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익어버린 밤이다.
낮동안 촐랑되듯 출렁이던 파도는 어느순간인가 사라지고 밤이되니 바다는 아이스 링크처럼 별빛 달빛을 받아 금빛,은빛 온몸으로 반짝이며 조용하다.
지금 이곳은 우측으로는 육지요 좌측으로는 거대바다 태평양이다. 육지를 옆에 두고 항해를 하게되면 해륙풍의 영향을 받아 밤바다는 낮보다는 순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순한 바다를 항해 하면 삼라만상 온갖 잡념과 걱정은 사라지고 어느 구석에선가 심신을 정화시키는 그 무언가가 나타난다.
그래서인지 난 야간 항해가 좋다.
바다가 주는 포근함과 너그러움에 동화됨과 함께 또 정화되어가는 난 마치 순례자가 순례의 길을 걸으며 심신을 수련하는 것처럼 내 영혼은 하나가 여럿으로 바뀌고 그 여럿의 영혼은 하나하나 구분되어 정화되고 정화된 영혼은 육신이라는 멋진 동반자와 함께 새로운 나로 하나된다. 그런 육신과 영혼은 어느덧 깊은 산 폭포수 아래 도닦는 도인처럼 승화되어 태초의자연의로 귀의하듯 넓고 깊은 바다속으로 스미듯, 그렇게 또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마져 들게된다.
멀리 등대가 깜박인다.
아마도 저 등대를 지나면 잠시 몇일간 휴식을 계획한 시모다항이 보일 것이다.
시모다 항은 항구 입구등 좌측으로는 해경 건물이 보이고 해경 건물을 두고 좀더 지나면 7,8척을 정박 할 수있는 요트 마리나가 있다. 이곳 마리나는 하루 정박료가 3500엔 정도 약간은 부담을 안아야 계류 할 수 있는 곳이지만 이곳 마리나에 정박하지 않는 또하나의 이유는 마리나에서 주유소나 할인매장까지의 거리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동 수단이 두 다리뿐인 내게는 굳이 불편한 이곳보다는 어선과 함께 정박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
마리나를 우측로 꺽어 약 200미터쯤 더 가면 100미터 폭 500미터 길이의 작은 강아래로 이어진 항구가 있는데 바로 이곳이 어선을 정박 해 놓는 맨 끝쪽 항구이다.
어는덧 날이밝아 시모다 항에 도착을 했다.
요트 전용 마리나가 아닌 지역에 정박을 할때는 항상 주의 해야 하는 몇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자리가 비어 있어도 주인이 있는 자리라면 정박 해서는 안된다. 어선들이 정박되어 있는 항구는 늘 정박하게 되는 자리가 있고 어느덧 그자리는 그 어선의 전용자리처럼 굳어져 버리는 경우가 있기때문에 나중에라도 배가 들어오면 빼 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두번째 어선은 대부분 새벽녘에 출항을 하기때문에 어선 옆에 묶어 두었을때는 자리를 비워서는 안된다. 자칫 자리를 비웠다가는 좀 심보가 괴씸한 어선을 만나면 내 배는 바다 한가운데 둥실 떠있는 신세로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세번째는 어선은 요트보다는 수심이 낮은 지역에도 계류 할 수가 있다. 자칫 무심고 접안을 하다가 수심이 낮아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기때문이다.
처음 접하는 항구는 이런 모든 상식을 무시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시모다 항은 나만의 명당 자리가 있어 항상 이곳 항구를 중간 기점으로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처럼 긴 항구를 우측으로 두고 200미터쯤 걸어가면 돌다리가 놓여있고 돌다리를 건너 우측마을뒤로는 꽤 큰 관광 호텔이 바다를 바라보고 그 멋을 더하고 있고 그 호텔온천은 800엔정도로 크게 부담가지 않는 가격으로 온천을 즐길 수 있어 더욱 좋다.
일일 숙박료도 약 7천8백엔 정도로 호텔의 규모치고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라 가끔은 이곳 호텔에서 숙박을 하기도 한다.
호텔 앞쪽으로는 쯔리 도구야(낚시점)가 있고 그 앞쪽으로는 간단하게 아지잡이를 하는 관광객이 많이 있다.
시모다는 마을 곳곳이 아지를 널어 말리는 곳이 많이 보인다. 이곳은 아지로 유명한 지역이다.
말린 아지 한마리에 약 80엔 정도로 두어마리 구워서 간장에 찍어먹으면 간단한 아침식사는 아쉽지 않게 해결 할 수가있어서.
이곳에 오면 아지 몇마리는 꼭 사먹게 된다.
돌다리를 잇는 도로좌측으로 조금 걸어가면 시모다역이 보이고 역을 중심으로는 제법 큰 할인매장과 호텔, 렌트카 음식점등이 그 규모를 이루고 있다.
먹거리와 여러가지 필수 용품을 구입 할 때는 이곳까지는 항구에서 10여분 걸으면 되기에 간단한 몇가지 물품을 구입 할 일이 있어도 무심코 이곳으로 발길을 꺽게 된다.
이곳에서 요코하마까지 이어지는 국도는 바다를 옆에두고 길게 이어진 드라이브 코스로는 더없이 완벽한 그래서 얄밉고 셈나는 두어시간 거리의 긴 해안 도로가 이어진다.
특히나 벗꽃이피는 봄날에는 도로 전체가 벗꽃나무에 온통 도로가 눈부시다.
일전에 시코쿠 무로도에서 코치까지 해안 도로를 2칸짜리 아담한 전차를 타고 여행 한 적이 있었다.
특별히 넓은 전차 창에서 바라보이는 바닷가 풍경은 여행의 묘미를 즐기는 이유가 충분했었는데 이곳 또다른 지역에서 같은 느낌으로 행복 해 질수 있어 이곳을 찾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몇시간을 휴식을 취하고 렌트카를 빌려 자동차 여행을 계획 해 본다.
먼저 음료수와 초밥도시락 두게 정도를 사서 옆 좌석에 두고... 카메라는 필수다.
중간에 길가에 자동차 쉬게 두고 해변 어딘가에서 바닷바람에 초밥도시락에 음료수로 시장기 매꾸면 이곳또한 추억의 멋진장소가 된다.
혼자이지만 둘이 되어 미친놈처럼 뒷배경을 두고 앞으로는 아내를 그려 찍어보는 풍경사진에 혼잣말로 김-치 라고 해보면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또다른 나만의 여행이 된다.
조금 피곤이 몰려온다. 두어시간 쉬고나면 나만의 멋진 자동차 여행에 들떠 피곤해도 쉽게 잠이 오지 않느다.
바둑이 요트여행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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