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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설

탑돌이2009.01.27 20:54조회 수 708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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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설 얘기 쓰면 뻘쭘할 지 모르겠습니다.

고향 전주에 다녀 왔는데
연휴 첫날인 토요일 아침에 출발하여 9시간 걸렸습니다.
내려 갈때는 지체 되더라도 기분이 나쁘진 않은데
올라올 때 막히면 그 짜증이 더하더군요.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는 거겠지요.

제 아버님은 16년 용띠시니 올해 94세 되셨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상경하여  
철도 노무원으로 일하시다가
육이오 피난내려가 내리 살고 계십니다.

10여년전 어머니 돌아가시고 내 혼자 사시다가
3년전 넘어져 대퇴골 골절사고를 당한 뒤
이젠 누군가가 모셔야 한다는 과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슬하에 5남 3녀를 두셨지만
누구하나 선 듯 모시겠다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우여 곡절 끝에
'당신에게 편할 것'이라는 핑게로
요양원으로 모셨지요.

워낙 자존심이 강하신 분이라
'시설'에 적응하지 못하시는데다 가벼운 치매 증상까지 보이게 되자
결국 3째 형님이 자원하여 모시고 계십니다.

제가 형수님께 "어른 뒷바라지에 얼마나 고생하세요?"라고 말합니다.
그분은 "식성이 얼마나 좋으신지 몰라요"라며 짧게 대답합니다.
이제는 식욕도 없어질 나이도 되었건만, 얼마다 더 사실려고 식욕이 그리 왕성한지
모르겠다는 투정으로 들립니다.

옆에서 형님도 "참 식사는 잘하셔어~ 소화도 잘시킨당게에~"하시면서 거듭니다.

아버지와 단둘이 남아 여쭙니다.
"요새 무슨 생각이 나세요. 어머니? 옛날 자식들과 한집에서 살던 때?"
"아무 생각도 안나..그저 멍하지 있지. 어떻게 하면 편하게 죽을 까 그저 그 걱정이여
이러다가 아플까 겁나. 안아프다 죽어야 할텐데....."

8남매를 빠지지 않게 키우시고, 지역사회에서 호령하며 사시던 아버님도
이제는 죽음을 인지한 맹수처럼 어두운 방안에서 시체처럼 누워만 계십니다.

저는 따스한 봄이 오면 꽃구경 시켜드리겠노라는 지켜질지 모르는 약속과
형수님게 얄팍한 봉투를 쥐어 드리고는 도망치듯 서둘러 상경하였습니다.

제 마음 속에는 천근 무거운 추가 들어 있어 쉬임 없이 제 가슴을 눌러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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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연세가 많으시군요 돌아서 오실때 마음이 편치 않으셨을 듯 합니다
    저희 큰 아버지도 제가 결혼 하던 해에 뇌졸증으로 쓰러지셔서 10년 째 병원에 입원해 계십니다
    덕분에 사촌 큰 형님 과 형수님이 많은 고생을 하시는데 주위에서 고생하시는 가족들도 힘들겠지만 병원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만 계시는 모습을 보면 살아 계신게 오히려 더 큰 고통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군요 그나마 몸을 움직일 수 있을때 부지런히 부모님 모시고 세상 구경도 시켜드리고 자주 찾아 뵙는게 도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 모시는분이 얼마나 힘이들지 생각해 봅니다
    나두 이제는 나이가 들어 가는데
    노인들을 보면은 미래의 내 모습을 보는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 마음이 무겁습니다.
    언젠가 조금 언짢은 일이 있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부모를 모시거나 찾아뵙는 일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인 거야"

    그러나 이 당연한 듯한 '권리'가 가족 구성원들의 마찰이나
    다른 여러 요인들로 인하여 마치 의무처럼 변질되고 있는데
    저 역시 그런 면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해서 한스럽습니다.

    "하루 죽 한 끼로 연명할지언정 네 옆에 있는 게 마음 편하다"

    아버님께선 늘 위의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곤 하셨지요.
    효도를 기약한다는 게 말짱 허울이고 기만입니다.
    늙으신 부모는 결코 기다려 주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기에 초조함만 더해가는 요즘이올시다.




  • 설날이라서 시어머니가 오셨는데
    오셨길래 같이 살자고 하였는데 어머니는 마음을 못정하겠나 봅니다
    그래도 같이 살자는 말이 좋았는지 곧 오신다고 하였는데
    옆지기가 어머니때문에 행복하답니다
    나는 늙으막에 시집살이를 하게 생겼는데
    이때껏 시집살이 안한것에 감사를 드리며
    옆지기가 행복하다니 그것에 만족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
    그래도 마음은 조금 이상합니다
  • 연로하신 분들이 대퇘부 골절로 누워계시다가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제 형제들이 모여서
    부모님 세대를 얘기하는데....
    원적이 이북입니다. 참!!!고생 많이 한 분 들이지요.

    그분들에 업적으로 우리가 밥은 굶지 않는다고 생각 합니다.

    연세가 많으시니,, 자식으로서 한은 남지 않으시라 생각 됩니다.
    모시는 형수님께 자주 전화라도 하세요.
    고맙다고,, 죄송하다고,,
  • 잔잔한 글.....잘 읽었습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기다려 주시지 않는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기 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은 아무도 계시지 않기에 가끔 먼 하늘을 보게 되더군요.
    설령 당장은 지켜지지 않더라도
    그런 약속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지켜지게 되겠지요.

  • 93세에 돌아가신 저희아버님은 셋째 형수님이 시집 와서 부터 돌아 가실때까지 모셨습니다.돌아가시기 전까지

    기력이 정정 하셔서 형수님이 많이 고생하셨습니다.그래서 제맘에 늘 형수님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이 이렇게 명절을 지나면 더욱 가슴에 새롭습니다.장수하시는 부모니과 더욱 행복한날이되

    길 바랍니다
  • 탑돌이글쓴이
    2009.1.28 20:44 댓글추천 0비추천 0
    형제중 가장 효자였던 둘째 형님이 평생을 기약하고 아버님을 모시고 사셨는데
    그만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이지경이 되었습니다.
    줌마님/시어머니를 모시기로 한 결심..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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