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 추위가 좀 풀린 듯 합니다.
야근을 하고 깊은 잠에 떨어졌다가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깨어 난 오후는 한결 머리가 맑습니다.
습관적으로 밖을 쳐다봅니다.
햇살은 며칠 전의 그것이 아닌데
웃음 소리가 나는 것으로 봐서는
그래도 따스한 것이 분명합니다.
먼저 저 멀리 산소가 있고, 비탈 진 밭을 쳐다봤습니다.
노파 한 사람이 밭을 일구고 있습니다.
봄마다 노인 몇 분이 조금씩 밭을 늘리는 것을 보고
'저런 분들은 농사의 추억'에 사로잡혀 있는 분들이 아닐까 하고
실소를 날립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작은 평수의 아파트에 살다보니
주차장 사이 사이가 아이들의 놀이터입니다.
까르르하는 웃음소리의 진원지는
또 주차장입니다.
이제 여섯 살이 될까 말까 한 여자 아이와
그의 언니인 듯 한 아이
그리고 그의 아빠인 듯한 젊은 남자
이들이 내는 소리였습니다.
작은 아이는 하늘색 뼈대에
파란 바퀴,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있고
그 언니는 인라인을 타고 동생의 주위를 같이 달립니다.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아빠를 쳐다보는 것을 보니
이 녀석이 자전거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는 듯 합니다.
내 젊은 시절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는 아빠였습니다.
나름대로 격무때문이라고 치부해 버렸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내 자신이 미련하였나 봅니다.
요즘은 젊은 후배들만 보면
'아이가 어렸을 때 잘 해주라'고 하고 있지요.
어쩌면 젊은 아빠도
쉬는 날 마지못해 어린 딸내미의 손을 잡고
나왔는지 모릅니다.
어찌하였건
자랑스런 아빠가 보는 앞에서
한 바퀴를 돌고
보고 또 보고 하지만
아이의 웃음 소리는 그칠 줄 모릅니다.
카메라가 생각 난 것은 그 때입니다.
부랴부랴 똑딱이만 면한 카메라를 꺼내 듭니다.
화각을 보니 자세히 묘사하기는 글렀습니다.
그래도 눌러댑니다.
뺄셈이 안 되면 어때!!
(사진은 뺄셈이라고 합니다. 화면에서 지저분한 것들을 제거하고
남은 것만 찍는 거지요.)
사진을 편집하고
또 밖을 내다 봅니다.
아이들과 아빠가 안 보입니다.
하늘을 쳐다보니
황사가 좀 있는 듯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아파트 위 뺴끔한 하늘 속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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