!! 화이팅!!
  • 창호도 창호지만..해설가의 심오한 내공이 느껴집니다^^
  • 어릴 적..동네 큰나무 밑의 할아버지 어깨너머로 보아두었던....바둑과 장기....

    이 나이쯤(??) 되면....굳이 아마 몇단, 몇급을 따질 필요는 없이....
    대략...해설 정도는 알아들을 수는 있는데.....

    게다가 한동안 인터넷 바둑 게임에 빠져서..승수 쌓기(??) 바쁘고,,,,
    급수 올리기 바쁜데.....
    가끔 질 것 같아서 약이 오르면....한수 두고..감감 무소식.....
    예의 있게 기권하면 될일을....기다리다가 지쳐서..이기는 쪽이 먼저 기권하게 만드는...
    (바둑 두다가 먼저 그만두는 쪽이 실격패!!)

    결국 성질 나쁜 이몸이 돌을 던져버린다는....

    청죽님의 바둑 실력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아마 실력으로 단(??)이라고 하셨던가???....
    다음에 내기 바둑이라도....1집에 잔차 부품 하나씩 주기....
    (단,,, 81집 제가 먼저 깔고.....헹!!! =3=333=33333)
  • 조치훈 명인은 이창호 9단이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정상에 오르게 한 한국 바둑계가
    분발하지 않는다고 늘 개탄해했죠.
    특히, 친한 조훈현 9단에게 조명인은 같은 말을 자주 했답니다.
    그 때마다 조훈현 9단은 "그러면 네가 가르쳐봐라."

    몇년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이창호 9단이 꽤 어릴 때입니다.
    조명인이 후지쯔배 결승전에서 이창호 9단에게 세 판을 내리 반 집을 진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죄다 역전패로.....
    이 9단이 아주 평범한 수를 뒀는데도 겁을 먹었는지
    한발 물러서서 받다보니 두집반을 이기고 있다가 반집패를 하기도 했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만찬장에서 조훈현 9단이 조명인에게 이랬다는군요.
    "한 수 가르친다더니 어찌 된 거냐?"
  • 靑竹글쓴이
    2008.12.12 12:26 댓글추천 0비추천 0
    헉! 말발굽님께서 그 일화를 아시는 걸 보니
    바둑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시로군요.ㅎ~
    조치훈 명인이 나중에 술자리에 가서도
    "이창호는 아직 멀었다. 우리가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된다"
    며 한국 바둑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꽤 분개했었단 일화지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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