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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알아서 먹어

구름선비2009.01.15 17:49조회 수 1282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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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누라와 냉전중입니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싸우지 않는 사람이 없겠고
싸움으로써 더 좋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싸우고 나서
말을 적게 할려고 하는데
마누라는 그게 용납이 안되나 봅니다.

자꾸 풀어 버리라고 채근을 해 대는 통에
더 입을 닫고 있죠.

그러나 오래 그러기는 싫습니다. ㅎ

오십견으로 생각되는 치료를 하고,
날씨가 춥다 보니 요즘은 거의 자전거를 타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평소처럼 아침식사 후에
까페 몇 군데를 들어가 봤는데
자전거를 탄다는 사람이 없더군요.

오늘 아침 동네 기온이 -16도 라는 짧은 글이 있을 뿐~~

할 일이 없으니 오늘도 낮잠이나 자야겠다고 누웠는데
짧은 시간에도 꿈 속만 헤맵니다.

무엇 때문에 깨어 났는지 몰라도 일어나 보니
점심 식사를 할 시간입니다.

아침에 나간 마누라는 들어오지 않았고
혹시나 해서 칠판을 보니

'※ 점심 알아서 먹어'

이런 글이 적혀 있네요.

마누라가 있으면 반찬 투정을 하지만
없으면 간단합니다.

큰 일본식의 대접에 찌개를 퍼 넣고
찬 밥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동치미 한 그릇을 준비하면
'알아서' 먹는 저의 점심 식탁은 끝입니다.

아침에 영하 16도라고 하니 낮 시간도 추울터,
두꺼운 등산용 바지와
두꺼운 기모 져지, 방한 져지
누이가 사다 준 스폰지 달린 고글
장갑 두 켤레
방한 비니와 바라클라바,
방한 신발을 꺼냅니다.

자전거를 꺼내러 발코니에 가 보니
그리 춥지는 않을 것도 같지만
지지난 해 여름 입이 돌아가고부터는
'찬 바람'을 조심하기로 하였으니
그냥 강행합니다.

타이어를 눌러 보니 앞, 뒤 모두
말랑 말랑~~
그것도 그냥 갑니다.

바람이 적게 들어가서 문제가 될 것은 없으니까~~

동네를 나와 사거리에 섰습니다.
평소같으면 조금씩 움직이면서라도 잘 서 있던 신호가
왜 그렇게 긴지 모르겠습니다.

끼어들어와 옆에서는 택시를 핑계로
자전거에서 내려 봅니다.

아마 요즘 새로 입양한 골동품 자전거에 숙달되어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래도 옷을 너무 두껍게 입고 나온 것 같습니다.
스키 고글같이 생긴 고글은 바람을 막는데는 좋지만
노란 유리가 끼어 있어서
너무 밝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래 저래 힘이 드는데
마음은 더 푸근합니다.

그까이꺼 늦게 가면 어떻고 끌고 가면 어떠랴

살살 업힐하고 나니 이마와 스폰지 달린 고글에
땀이 밴 것 같습니다.

몇 년전 겨울 라이딩을 갔다가 물이 얼어버려 못 마신 기억이 나서
주머니에 배즙 한 개를 넣고 왔습니다.

잠시 쉬는 싱글의 정상에서
배 즙을 이로 잘라서 물고
저 아래 하회(河回)와 같은 계곡을 봅니다.

한 때는 숲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지만
얼마 전부터는 누군가가 그 쪽 나무를 베어내서
개울과 농장이 다 내려다 보입니다.

그 뒤로 전철의 차고를 짓는 공사로
산이 뭉개져 있습니다.

숨을 고르고 산을 내려갑니다.

처음 이 곳을 개척해서 혼자 다닐 때는
길에 나뭇잎이 무수히 쌓여 있었습니다.

요즘 비교적 많은 사람이 다니고
등산을 하는 사람도 가끔은 있다보니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길에 쌓여 있는 낙엽을 치웠습니다.

낙엽이 그대로 있는 것이 좋은데….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게
산을 내려옵니다.

바퀴를 끌며 타는 사람은 그게 좋아서
그렇게 타겠지만
저는 그냥 바퀴를 굴리면서 내려가는 라이딩이 좋습니다.


오늘 라이딩의 목적은 두 개의 지점의 좌표를 찍어 오는 것도 있습니다.

전에 어느 분이 공개를 해서 콩나물과 구글 지도를 겹치게 하여 문제가 없었는데
그게 막히고 부터는 지도와 트랙을 같이 볼 수 있는 맵매칭을 하는데
가능한 먼 곳에 두 지점이 필요하고

그 한 곳과 그 인근의 좌표가 없어서 그걸 얻으러 가는 겁니다.


라이딩이 끝나고 돌아오면
심적 안정을 얻게 됩니다.


그게 없으니 마누라와의 냉전이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이젠 자주 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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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 구름선비님 ~
    자전거타니 기분 좋으시지요 ?
    우리들 나이에 가끔 한끼쯤은 마눌님 점심 못얻어먹을 정도?로 살아도 되지 싶습니다.
    그렇게 가벼운 암투와 자극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살아야 사랑도 식지 않는것
    같습니다.
    전 퇴직 2주째 입니다만 날씨핑게대고 집에서 빈둥빈둥 대다보니 이제 노는게 지겨워지기
    시작 하는군요.
    5학년 늦동이놈이 한문공부 끝났다고 추우니 데리러 오라고 전화왔네요 참 !
    한정거장도 안되는데 ...ㅉㅉㅉㅉ~

  • 남자는...
    해뜨면 무조건 나가서, 해떨어 지고나면 집에 들어 와야 합니다.

    "알아서 먹어"
    아직은 냉전 아닙니다.
    저희 부부는 사이가 아주 좋을때 그런 표현 썼습니다.
    그러니까 두분은 지금 냉전 아닙니다.

    진짜 냉전은
    먹던지 말던지,, 입니다.

    다음단계는
    집에서 밥먹을수 있는 환경 을 싹 없에 버립니다.
    .
    .
    .

    항상 전투모드로 사는 저로서는 .....
    선비님이 마냥 행복해 보이십니다.ㅋㅋㅋㅋ
  • 구름선비글쓴이
    2009.1.15 18:05 댓글추천 0비추천 0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퇴직에 대한 불안함(?)이 좀 있었는데
    몇 년 연장이 되니 그나마 행복합니다. ㅎㅎ

    특별한 재주도 없고
    그냥 이 직장에다 뼈를 묻는다는 생각입니다.

    몇 년 후면
    하늘기둥 형님의 기분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 구름선비글쓴이
    2009.1.15 18:07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
    아지랑이님,
    저는 잠시 '앙탈'을 부리는 거 같은데
    그러다 이사 가 버리면 어쩌실려구요.

    강아지 잘 챙기세요^^
  • 구름선비님 오랜만에 글 남겨봅니다.
    새해에도 소원?성취하시고
    저도 요 몇 일 잔차못탓지요..
    오늘은 퇴근하고 야간 고덕산-일자산까지 간단히 라이딩 하려 하지요.

    그런데 그(성동-양수)곳 50,000:1 지형도 필요하시면
    GTM맵매칭 된놈으로 보내 줄 수 있습니다.
    메일 알려 주시면

    성동-양수 지도 보내드릴께요..
    항상 올려 주시는 좋은 글들 눈팅만 잘 하고 있네요.
  • 50이하 출입금지 분위기가 익어 가려는 듯...ㅋ

    선비님의 애잔한 글 속에 있으면...
    조금은 알고 있는 아지랑이님의 집 분위기와는 묘한 대조를 이루는 듯한

    그렇다고 좋고 나쁘고의 의미는 아닙니다.

    에구 일자릴 구해야 하는데...
    설날은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 구름선비글쓴이
    2009.1.15 18:22 댓글추천 0비추천 0
    안녕하셨어요?
    pharansan형님.

    정말 체력을 타고 나신 것 같습니다.

    지형도 하나 보내 주세요.
    woonsa57@hanmail.net입니다.
  • 구름선비글쓴이
    2009.1.15 18:23 댓글추천 0비추천 0
    ㅋㅋ
    뽀스님
    정말 그런 분위기네요.

    그런데 뽀스님의 그 여유가 부럽습니다.
  • 기둥성님
    파란산님
    선비님
    아지랑이님...

    무탈하시길...^^
  • 구름선비님 지형도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구름선비님
    아지랑이님...
    뵙지는 못했지만 뽀스님도


    무탈하세요..
  • 구름선비님.....동네유지 만나면 간단하게 해결될일을 ^^;;
    조심하세요...다치면 힘들어져요
  • 구름선비글쓴이
    2009.1.15 19:34 댓글추천 0비추천 0
    ㅋㅋㅋ
    스탐님 그건 얼른 잊어 주세요.

    다음부터는 어떤 친구가 어딜 가는지 알아보고 가야겠어요.
    돈 굳게~~
  • 그날은 ....복(???)받은 날이죠
  • 아 잔거 몬탄지 벌써 열흘째.....ㅜㅜ; 꿈속에 자전거 도난당하는 꿈을 꾸고 가위눌려 깨곤 합니다...
  • 뽀스 아우님 ! 반갑 습니다.
    그런디 일자리 구한다니 ?
    무신야근지 ?
    기럼 나하구 또같은 백수 ?
    퇴직한 눔은 백수의 반열에
    끼고 싶어두 못끼는건가 ?
    금명간 서울에 가면
    모다들 한번 한곳에서 뵙시다 .
    왈바 산채? 소굴 ? 에 들려볼까 하는디...
  • 선비님 ~
    아까 선비님 글에대한 감흥에대하여 써보려했지만 생각이 안났는디
    뽀스님 말마따나 애잔함도 있긴한것같고 또 ..또 >> 에~~
    하여간 전글이 짧아서 맘속으로 길고 유식한글이 많은디 써볼려면
    안되구...
    좌우지간 그전보다 길어지고 잔잔하면서도 심오 ?해지는 선비님 글에다
    아지렁이님의 요상한 헷갈리는 요리요리 글에다
    짧으면서도 무언가 그러저러한 뽀스님 글.
    그런디 스카이 키쿠라 짜수 * 은 워디가구 안 나타난다냐?
    다음에 서울갈때 금산 오리지널 막걸리와 인삼튀김 없따!
    왈바님들 일부일만 지칭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다음에 상경할때 게시판에 공지하고 가겠습니다.
    모다들 공지대로 모이시면 막걸리에 인삼튀김 인삼회 ?
    잔뜩 싸가지고 가겠으니 그때 뵙겠습니다.
    어쩌다보니 정식으로 올리지못하고 선비님글에 올려 죄송합니다.
    사실 오능 가족과 함께 한잔 했습니다.
    커~ 기분좋습니다.
  • 오늘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 서하남쪽 오전10시 현재 계속 눈이 쌓이고 있습니다.
    잔차 끌고 산으로 나가고 싶은 날입니다.
  • 나도 저런 날이 곧 닥칠텐데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 알아서 잘 챙겨 먹습니다
    이제 서서히 마눌 님에게도 자유를 줘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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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80 힘줄 늘어나 고생 해 보신분들~ trek4u 2004.07.28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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