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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열등...

뽀스2008.12.12 21:43조회 수 1346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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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작업 차 머물던 예천, 읍에서 40여 리 떨어진 산골 동네에는 촌로들 만이 그 터를 지키고 있었고, 나는 그 촌로의 집 사랑채를 얻어 연탄 온수보일러를 설치하고, 마구간을 헐어 암실로 사용할 때….쯤

어느 날 저녁
활짝 열린 대문 앞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전기 줄의 10촉짜리 백열등
가벼운 바람에 흔들리는데,

평상시 보통의 촌로들이 다 그러하듯, 무지하게 전기를 아끼시고 전기세 고지서가 오는 날이면 그 손이 떠심을 보아온…그러나…사실 그 전기세는 내가 내고 있었고….그 전기세는 월 5천원이 넘지 않았음에도….
아무튼 할머님은 유난히 아끼는 것에 열중하셨다. 그러한 할머니께서…
10촉짜리 백열등을 켜 두시다니….해서

할머니…
전기 끌까요…?라는 말에

“그냥 두시게..총각.” 하시며
할머님 “총각” 구담에 사는 작은 딸이 온다고 해서….하시며 말끝을 흐리신다.

그러게…

그 때 그 10촉짜리 백열등은
할머니와 그 따님….그리고 옆에 있는 나를 따뜻하게 해 준 조명이었는데….


요즈음의 저는 서울 근교에 있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조명등 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즉, 전기공으로 일용할 양식을 해결하고 있는 셈이죠….

근데 제가 일하는 90m² 정도의 방 3개 짜리 아파트에 조명등이 24개나 됩니다.
부디…이 조명들이 다 쓸모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인데…그럴 것 같지는 않고…
24개의 조명 아래에 사시는 분들의 행복한 마음도 그만큼 많기 바랍니다.

오늘도 열심히 형광등을 달았습니다. 약700개 정도 단 것 같은데…


gozldgkssha ehRlf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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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플로러 쓰는 분들 주의! 하시기 바랍니다. (by mystman) 거꾸로 매달려 있어도..국방부 시계는 돈다....24부 (by 풀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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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오늘날 아파트에서 무용지물 우선순위..
    1. 분위기용 샹델리제나 할로겐 램프들
    2. 전기 또는 가스 오븐
    3. 식기 세척기
    4. 월풀 욕조
    5. .....

    할머니의 백열등은 영원히 켜져 있으면 좋겠습니다^^
  • 의류매장을운영하는데 요즘은 전기요금내기도힘들정도로 장사가심각합니다 내년엔더오른다니 벌써부터걱정입니다 ....
  • 그러게 말입니다. ㅎㅎ
    호롱불밑에서 책읽고 이잡다가
    초등학교 5학년 도시로 유학가서 30촉짜리 전구 불빛이 너무 눈부셔 차마 책을 보기 어려웠는데
    대학교시절 20와트 형광등에서 40와트 긴~ 형광등으로 변신을 거쳐
    이제는 40와트 형광등 2~3개에다 삼파장필립스등도 모자란다고 스탠드를 들이대네요
    사치는 사치로 생각되는데 나이먹어 고루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저 동감도 부인도 어려운 난처한 지경입니다.

    외벌이에서 맞벌이로, 저축에서 외상으로, 앞날 세대의 먹거리를 지금 먹거리로
    되는 것이 선진국이 되는 것이구나 하고 결론내리면서
    이게 과연 제대로 가는 길인가
    나는 어떤 자리에 서야 하는가 고민되는 데, 뾰족한 해답이 없다는게 좌절입니다.

    에라이~ 잡것 ㅎ
  • 현대인은 필요 이상으로 엄청난 물자를 소비하면서 삽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처럼 무분별한 소비로 없앤다면
    미래를 살아갈 자손들의 몫까지 다 써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죠.
    멀쩡한 것도 단지 싫증이 났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게 이유긴 하지만
    거실의 샹들리에의 여섯 개 등 중 한 개만 켜고 삽니다.
    좀 어둡긴 하지만 마누라 얼굴 알아볼 정도는 되니
    그럭저럭 살 만합니다. ㅋㅋㅋ

    초등학교 6년이던 71년 가을 어느날 저녁 무렵,
    등잔불을 켜고 혼자서 집을 보며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던 중
    몇 달 전에 설치해 놓은 전등에 갑자기 불이 들어와
    눈앞이 하얘지는데 어찌나 놀랐던지 무슨 큰 일이 난 줄 알았습니다.

    그 백열등이 30와트짜리였는데
    그 당시엔 그 30와트짜리가 어찌나 밝던지...
    이후 몇 달 동안의 전기요금 고지서를 접한 사람들은
    30와트 백열등의 요금에 놀라
    너도나도 5와트짜리 등을 옆에 따로 달아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30와트짜릴 켜지 않았습니다.
    5와트짜리 전구가 사실 촛불보다는 밝았거든요.ㅋㅋ

    그런데 지금은 현관에 있는
    60와트짜리 백열등도 어둡다고 하더군요.ㅠㅠ

    유럽에서는 에너지 효율성이 낮은 백열등을
    퇴출시키기로 엊그제 결정했다고 합니다.
    백열등은 한국에서도 머잖아 추억이 될 듯싶네요.

    고향 사람 중에 공부를 잘해서
    나중에 판사가 되고 꽤 이름이 알려지게 된 분이 있는데
    그분의 일화가 있습니다.

    공부는 하고 싶은데
    비싼 석유를 낭비한다고 늘 타박하는 부친을 피해
    어느날 석유등잔 하나 들고 몰래 다락방으로 숨어들어
    공부를 하다 그만 발각되고 말았는데

    "아~저런 썩어뒈질 놈 봤나!!!
    저 망할눔이 속유지름(석유기름) 먹는 구신이지"

    대갈일성, 베고 주무시던 목침을 날렸답니다.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난 사람들이지요.

    뽀스님. 요즘 날씨 많이 춥죠?
  • 탑돌이님의 오늘날 아파트에서의 무용지물(??) 품목에 공감....

    단, 울집에는 월풀 욕조는 없다는...ㅡ,.ㅡ;;

    백열등은 따스해 보이는데....
    훨씬 밝은 형광등은 왜 차가워 보이는지.....
  • 화야산 임도 밑 저희 고향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처음 전기가 들어오고 30촉짜리 백열등을 켜 보고
    머리 속까지 환해진 것 같았던 일이 생각납니다.

    뽀스님은 암실을 만들어서 작업을 하셨군요.
    저는 화장실 환기구를 베개로 막아놓고 했습니다.

    확대기에 타이머 연결해 놓고
    약 타서 온도 맞추고 하다 보면
    실제로 확대 인화는 제대로 잘 안되고
    그러다 무심코 불을 켜서
    솔라리제이션이 정말 잘 된 사진을 건진(?)적도 있구요.

    지금 저희 집은
    전구 네 개 들어가는 샹들리에랄 것도 없는 그런게 설치되어 있는데
    제발 한 개만 더 끼웠으면 좋겠는데
    마누라가 코방귀도 안 뀝니다.
  • 뽀스글쓴이
    2008.12.14 07:46 댓글추천 0비추천 0
    탑돌이님....쓰지 않는, 무용지물 제게 한 개 보내주심....ㅋ
    초이성61님....매장에는..셀 수 없죠..?
    청죽님 ..아직은 그 추위가 덜하여, 운신할 만합니다.
    폴민님...어떤 식당은 스티로폼 박스안에 30W 전구 켜 놓고 보온밥통 대용으로 사용합니다.
    구름선비님...디카에 비할 수 없는 쟁이들의 맛이 있죠...?

    암튼 "정"이란 단어와 백열등의 색온도가 잘 맞아 ...
    글 쓰는일, 참 어렵군요.
  • 지금 제 팔뚝에는 호롱불 유리에 덴 자국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숙제한다고 크레파스로 색칠하는데 아무리 봐도 노란색이 안보여서 가까이 놓고 보다가 그만...^^
  • 어린시절 시골집 호롱불앞에서 책을 읽노라면 우리 할머니 기름 아껴야 한다며 불꺼라예야
    어두워 글이 안보이니 자꾸 불앞으로 가까이 가다보니 항상 앞머리가 노랗게 볶음 머리로있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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