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벼멸구 때문에...

靑竹2009.03.17 22:50조회 수 830댓글 11

  • 1
    • 글자 크기




▲모처럼 천보산을 탔습니다. 황사가 이토록 지독한 날에 산이, 자전거가  뭘 그렇게 좋은지 쿨럭~. 저 화상이 신고 있는 자전거용(우헤헤) 신발이 4년째 겨울에 신고 댕기는 털신입니다. 평페달에 아주아주 부드럽게 찰싹 달라붙는 느낌이 아주 그만이죠.켈켈. 앞으로 6년 더 신어서 10년을 채워도 끄덕없을 듯합니다. 이 신발을 추천해 주신 교수님 왈, "평페달에 도드라진 핀이 몇 개인지 느낌으로 셀 수 있다구"(ㅡ,.ㅡ)



사람 못 알아보는 이 화상이 오늘도 역시 한 건 했습니다.

천보산을 내려와 집으로 향하던 중에
새로 생긴 자전거포가 있기에 들어갔더니
비슷한 또래의 그러나 초면인 중년께서
뜻밖에도 절 아시는지 반가이 맞으시면서

"아이고~ 청죽님 그간 살이 많이 찌셨네요?"

"아 예. 좀 쪘습니다. 절 어찌 아시는지요?"

"예전에 자주 뵈었잖습니까?"

"아 예.(아이고 생각이)"

커피도 내어 주시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 시간여 정도 흘렀을 무렵,

"경기도 안 좋은데 샵을 차리셨군요.
아무쪼록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엥? 저는 주인이 아니고 손님으로 온 건데요? 핫핫핫"

"헉~ 아이고 이런 실례를.. 죄송합니다. 크크크"

"괜찮습니다. 저도 사람 알아보는 눈썰미가 없어 늘 그런답니다"

그렇게 30여 분이 더 흐르는 동안 그냥반을 기억하려고
속으로 악전고투를 하다 보니 어디서 만났는지
어렴풋이 떠오르는 겁니다.

작년에 라이딩 중에 만나 꽤 오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서너 번 이상을 만난 분이라는 사실이 떠오르면서
미안한 마음에 그만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더군요.

"아이고 참내~ 이제 생각이 났습니다.
이거 너무 죄송합니다.하하하.
이게 다 눈에 낀 벼멸구 탓이니 너그러이 용서하십시오."

"괜찮습니다. 저도 중증인데 더 중증이신 분을 보니
갑자기 희망이 생겼습니다. 으핫핫핫"


"......"



지금은 마누라 친구들도 제 실상을 잘 알아서
자자했던 원성이 많이 수그러들었습니다만,
예전엔 마누라에게 저의 집에 자주 놀러왔던
마누라 친구 아지매들의 항의가 꽤 잦았답니다.

"집 신랑은 왜 그렇게 도도하대?"

"왜?"

"인사를 두세 번씩 해도 안 받으시고
뻣뻣하게 그냥 지나가시니 속상하지 뭐야.
한두 번도 아니고 여나무 번이나 그러시니 원~"

"호호호..알겠다. 그냥반 원래 눈 뜬 장님이다. 호호호"

저야 뭐 집에서 여러 번 보긴 했어도
장소만 바뀌면 귀신같이 생면부지로 보이는
벼멸구 낀 눈의 특성 탓에
당연히 제게 하는 인사로 보이지 않고
의당 제 뒤에 오고 있는 누군가에게
아지매들이 인사를 건네는 줄 알았죠 뭐.
궁시렁궁시렁.

그래도 좋은 건 있습니다.

자주 가 본 싱글코스도 늘 신천지처럼 새롭습니다. 푸헬헬.





  • 1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1
  • 맨 마지막에 하신말씀
    확~ 제 가슴에 와서 닿네요
    제가 길눈이 어두워서 수십번을 같은곳을 가도 항상 새로운곳에 온것 같습니다
    같은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
  • 靑竹글쓴이
    2009.3.17 23:16 댓글추천 0비추천 0
    줌마님께서도 그러시다니
    ㅎㅎ 저도 반갑습니다.

    '벼멸구 클럽' 결성할까요?
  • 음....................해당사항이 없어서~~~~
  • 벼멸구 크럽에 아들아이 데리고 나가도 될까요 ^^
    만만치 않을 텐데.........
  • 어디에 있더라....벼멸구약이 ㅋㅎㅎㅎㅎ
  • 벼멸구는 아닌것 같고, 아마도..... "천재성"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예전에 발명가 에디슨이란 분도 밥먹고 식당나오다 만난 지인 따라서 다시 들어가 밥먹었다는(좀 전에 식사 마치고) 얘기도 있구요 ^^
  • 가끔은 ....어디선가 본듯한데
    누구인지 생각나지 않아서 난처할때가 있죠
    그런일이 너무 자주 있다보면 참 난감하죠
  • 쩝...저도...청죽님 뵌지 꽤 되었으니....
    지나가다 만나도....뉘신지....하는 것 아닐런지.....

    저 털신....독립군(??)시절부터 신었다는???....그 신발???
    아직까지 잃어 버리지 않고 있는 것 보면....
    청죽님..아직 창창하시네요...헷!!
  • 다른 건 몰라도
    길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같군요.
    처가집에 가는 길이
    갈 때마다 다른 코스였던 1人 ㅋㅋ~~
  • 저저~저~ 털신 !
    좋은정보 감사 합니다.
    그라고보니 동기동창 입니다 그려~
    천재는 건망증에 사람눈어둡고 , 길눈어둡고.--======================(자기변명)
  • 근디 저윗분이 청죽님 맞긴 맞는건가유 ~
    일전에 본 사진모습 하고는 완전 다르신분 ?
    정말 멋있고 잘생겼다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105
188103 raydream 2004.06.07 389
188102 treky 2004.06.07 362
188101 ........ 2000.11.09 175
188100 ........ 2001.05.02 188
188099 ........ 2001.05.03 216
188098 silra0820 2005.08.18 1474
188097 ........ 2000.01.19 210
188096 ........ 2001.05.15 264
188095 ........ 2000.08.29 271
188094 treky 2004.06.08 264
188093 ........ 2001.04.30 236
188092 ........ 2001.05.01 232
188091 12 silra0820 2006.02.20 1565
188090 ........ 2001.05.01 193
188089 ........ 2001.03.13 226
188088 물리 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 물리 쪼 2003.08.09 215
188087 물리 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 아이 스 2003.08.09 245
188086 글쎄요........ 다리 굵은 2004.03.12 540
188085 분..........홍..........신 다리 굵은 2005.07.04 712
188084 mtb, 당신의 실력을 공인 받으세요.4 che777marin 2006.05.31 1505
첨부 (1)
천보산_005.jpg
970.3KB / Download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