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천보산을 탔습니다. 황사가 이토록 지독한 날에 산이, 자전거가 뭘 그렇게 좋은지 쿨럭~. 저 화상이 신고 있는 자전거용(우헤헤) 신발이 4년째 겨울에 신고 댕기는 털신입니다. 평페달에 아주아주 부드럽게 찰싹 달라붙는 느낌이 아주 그만이죠.켈켈. 앞으로 6년 더 신어서 10년을 채워도 끄덕없을 듯합니다. 이 신발을 추천해 주신 교수님 왈, "평페달에 도드라진 핀이 몇 개인지 느낌으로 셀 수 있다구"(ㅡ,.ㅡ)
사람 못 알아보는 이 화상이 오늘도 역시 한 건 했습니다.
천보산을 내려와 집으로 향하던 중에
새로 생긴 자전거포가 있기에 들어갔더니
비슷한 또래의 그러나 초면인 중년께서
뜻밖에도 절 아시는지 반가이 맞으시면서
"아이고~ 청죽님 그간 살이 많이 찌셨네요?"
"아 예. 좀 쪘습니다. 절 어찌 아시는지요?"
"예전에 자주 뵈었잖습니까?"
"아 예.(아이고 생각이)"
커피도 내어 주시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 시간여 정도 흘렀을 무렵,
"경기도 안 좋은데 샵을 차리셨군요.
아무쪼록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엥? 저는 주인이 아니고 손님으로 온 건데요? 핫핫핫"
"헉~ 아이고 이런 실례를.. 죄송합니다. 크크크"
"괜찮습니다. 저도 사람 알아보는 눈썰미가 없어 늘 그런답니다"
그렇게 30여 분이 더 흐르는 동안 그냥반을 기억하려고
속으로 악전고투를 하다 보니 어디서 만났는지
어렴풋이 떠오르는 겁니다.
작년에 라이딩 중에 만나 꽤 오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서너 번 이상을 만난 분이라는 사실이 떠오르면서
미안한 마음에 그만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더군요.
"아이고 참내~ 이제 생각이 났습니다.
이거 너무 죄송합니다.하하하.
이게 다 눈에 낀 벼멸구 탓이니 너그러이 용서하십시오."
"괜찮습니다. 저도 중증인데 더 중증이신 분을 보니
갑자기 희망이 생겼습니다. 으핫핫핫"
"......"
지금은 마누라 친구들도 제 실상을 잘 알아서
자자했던 원성이 많이 수그러들었습니다만,
예전엔 마누라에게 저의 집에 자주 놀러왔던
마누라 친구 아지매들의 항의가 꽤 잦았답니다.
"집 신랑은 왜 그렇게 도도하대?"
"왜?"
"인사를 두세 번씩 해도 안 받으시고
뻣뻣하게 그냥 지나가시니 속상하지 뭐야.
한두 번도 아니고 여나무 번이나 그러시니 원~"
"호호호..알겠다. 그냥반 원래 눈 뜬 장님이다. 호호호"
저야 뭐 집에서 여러 번 보긴 했어도
장소만 바뀌면 귀신같이 생면부지로 보이는
벼멸구 낀 눈의 특성 탓에
당연히 제게 하는 인사로 보이지 않고
의당 제 뒤에 오고 있는 누군가에게
아지매들이 인사를 건네는 줄 알았죠 뭐.
궁시렁궁시렁.
그래도 좋은 건 있습니다.
자주 가 본 싱글코스도 늘 신천지처럼 새롭습니다. 푸헬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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