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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백성님의 "아메리카 로드"를 읽고 - 인연에 관하여

wooki2009.01.12 15:42조회 수 83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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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DAUM 세계자전거 여행 까페의 송년모임에서 참석하신  "아메리카 로드"의 저자 차백성님으로부터 책을 선물 받았다.
집에 오는 전철안에서 살짝 펼쳐 보았다.
여는 글을 읽다가 깜작 놀랐다.

잠시...나의 2004년 유럽 자전거 여행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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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가을, 유럽 자전거 여행 중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에 하나.
"그리스인 조르바"의 배경인 그리스 크레타 섬.
그리고, 그 섬 어딘가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소
물어 물어 해질 무렵에야 어렵게 작가의 묘소를 도착했다.
그리스의 위대한 작가의 무덤치고는 생각보다 참 소박하다. 나무 십자가와 비석 하나 전부이다.
어스름 저녁 햇살을 품은 지중해가 한 분에 보이는 언덕배기 포근한 자리였다.
딱히 관광명소도 아니고, 무엇을 기대하고 온 것이 아니기에...
잠시 작가를 상상 속에 끄집어내 속으로 자문자답 대화를 나누었다.
노을을 감상하며 무덤 옆을 거릴고 있는데.
때마침 영어가 되는 그리스인 국사선생님(그 역시 카잔차키스의 팬이란다) 덕에 비석의 내용을 알게 되었다.
그가 비석의 내용을 영어로 설명해 주는 순간 속이 후련해 졌다.
나도 잘 설명하지 못하던 내 여행의 본질을, 짧막한 문장 몇줄이 명확하게 말해 주었다.

I hope for nothing.
I fear nothing.
I am free.

이 세 문장은 아직도 나의 커다란 신념으로 아직도 내 홈페이지의 메인 타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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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수없이 많은 책 중에 똑같은 책을 읽고,
비슷한 감동을 얻고
그 감동을 전해준 작가의 묘소(그다지 관광명소도 아닌)를 찾아
지구 반대편까지 찾아가는 이가 대한민국에 나 말고 또 있을까?
한번도 만난 적도 없고 약속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그것도 자전거로...

나 말고 한 명은 분명히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그것도 가까운 곳에.ㅎㅎㅎ
그 분도 이 사실을 알면 내가 느꼈던 묘한 친밀감, 신비감을 느끼시리라~~
자유영혼 조르바를 꿈꾸는 자유 자전거 여행가 차백성.
그의 책 머리말에 위 세문장의 내용이 딱하니 있고, 나처럼 자전거로 그의 묘소를 방문했다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

특별한 공감대의 인연은 나로 하여금 급호감으로 변신 단숨에 읽게 만들었다.

미국 서부 개척사와 인디언 잔혹사, 그 뒤에 담긴 모습을 보며 그네들이 과연 악의 축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여행중에는 다반사인 만남 헤어짐 서운함, 배설습관, 가끔은 동물과의 대화^^(Sit down~~), 영화속 배경을 지나가는 애기, 책을 통해 얻은 것들을 실제로 확인하는 과정들,
결코 달려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아름 다운 길들(로건고갯길,아이스필그 파크웨이, 오하우 일주도로, 할레아칼라 60k 다운힐(작가는 세계 최장 다운힐이라고 적고 있지만, 티벳에 다운힐에 비하면 그건 아닐듯^^)
아름 다운 하와이 섬 그 이면에 우리 이민자들의 애달픈 애기.
자전거 고르기부터, 여행준비물(효자손^^), 자전거 포장, 짐꾸리기, 자전거 배행기 태우기, 건강관리, 자전거 점검, 개 대처법등 자전거 여행정보까지
자전거 여행을 한번이라도 해보았다면 공감할 소박하면서도 미소지을 진진한 애기를 책은 담고 있다.
당연히 자전거 여행기 책 한권에 그 커다란 미국을 결코 담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전거 여행의, 인생의 선배로서 많은 독서와 연륜에 자연스레 뿜나오는어쩌면 먼저 스스로 질문하고 얻은 것 지식들을 책은 담고 있다.

자전거 여행이 항상 낭만적이라고만은  결코 할 수 없다.
책 표지 사진 처럼 달구어진 뙤약볕 아스팔트를 하루종일 달리는가 하면 추위에 덜덜 떨며 밤을 지새기도 한다.
하루 종일을 올라가야하는 오르막도 있다.
가끔은 비에 흠뻑 젖기도 한다.
안장에 앉기 싫을 정도로 똥꼬가 씨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불편함에도 자전거 여행 그 어떤 다른 여행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우리 스스로에게 정답없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도대체 왜! 따스한 아랫묵에 배 깔고 누워 편안히 바보상자나 보면 좋을 것을 힘든 길을 난 나섰을까?

" 여행은 인생을 길고 풍요롭게 한다." 라고 책은 어쩌면 위 바보같은 질문에 대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누구나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여행을 떠나지는 못한다.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버려함은 세상의 이치"라고  책은 말한다.

미국은 아직까지는 티벳만큼 나에게 유혹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차백성님이 간 길위에 헉헉 대고 있을 내 모습을 그려본다.
1939년 착공후 대를 이어 공사하고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조각작품이 될 크레이지 호스는 말 그대로 죽기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경기침체 만큼이나 추운 겨울날, 한 번쯤 일탈을 꿈꾼다면...

PS.
차백성님
책 고맙습니다.
미국의 크레이지 호스상이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을 때가지 즐겁고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책 부탁합니다.

사진은
어쩌면 차백성님과 나를 이어준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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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자유 영혼을 갈구하는 일인으로서 부럽네요. 카잔차키스의 무덤까지 가 보시고.....
  • 매번...
    일탈을 꿈꿉니다만.

    마음만 일탈을...ㅋㅋ
  • 모 자전거 잡지에서 차백성 선생님의 최소금액으로 일본 여행기를 보고......도전 했지요...후쿠오카현 일대를 5일동안..총 경비 35만냥 정도인가 들었습니다...한번더 가보고 싶은데...기회가 될런지...
  • 저도 읽어보고 싶던 책입니다
    도서관에 갈때마다 누군가에의해 대출되어 있던책.
    서점으로 가야할까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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