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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힐 단상

탑돌이2009.03.15 20:30조회 수 1713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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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질 3년째부터 업힐이 좋아졌다.
"좋아 졌다"는 말인즉슨,,
그 치열한 고통을 말하는게 아니다.

업힐은 사색의 기회다.
코풀고 닦을 시간조차 부족한 현대 생활에서
짧게는 5분..길게는 30여분의 시간..
오로지 나만을 위한 사색의 공간이다.

마침밥도 먹지 못하고 서둘러 등교한 자식들
아내의 힘들어 하는 일상
은퇴 후 무엇을 하면서 소일할 것인가
미구에 다가올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이러 저러한 상념으로 인하여 업힐의 고통은 자리를 비켜간다.

업힐은 또한 자전거와의 대화의 시간이다.
"스포크 장력이 풀렸나봐요"
지난 가을부터 삐걱거리는 휠셋의 하소연이다.
스프라켓은 변속시마다 퉁퉁튄다.
체인이 늘어 났던가 아니면 코그가 너무 닳았다는 신호다.
페달은 "끌그덕 삐걱"거리며 오일이 말라 버렸음을 경고한다.
앞 타이어는 향단이 엉덩이 마냥 좌우로 흔들흔들,,차마 보기가 민망하다.
핸들바 그립이 헐렁해 졌는지 힘을 쓸때마다 돌아간다.....

업힐은 인내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고통이 엄습할 때면 나는 페달링 로테이션을 센다.
100회전을 10번 반복할때보다 더 긴 깔딱고개를 아직 만나 보지 못했다.

나는 업힐에서 좌고우면하지 않는 충성심을 배운다.
오로지 앞을 보며, 앞 타이어의 트레드를 살피면서
페달링에 열중하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업힐을 통해서 나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은 결코 위험하지 않은 길임을 배운다.

신나는 다운힐이 아드레날렌 분비를 촉진할지는 모르나
나의 정신을 이처럼 맑고 풍성하게 해 주지는 못하리라.

호압사, 청계산, 우면산, 남한산성, 유명산,,,,,
지금껏 경험한 업힐들은 나의 사색의 깊이를 더해 주었다.

+++++++++++++++++++++

그런데...
얼마전 불암산 천보사 업힐을 경험하고 난뒤
업힐도 업힐 나름임을 깨닳았다.

1km 남짓, 10여분간
나는 사색의 사치를 누리지 못했다.
무감각 해 오는 허벅지의 고통만을 느꼇다.
언제나 이 지옥같은 길이 끝나나 원망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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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탑돌이글쓴이
    2009.3.15 21:11 댓글추천 0비추천 0
    거기 가보지 못하신 분들은 제 글을 이해하지 못하실듯 하군요.
    다만 상상만 할뿐 ㅋㅋㅋ
  • 그 어려운 걸 왜 하세요?
    아랫것들 시키시지~~ ㅎㅎ
  • 업힐의 의미를 그렇게 부여하시다니...
    역시 고숩니다...ㅋㅋ

    언젠가 뵐 날이 있겠죠...? ㅋ
  • 자, 이제 천보산 불암사로...

    =3=33
  • 수리산 안양쪽 병목안 레이다기지코스와 남양주 운길산 수종사가 가본데 중 나름 빡쎄던데
    이곳과 비교해서 어떤지요?

  • 멎진 글입니다.
    공감이 많이됩니다.
    특히 "업힐을 통해서~배운다"라는 글귀가
    참 인상적입니다.
    평소 자전거를 타시는 분들의 마음을 잘 대변한 들 같습니다.
    그런데 천보산이 어디있는건가요?
    제가 군복무 시절에 알고있는 그 천보산인지? 궁굼하네요.
    (그땐 오리콘 진지가 있던 산인데)
  • 이제 하산 하시죠~~ 깨닮음을 얻으셨습니다. 스님께서 짚신은 신겨 내려보내셨군요
    그렇담 이제 안장에서 내리셔서 걸으시길... 저 또한 오르막에서 인생을 배웠습니다
    비가 내친구가 되어주고 눈물을 흘리며 강원도 진고개를 넘으니 세상살이 별것 아니구나 세상천지가 내 손바닥안이구나 하고...
  • 제가 경험해본 업힐 난이도를 보면은 남산(깔딱포함) 10이라고 한다면 도선사가 11, 수종사가 12, 천보사가 12.5 정도로 생각됩니다. 헬리우스 대회열리는 축령산은 11.5정도입니다.
  • 천보사가 있는 위치는 불암산 남양주쪽 불암사 옆에 있습니다. 삼육대 후문을 지나면 5분 정도의 거리가 있습니다.
  • 제가 실수했네요.
    불암사가 아니고 천보암입니다.
    천보암은 천보산 자락에 있는 곳으로서 의정부에서 축석고개를 넘기 전,
    신도로와 구도로로 갈리는 곳이 있는데 거기 몇 백미터 못 미처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서 조그만 마을로 들어가는 길로 들어가서
    왼편에 있습니다.

    아마 천보산 천보암이 불암산 천보사보다 약간 더 힘이 드는 곳일 겁니다.
  • 청죽님....불암산 천보사를 안가보셨군요...
    다녀오시면 그런말씀 못하실겁니다...^^
  • 안 가본 건 맞는데
    두 군데 다 오르신 분이
    천보암이 더 오르기 힘들다고 하더군요.ㅋㅋㅋ
  •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재밌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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