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라면 넌더리를 내며 싫어했을 정도로
나란 위인이 셈에 어두운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잔차도로를 십여 년 달렸는데도
뒷바람에 대한 셈은 여전히 맹꽁이다.
(응? "Sorry, Narrow-mouth frog"ㅡ,.ㅡ)
가령 뒷바람이 10km/h 정도 부는 상황에서
나의 자전거 속도가 30km/h 정도 된다면..
(가만 있자..가설라무네...삼십 빼기 십은...)
안장에 앉은 내가 느끼는 건 대략 20km/h 정도의
맞바람일 것이라는 건 물론 잘(자알) 알고 있다.
그러나 하절기에는 어림이 비교적 양호한 편인데
매섭게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문제다.
여름에 느끼는 맞바람은 감미롭게 느껴지고
겨울에 느끼는 맞바람은 부담스러운 것이야
상대적인 느낌의 차이겠지만
같은 풍속이라도 겨울에 맞는 자극적인 찬바람은
가뜩이나 셈이 어두운 아둔한 두뇌의 기능을
현저하게 둔화시키고 마는 것인지
실존하는 뒷바람의 존재를 간단히 매장시켜 버린다.
'그래 이건 분명 맞바람이야'
그런데 이런 자극적인 요소를 피하여
페달링 시 무르팍에 걸리는 부담 정도를 체감하면
뒷바람에 대해 좀 더 정밀한 어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둔한 꼬라지에 제법 돌아가는 잔머리가
이 경우에 치명적인 장애 요소로 등장하니
통탄할 노릇이다.
뒷바람을 받아 페달링이 한층 수월해지면
이 방정맞은 잔머리는 재빨리 아전인수식 분석을 감행하며
한층 부드러워진 무르팍을 휘적휘적 저으며 호기롭게 달린다.
'옹와~요즘 열심히 탔더니 오늘 페달링이 부드럽네?'
'지성이면 감천, 드디어 마른 가지에 물이 오르는가 보다.흐흐흐'
'맞바람도 두렵지 않다. 달리자 애마야!'
'아, 풀샥도 실력이 느니 하드테일처럼 나가는구나. 음핫핫'
결국은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의 속도에 풍속이 더해진
맹렬한 맞바람을 전신에 호되게 맞고서야
피타고라스,데카르트 일족들에게 서둘러 경의를 표하며
핸들바에 머리를 처박고 기어를 몇 단 내려 보지만
배식시간에 맞춰 들어오라고 엄명을 내린
간수같은 마누라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길엔
게거품만 정처없이 바람에 흩날린다.
겨울엔 대체로 북풍이 분다는
간단한 상식만 인지하고 있어도, 쯥
(마누라가 정해 준 배식 시간에 맞출...흑흑)
이런저런 고난이 있음에도
찬바람이 세차게 부는 겨울이 좋다.
고개를 수그린 채 맹렬한 바람과 싸우다 힘에 겨우면
중원의 백만 대군과 맞짱을 뜨며
만주 벌판을 누비던 고구려인의 기상을 생각한다.
눈발이라도 날려 얼굴을 호되게 때려도
지금의 나보다 훨씬 열악한 방한 장비로
일제 치하, 왜병들과 일전을 불사하며
눈 쌓인 연해주 벌판을 쉬지 않고 이동했을
독립 투사들의 열정을 무엄하게도 떠올리면
나의 이런 잔차질은
춘풍에 어우러지는 돛단배였으면 돛단배였지
결코 고난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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