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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바람에 대한 오해

靑竹2008.12.16 00:28조회 수 1370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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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라면 넌더리를 내며 싫어했을 정도로
나란 위인이 셈에 어두운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잔차도로를 십여 년 달렸는데도
뒷바람에 대한 셈은 여전히 맹꽁이다.
(응? "Sorry, Narrow-mouth frog"ㅡ,.ㅡ)

가령 뒷바람이 10km/h 정도 부는 상황에서
나의 자전거 속도가 30km/h 정도 된다면..
(가만 있자..가설라무네...삼십 빼기 십은...)


안장에 앉은 내가 느끼는 건 대략 20km/h 정도의
맞바람일 것이라는 건 물론 잘(자알) 알고 있다.
그러나 하절기에는 어림이 비교적 양호한 편인데
매섭게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문제다.

여름에 느끼는 맞바람은 감미롭게 느껴지고
겨울에 느끼는 맞바람은 부담스러운 것이야
상대적인 느낌의 차이겠지만
같은 풍속이라도 겨울에 맞는 자극적인 찬바람은
가뜩이나 셈이 어두운 아둔한 두뇌의 기능을
현저하게 둔화시키고 마는 것인지
실존하는 뒷바람의 존재를 간단히 매장시켜 버린다.



'그래 이건 분명 맞바람이야'



그런데 이런 자극적인 요소를 피하여
페달링 시 무르팍에 걸리는 부담 정도를 체감하면
뒷바람에 대해 좀 더 정밀한 어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둔한 꼬라지에  제법 돌아가는 잔머리가
이 경우에 치명적인 장애 요소로 등장하니
통탄할 노릇이다.

뒷바람을 받아 페달링이 한층 수월해지면
이 방정맞은 잔머리는 재빨리 아전인수식 분석을 감행하며
한층 부드러워진 무르팍을 휘적휘적 저으며 호기롭게 달린다.


'옹와~요즘 열심히 탔더니 오늘 페달링이 부드럽네?'


'지성이면 감천, 드디어 마른 가지에 물이 오르는가 보다.흐흐흐'


'맞바람도 두렵지 않다. 달리자 애마야!'

'아, 풀샥도 실력이 느니 하드테일처럼 나가는구나. 음핫핫'


결국은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의 속도에 풍속이 더해진
맹렬한 맞바람을 전신에 호되게 맞고서야
피타고라스,데카르트 일족들에게 서둘러 경의를 표하며
핸들바에 머리를 처박고 기어를 몇 단 내려 보지만
배식시간에 맞춰 들어오라고 엄명을 내린
간수같은 마누라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길엔
게거품만 정처없이 바람에 흩날린다.


겨울엔 대체로 북풍이 분다는
간단한 상식만 인지하고 있어도, 쯥
(마누라가 정해 준 배식 시간에 맞출...흑흑)


이런저런 고난이 있음에도
찬바람이 세차게 부는 겨울이 좋다.
고개를 수그린 채 맹렬한 바람과 싸우다 힘에 겨우면
중원의 백만 대군과 맞짱을 뜨며
만주 벌판을 누비던 고구려인의 기상을 생각한다.

눈발이라도 날려 얼굴을 호되게 때려도
지금의 나보다 훨씬 열악한 방한 장비로
일제 치하,  왜병들과 일전을 불사하며
눈 쌓인 연해주 벌판을 쉬지 않고 이동했을
독립 투사들의 열정을 무엄하게도  떠올리면
나의 이런 잔차질은
춘풍에 어우러지는 돛단배였으면 돛단배였지
결코 고난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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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 허허허허,,ㅋㅋㅋㅋㅋ
    밥 한끼에,,, 고구려가 나오고,, 독립군이 출연 하고...

    밥때 늦으면, 라면 먹으면 되고, 그것도 없으면
    물 한컵 들이키고 허허 웃으면 되고...

    무서운 마누라 뭐라그러면
    무릎굻고 요강 들면 되고(무릎 보호대가 아주 요긴 합니다.)
    ,
    ,
    ,
    그런데,
    뒷바람이라는 것이 있긴 있는 모양 입니다.
    저는 맞바람만 맞아 봤는데요.

    어케 저는 앞에서만 바람이 불까???
  • 靑竹글쓴이
    2008.12.16 01:01 댓글추천 0비추천 0
    무지무지 춥고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고작 2x1단 기어를 놓고도 버적버적..
    갈길은 아직도 까마득했던 몇 년 전 겨울에
    좌절하지 않으려고 떠올렸던 게
    독립군이었습니다.ㅎㅎㅎㅎ
  • 지금 몇신데
    여태 안주무시고???

    청죽님 일찍 주무셔야,
    ,
    ,
    ,
    ,
    손주 보십니다.
    튀자33==3333333
    저는 이불 속으로 .....
  • 靑竹글쓴이
    2008.12.16 01:14 댓글추천 0비추천 0
    엥?
    손주야 군발이 아들놈이 힘을 써야지
    제가 무슨..ㅋㅋㅋㅋ
  • (논네들...늦은 밤...노시는 것(??)보니....맴이 훈훈합니다...) =3==33=333333333
  • 靑竹글쓴이
    2008.12.16 01:17 댓글추천 0비추천 0
    오늘도 석계쯤에서 풀翁이 생각났수..ㅋㅋㅋ
  • ㅋㅋㅋ...부르시지 그러셨쎄~~요....
    (하긴...추워서...꼼짝하기도 싫더구먼요....)
    쩝!!! 옆에서....채팅(??)하냐고...잔소리하는 마눌님 땜시....자야겠네요....
  • 제목만 보고 저도 오해 했습니다 ^^;
  • 청죽님 글이 날로 어려워집니다................ㅋㅋㅋㅋ
  • 오는 배가 순풍이면, 가는 배는 역풍이라 했죠.
    맞바람 맞으며 가다보면, 올 때는 순풍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돌아올 때 바람 방향이 바뀌어 있으면 지랄 같죠.
  • 라이더의 적!!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의 주인공!!
    맞바람을 타도하자!!(오잉? 맞바람님 말고 맞바람^^)
  • 2008.12.16 12:02 댓글추천 0비추천 0
    희안한게 뒷바람 맞은 경험은 별로 없고 갈 때 올 때 거의 맞바람만 있는 것 같아요.
    뒷바람을 느끼지 못하는 몸치라서 그런가요?
  • 4망루 업힐할때 강한 뒷바람에 덕좀 봤다는~~~^^
  • 고구려를 세운,중원의백만대군과 맞짱을 뜨셨던 고주몽님~!
    저의 직계 조상님이십니다.ㅎㅎㅎ
    청죽님 덕분에 간만에 조상님께 묵념하고 갑니다.감사합니다.
  • 길에 잘 나다니지 않아서 여러 번 느껴 본 것은 아니지만
    한 강에 몇 번 나가보니 그 위력을 느끼겠더군요.
    길은 분명히 내려가는 길인데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나가지 않는 것이
    군대생활할 때 낙오 직전까지 갔던
    구보생각도 나고
    그냥 그럭저럭 사는 인생의 한 구비 같기도 하였습니다.

    '배식시간' 그거 참 참신(?)하군요^^;;
  • 간수같은 마누라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길엔
    게거품만 정처없이 바람에 흩날린다.

    감동의 공감문장 입니다. T_T
  • 청죽님...

    야양의 x바람을 경험해 보셔야 합니다...

    엄청난 평속 증가 효과가 있습니다....
  • 靑竹글쓴이
    2008.12.16 18:14 댓글추천 0비추천 0
    헉! 죄송. ㅋㅋ
    맞바람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깜빡했습니다.^^


    와~
    lady99님께선 주몽의 직계 후손이시군요.
    1400여 명 되는 초등학교 시절에
    대여섯 부 정도 구독하던 어린이 신문을
    저도 보았었습니다.

    부잣집 아이들도 볼 엄두를 못 내던 시절이었는데
    형편이 여의치 않으셨던 아버님께서
    어쩐 일인지 선뜻 구독 신청을 해 주셨습니다.

    소년조선일보였는데
    당시 '동명성왕'이란 제목으로
    주몽의 탄생설화부터 일대기를 그린
    역사소설을 연재하고 있었지요.
    어찌나 재미 있던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매일 신문이 오기를 학수고대했습니다.

    깡촌에서는 당최 맡아보기 어려운
    인쇄 잉크 냄새가 물씬 풍기는
    누런 종이띠를 두른 신문을
    우체부 아저씨로부터 건네받으면
    가슴이 왜 그렇게 설렜던지..ㅋㅋㅋ
    동네 형들, 또래들이 연재 만화를 보려고
    저녁마다 우르르 몰려들었습니다.

    인자요산님.
    야양의 x바람이라시면
    'x'는 대관절 뭘 이르는 것인지요?

    (춤? 칼? 늦? 댓? 신? 아니면 거시기?)

    =3=33




  • 헛,,젊잔으신 청죽님께서 맞바람을 옹호하시 것은 아니겠지요??
  • 靑竹글쓴이
    2008.12.16 22:47 댓글추천 0비추천 0
    (탑돌이님께서 '홧김에 서방질한다'는 그런 맞바람으로 오해하시는 갑다..음훼훼)
  • "옹와~요즘 열심히 탔더니 오늘 페달링이 부드럽네?"에서 넘어졌습니다.
  • 어쩐지~~~ㅎㅎㅎ
    청죽님의 달변(?)에 가까운 청산유수적인 필체의 생성 원인을 이제야 알겠군요~!
    바로 "소년조선일보"에 있었군요~~~ㅎㅎ
    아무리 조중동 조중동 해도 청죽님은 조선일보에 엄청난 빚을 지신듯 합니다...
    어릴때부터의 신문구독과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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