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거의 마시지 않게 된 커피가 하루 치사량이 60잔이란다. 커피를 너무 좋아해서 하루 36잔을 마신 일도 있고 스무 잔을 넘긴 건 태반이었다. 아무리 마시지 않아도 열댓 잔은 보통 넘겼으니 반쯤 죽어 살았다는 이야기인데 혹시 내가 좀비가 된 건 아닐까? (꼬집꼬집)
십여 년 동안 감기약은 물론 주사도 한 번 맞지 않았다.
물론 도중에 감기 기운이 있던 적도 있지만
원래 약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냥 버티곤 했는데
심하게 감기 몸살을 앓는 일은 없었고
자전거로 한 바퀴 돌면 언제 떨어졌는지 모르게
감기 기운이 슬며시 떨어져나가곤 했었다.
무료 건강검진 통지서가 와도 보는둥마는둥
한 켠으로 팽개치고 5년 동안 한 번도 받지 않았는데...
몇 달 전의 일이다.
밤을 꼬박 샜는데 아침이 되니 산악자전거 라이딩을 가자는 전화가 왔다.
늘 졸립고 피곤한 가운데 싱글코스를 찾아 라이딩하는 일이 다반사라
좀 피곤하긴 했지만 전화를 받고 그날도 예외없이 나갔는데
그날 따라 유순하신 동행인 갑장께서 코스 개척이랍시고
가시나무 등의 관목이 우거진 험한 길로 종일 날 휘두르시는 거다.
아무튼 집으로 돌아오니 전신이 다 쑤셨는데
초저녁에 잠시 졸음이 오는가 싶더니 이내 달아나고
머리는 지끈거리는데 잠이 통 오지 않는 바람에
티비를 켜고 박지성이 출전하는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보면서
그만 연이틀 날을 새고 말았다.
결국 이틀을 새고 난 날 밤이 이슥해지고 나서야
지친 몸이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는지 곤하게 잠들었었다.
그런데 며칠 뒤에 또 이런 현상이 나타났고
똑같은 현상이 대여섯 차례나 반복이 되는 게 아닌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예전에 장돌뱅이 시절에
시장 동료들과 포커판을 벌여 만 3일하고도 6시간을(78시간ㅡ,.ㅡ)
버틴 기록이(기록은 무신~) 있던 건 물론이고 당구나 볼링, 바둑 등의
잡기란 잡기를 워낙 즐겨서 밤을 새는 일을 밥먹듯했는데
당시야 젊음이 있어 그런대로 버틸 만했으니 그랬겠지만
나이가 드니 몸의 신호 체계에 이상이 온 것 같았다.
유일하게 앓는 지병인 손,발에 나는 피부 알러지가
자전거를 열심히 탈 땐 조용하더니
증상이 도졌는데 쉽게 낫던 것이 왠지 잘 낫지 않아
예전과 다르게 신경이 쓰이며 내심 놀라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 갔더니 카페인도 줄이고, 담배도 끊고,
밤잠을 많이 자고, 과일을 많이 먹어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란다.
평소 조금만 신 맛이 나는 과일을 먹으면 거부반응이 심해
좋기는 커녕 과일을 싫어하는 편이어서 여간해서 먹지 않던 스타일인데
아마도 체내에 비타민(주로 비타민 c)가 지나치게 부족할 수도 있다는
소견이라 추천해 주는 종합비타민 재제를 한 병 샀다.
우선 하루에 열댓 잔을 마시는 커피를 끊었다.
어려서부터 물을 여간해서 마시지 않는 습관이 들었는데
그런 습관도 좋지 않은 것 같아
괜찮은 듯 보이는 생수를 택해서 한 박스 사서 마시기 시작했다.
2리터 들이 한 병에 950원 꼴이나 조그만 생수병에 든 걸로
사는 것보다 가격이 훨씬 싼 건 물론이고
비용이라야 하루 2리터씩 마셔도 커핏값으로 들어가는 비용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니 괜찮은 선택이었다.
가장 어려웠던 일은 엄청나게 먹어대는 야식을 금하는 일이었다.
보통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대충 때우고 저녁부터 대식이었다.
먼저 금연에 2년반 동안 성공했을 때 생긴 야식 습관인데
그 양이 동면에 들어가기 전의 곰들 수준으로 먹어댔다.
덕분에 60킬로그램이던 체중은 현재 74킬로그램에 복부 비만이다.
처음에는 물을 마시는 일이 쓴 탕약을 마시기라도 하는 것처럼 어려웠지만
천천히 습관을 들이니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게 하루 2리터를 꼬박 마신다.
그렇지만 밤에 잠을 자는 동안에는 몸도 이런 저런 교통정리와 체내에 필요한
영양소들을 저장한다던가 하는 등의 긴요한 직무들을 수행해야 하니
물을 마시는 양을 확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여 가급적 마시지 않았다.
밤잠을 제대로 자는 일은 5일 정도 지나니 정상궤도에 들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완전 소등을 하고 무조건 자리에 들었더니
말똥거리는 눈으로 버티는 것도 어느 정도, 이내 피로감이 몰려오면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 수 있었는데 아침 6시에 알람을 맞췄더니
별 어려움이 없이 알람이 울리는 순간이나 그 직전에 눈이 떠졌다.
더 다행인 건 소변을 보러 밤에 화장실에 빈번하게 다니는 일이
한 번도 없이 아침까지 그대로 잘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자! 이제 밤잠을 정상적으로 자게 되니
거의 20여 년을 걸렀던 아침밥을 챙겨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을 잘못 만난 몸에 20여 년을 굶은 아침밥이 들어가니
경황이 없는지 받질 않아서 밥알이 모래알을 씹는 것처럼 지걱거렸다.
그래! 얼큰한 콩나물국에 한 술이라도 말아서 우선 먹어 보자!
그렇게 억지로라도 먹으며 20여 일이 지나자
점점 아침에 먹는 밥이 몸에서 익숙해졌는지
꽤 맛있는 입맛으로 환영해 주는 거다. 움하하
또 실천한 게 두 가지 더 있다.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많이 하게 된 것이 그 하나이고
인공 조미료를 철저하게 배제한 것이 나머지다.
찌개나 국 등을 끓일 때 조미료 대신 다시마와 멸치를 넣고 끓여서
육수를 만든 다음 찌꺼기를 걸러내고 거기에 재료를 넣고 끊였는데
오랜 세월 인공 화학조미료에 익숙해진 미각인지라
어딘지 모르게 씁쓸하고 밋밋한 맛 같아서 서운함이 있었지만
그렇게 며칠을 꾸준히 먹다 보니 음식에서 우러나는 미묘한 맛이
달라진 미각을 통해서 좀 더 섬세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화학조미료와 설탕과 지나치게 짜게 먹는 습관은
결국 사람이 가진 미각을 아주 무디게 만든다고 한다.
어지간한 맛은 점점 잊어서 느끼지 못하고 그냥 넘어간다는 이야기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그릇을 받아 놓으니
예전에 꽁보리밥에 고구마로 끼니를 줄창 때우던 시절에
부잣집 담벼락 옆을 지나며 애절하게(?)맡았던
까맣게 잊고 있었던 쌀밥의 향기를 그대로 재현이라도 하듯
후각을 통하여 들어온 밥냄새가 온몸의 세포를 두드려 깨우니
오랜동안 잊었던 소중한 무엇인가를 되찾은 듯
밥 알갱이 하나하나가 갑자기 소중하게 느껴져 음미하듯 먹게 되었다.
이제 아침을 저녁처럼 맛있게 먹으니 즐기던 주전부리도 없어졌다.
인스턴트 식품이 도무지 믿고 먹을 만한 게 없다는
강박관념이 요즘 부쩍 심해진 탓에 쉽게 금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음식에 인공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으니
"에이~ 맛 없어!! 맛이 이상해!!"
하면서 툴툴거리던 아이들도
"어? 자꾸 먹으니 괜찮네?"
하면서 이젠 곧잘 먹으며 적응한 것 같다.
그까짓 게 다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장모님이나 마누라가 지어다 주는 보약을 한사코 먹지 않던 내가
난생 처음 건강을 염려하여 한 달여를 이렇게 살았다니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참 신기하기도 하지만
작년까진 만 나이로 40대라고 내심 우기다
이제 만으로 50을 넘기고 나니 새삼 걱정이 되긴 된 모양이다.
휴~~~~~~~~~~~~~~~~~~~ ㅡ,.ㅡ
한 달여가 되니 좋은 현상이 또 나타났다.
피부 알러지가 거의 다 수그러든 건 물론이고
지독한 커피광에 지독한 헤비스모커에
하루 평균 세 시간 정도 잠을 잔 위인이라서 그랬는지
화장실만 가면 대체로 고생이었고 변색도 푸르거나 까맸었다.
어떤 날은 하루에 서너 번 볼일을 시원찮게 보기도 하고
어떤 땐 사나흘 동안 한 번도 가지 않을 정도로 아주 불규칙했는데
이제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에 가면 시간도 짧고 아주 시원하다.
게다가 색깔도 황금색으로 변했다. 움하하.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을 죽도록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평생 남을 돕는 일에는 소극적으로 일관했던 삶이라
좀 더 건강한 몸으로 오래 살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몸으로 때우는 봉사라도 할 욕심이 부쩍 드는 요즘이다.
에고~ 위인이 理財(이재)에는 거의 장님 수준이라
살림이 곤궁하니 물질적인 봉사는 엄두를 못 내니 한이다.흑흑
자! 이제 담배를 끊는 가장 어려운 일이 남았다.
열댓 번 정도 좌충우돌하면서 시도했지만 아직 실패 중이다.
(더 구슬프게) 흑흑흑!!!
아무튼 기다려라. 금연의 세계야!!!!
(끙! 그래도 51이면 아직 젊은데...靑竹 다 죽었다 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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