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고정관념 - 말라깽이

靑竹2008.12.18 00:46조회 수 1120댓글 12

  • 1
    • 글자 크기





지난달 19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몸무게를 쟀을 때(오른쪽) 심각한 영양실조를 보였던 베네샤 루이스(4)가 회복돼, 지난 11일 아이티 남동쪽에 위치한 베에도란지에서 걷고 있다.(왼쪽) 올 초 곡물가 폭등으로 식량위기를 겪은 아이티에선 8~9월 4차례의 열대성 폭풍우가 덮치면서 식량위기가 심해져 793명이 숨졌다. 베에도란지/ AP 연합



저처럼 귀엽고 천진난만한 아프리카 아이들은 예전의 나처럼 먹어도 먹어도 살이 안 찌던 체질의 말라깽이가 아니라 그야말로 피죽도 못 먹어 저렇게 된 말라깽이다. 열강들은 아프리칸들을 수없이 잡아다 노예로 부리고도 모자라 국가란 개념이 별로 없던 부족들을 이리저리 편의대로 갈라 수많은 식민지 신생국들을 만드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종족간, 부족간의 끔찍한 내전이 끊이지 않게 만든 한 원인이 되었다. 인류의 시원이라는 저들의 영광은 언제쯤 오려는지.  










라이딩 도중 앞에 가는 일행이
헐거운 맨홀뚜껑을 밟고 지난다.

"탱! 딸그랑"

그 뒤로 내가 거길 지난다.

"텅! 콰다당"


사뭇 다른 파열음에 그만 속으로 감탄하고 만다.


'와~ 고수는 확실히 뭐가 달라도 다르군.
저렇게 소리를 죽여가며 사뿐히 지나는 걸 보니"


자전거를 바꿔서 타 보자기에 바꿔서 타는데
그의 잔차는 하드테일이고 나의 잔차는 풀샥이다.


"풀샥이라 푹신하니 좋죠?"


하고 물었더니


"아뇨? 왜 이렇게 딱딱해요?"


한다.


"헛? 그럴 리가 없는데요?"


옆으로 다가가 자세히 보니
체중을 가만히 얹었을 때 샥이 들어가는
새그가 거의 먹지 않고 그대로가 아닌가?


"당연하죠. 청죽님께서 저보다 체중이
십 몇 킬로는 더 나가시니 하하하"


그제야 비로소 난 말라깽이가 아니고
작은 키에 체중이 74킬로나 나가는
묵직한 '건데기'라는 걸 깨달았다.
내 자신이 체중이 왜소하고 비쩍 마른 인간이라는
아주 오래된 고정관념을 아직도 벗지 못했던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체중이 52kg.
이 체중은 조금도 변함없이 무려 25년 가까이 유지됐었는데
나의 형제들인 여섯 남매들이 하나같이 말라깽이었었다.
오죽하면 말라깽이 자식들이 안쓰러우셨던 어머니께선
티비에서나 현실에서나 뚱뚱한 사람들을 보면

"허이고~ 풍채 한 번 좋네"

하고 부러워하셨을 정도다.
그렇게 오래도록 말라깽이로 지내다 보니
어떤 사람을 만나도 나보다는 체격이 클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점점 굳어져 갔다.


그래도 깡은 대단했다고 자부한다.
아버님을 도와 어릴 때부터 곡괭이질이며
삽질, 톱질, 농약살포기 분무기질을 거의 매일 한 덕분인지
왜소하고 깡마른 체격에도 불구하고 힘이 약하진 않았다.
서울로 전학을 온 뒤 반 아이들이 팔씨름을 하느라
시끌벅적한 가운데 끼어들어


"나도 한 번 해 보자"


하고 끼어들었는데
깡촌에서 전학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까무잡잡하고 깡마르고 쬐그만 놈이 덤비니
아이들이 배꼽을 쥐면서 웃고 난리가 났었다.


"으하하하하!!! 떽! 아무나 끼는 게 아니다 얘"


그러나 막무가내로 끼어들어 팔씨름을 시작했는데
하나,둘 꺾어나가다 결국 가장 힘이 센
육상부원 녀석마저 오랜동안 엎지락뒤치락거리다
꺾어버렸다.


혁명적인 분위기에 놀란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팔씨름에 진 녀석들은 오늘 컨디션이 안 좋다느니
어젯밤 이웃집에서 싸우는 통에 시끄러워
잠을 설치는 통에 힘이 없다느니 핑계를 대면서
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전날의 믿을 수 없는 패배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계속 도전을 해 왔었다.
결국


"이상한 놈. 너 무슨 무술 배우냐?"


하는 의아해하는 물음과 함께 항서를 받아냈던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깡말랐던 내게 변화가 왔다.
마흔 초중반을 넘기면서 점차로 불기 시작한 몸집이
이제 딸뇬한테서 '이왕표'란 놀림을 받기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미니 이왕표?"


"우하하하! 아빠! 미니라는 꼬리표 붙여서 튀시려구? 어딜?"



아닌 게 아니라
파자마에 런닝셔츠 차림인 거울 속의 날 보니
사이즈가 작은 런닝셔츠를 입어도
26인치의 허리며 왜소한 어깨 언저리가 늘 남아돌아
헐렁하던 예전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런닝셔츠가 팽팽하고 배가 불룩한 띨띨한 인간이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저게 정말 나의 모습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이십 몇 년을 말라깽이로 지내며 뇌리에 각인되었던
'난 말라깽이야'라는 고정관념의 관성은 지금도 여전하니
부지중에 차이가 나는 맨홀뚜껑 소리를 듣고
정확하게 소화하지 못했던 것이다.



십여 년 잔차질의 경험으로는
체지방을 태워 체중을 줄이는 유산소 운동으로
좋아하는 싱글코스 라이딩보다는
아무래도 도로라이딩이 훨씬 더 유효하다는 걸
몸으로 깨닫고 있다.
아무래도 도로라이딩이 지속적이고 꾸준한
그리고 장시간의 유산소 운동이 좀 더 가능한 게
이유일 것 같다.


요즘 거의 열흘 이상 거의 매일 50여 킬로 이상
도로라이딩을 했더니 체중이 3kg이상 줄었고
배도 조금 들어간 게 눈에 띈다.
(식구들은 모두 인정하지 않지만..ㅠㅠ)



일전에 강촌 시합코스를 타면서
앞에 가시는 갑장을 따라가느라
마지막 고개에서는 난생 처음 다리가 풀리는
경험을 했다.


어머니처럼 나도 한때는
어느 정도 뚱뚱한 모습을 동경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 그 생각을 거둘 때가 온 것 같다.
말라깽이 시절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았던 것이다.ㅋㅋ



'까짓..52kg까지는 안 되더라도

대충 60kg 언저리로 되돌려야지'


































  • 1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2
  • 푸헤헤헤~~~
    전 잔차 안타고 뻐티니까 3달만에 5키로 늘어 80키로 돌파했습니다.

    고질이던 허리디스크가 되돌아와서 지난 일주일은 누워지냈네요^^;

    이제 열심히 잔차 타려고 맘을 추스리는데....

    날씨가 추워진다네요.....
  • 요즘 체중늘리는
    아니 얼굴이 옛날로 돌아가는 꿈을 꾸며
    운동을 안 하고 있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몇 년 전 보다 많이 늙었다.'
    '어디 아프냐?'고 묻는 통에
    아픈 팔을 치료하는 동안이라도
    자전거를 안 타고
    그야말로 먹고 자고만 하는데
    체중은 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허긴 체중이 늘어봤자
    허리부터 늘어날 터
    얼굴까지 오면 뚱뚱보가 되어 있겠지만요.

    환경이 점점 나빠져서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결국은 '식량의 무기화'가 뻔한 현실인데
    먹는 것에 대한 절제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글 잘 봤습니다.
    (요즘 靑竹님 글을 자주 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 아침에 좋은 수필 한 편 잘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언제나 청죽님에 녹색 글을 읽고있으면 마음에 고향에 와있읍니다 ^^*
    왈바 자게에 청죽님 에 녹색글을 모두 한번 모아 모아 .....
  • 앞샥 공기압을 조절 하시믄 되시지 뭔...체중을 뻬신디야...^^
    체중감량엔,
    역시...도로 중,장거리 라이딩이 효과가 크더군요.
    저는 요즘 67kg이던 무게가 71kg으로 뿔었심돠...밤마다 이슬양과 군君의 유혹에....^^
    고구 안주실뀨~!!...ㅎ
  • 헐... 183에 62킬로인데 이건 뭐 매일 거울보는것도 짜증납니다.

    얼굴은 쏙들어가서 광대뼈가 불거져 나왔지 허리는 30도 안되는데 기장때문에 32사서 졸라매 입고,

    옷사러가서 몸에 맞추면 팔이 7부고 팔에 맞추면 뭔 포대자루 씌워놓은게 펄렁거리고

    어디 다니기 진짜 챙피한게 살좀 찌라는 말이 스트레스가 되버렸어요.

    결혼 10년차인데 아직도 이러니 아마도 늙을때까지 이렇게 되겠죠. 별짖을 다해도 안되니 원...

    살찔려고 발악하는 촌놈이...
  • 살빼는거..
    고거이
    담배끊는거 만치 어렵답니다.

    담배는 마약이고, 먹는것은 본능 이니....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담배를 다시 피시면,입맟이 없어져서
    살이 빠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매 를 벌어요)
  • 술 끊는 넘.......독한 넘....
    담배 끊는 넘....정말 독한 넘.....
    살 빼는 넘......미친 넘....

    술도 안끊고....담배도 계속 피며...살까지 찌는 넘.....쥑일 넘.....=3=3=3333=3333333
  • 혹시 풀민님께서는 스스로의 얘기를??? ㅋㅋㅋ

    오호... 여기 동병상련이 계셨군요...lovelomeo님.... 하하핫~~~!

    반갑습니다. 음... 가만 보니 저보다 더 마르신듯... 케켁~~!

    전 180이었는데... 나이 먹으면서 좀 줄어서 179.7입니다. 몸무게는 62~3 왔다갔다...

    전 70 나가는게 희망입니다. 근데 먹고 운동을 안 하니 딱 한군데만 살이 찌네요.

  • 靑竹글쓴이
    2008.12.18 22:13 댓글추천 0비추천 0
    선비님, 이모님, 송현님 고맙습니다.^^
    스카이님은 제 글을 다 안 보셨군요.
    고구마 떨어진 지가 언젠디..ㅋㅋㅋ

    성재아범님께서 추위를 걱정하시다니..ㅎㅎㅎ
    눈쌓인 싱글도 마다하지 않고 다니시는 걸
    동영상을 자주 본 기억이 나는데요?

    lovelomeo님과 십자수님은
    체중을 좀 불리셔도 될 듯합니다.ㅋㅋ
    키가 작은 사람이 마른 건 잘 눈에 안 뜨이는데
    키가 큰 사람들이 조금 불안정해 보이는 측면이 있긴 합니다.

    아지랭이님.
    담배를 끊고 나면 확실히 식욕은 왕성해집니다.
    그걸 감안해서 절제를 해야겠죠.
    입에서 당긴다고 먹어댄다면 뒷감당이 어렵죠.

    (풀翁은 나에 대해 너무 깊이 알고 있어서
    제재가 필요한 시점 같어...불그락푸르락..
    커피 빚진 거 현금으로 입금시키라고
    독촉이나 해 봐야지..)
  • 2번 촬영실에 김정은씨가 왓었나 봅니다.
    근무자와 함께 사진을 찍었나본데 2번방 컴에 배경화면으로 저장되어 있더군요.

    김정은 씨 얼굴 정말 작더군요. ㅋㅋㅋ

    그리고 어젠 성의회관(병원 건물 뒷편에 있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종합변원-2의 극중 인물 백현우를 만났는데...

    이런... 키가 185는 되어 보이고 아주 마른 체형이더군요. 역시나 동병상련이긴 하나 하도 잘 생겨서 저와는 비교불가...
  • 살은 정말 찌우고 빼는게 너무 힘들더군요~
    175/59를 항상 유지하는데 애먹는 1人~ㅎ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105
188103 raydream 2004.06.07 389
188102 treky 2004.06.07 362
188101 ........ 2000.11.09 175
188100 ........ 2001.05.02 188
188099 ........ 2001.05.03 216
188098 silra0820 2005.08.18 1474
188097 ........ 2000.01.19 210
188096 ........ 2001.05.15 264
188095 ........ 2000.08.29 271
188094 treky 2004.06.08 264
188093 ........ 2001.04.30 236
188092 ........ 2001.05.01 232
188091 12 silra0820 2006.02.20 1565
188090 ........ 2001.05.01 193
188089 ........ 2001.03.13 226
188088 물리 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 물리 쪼 2003.08.09 215
188087 물리 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 아이 스 2003.08.09 245
188086 글쎄요........ 다리 굵은 2004.03.12 540
188085 분..........홍..........신 다리 굵은 2005.07.04 712
188084 mtb, 당신의 실력을 공인 받으세요.4 che777marin 2006.05.31 1505
첨부 (1)
6000150717_20081217.jpg
43.9KB / Download 3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