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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배낭의 반란

靑竹2009.04.05 17:20조회 수 973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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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빨간색이 밑둥에만 겨우 남았다.^^
                  


재작년에 디카를 잃고 오늘 휴대폰을 잃었다.

생활자전거를 탈 땐 딸아이가 쓰다가 버리려고 내어 놓은
책가방을 배낭이랍시고 메고 다녔는데 그런대로 편리했었다.
산악자전거에 입문하게 되면서 빨간색 코나 배낭을 샀는데
색상도 마음에 들었고 오밀조밀한 수납 공간이 용도별로 많아
쓰면서 점점 정이 들어만 갔는데...

십여 년을 주야장천 엄청난 거리를
이놈을 거북이 등딱지처럼 등에 찰싹 붙이고
허구헌 날 싸돌아다니다 보니
그 예쁘던 빠알간 색은 강한 볕과 비바람에 바래서
배낭 윗부분은 칙칙하게 보기 싫은 색으로 변색된 건 물론이고
어깨끈과 옆구리 쪽에 있는 망으로 된 주머니에 있는 스판덱스는
늘어질대로 늘어져 수납물의 지킴 기능을 점점 상실해갔다.

배낭: 주인님! 저 이제 쉬고 싶소!

청죽: 엥? 아직 창창한 나이 아녀?

배낭: 이제 따가운 햇볓도 지겹고 엄동설한의 바람도 싫소!
        게다가 주인님의 물건들을 붙잡을 힘도 이제 남아 있지
        않단 말이오.

청죽: 그랴! 생각 좀 해 보자구.

그러나 손때가 잔뜩 밴 배낭에 대한 애착이 대단해서
그후로도 라이딩을 나갈 때마다 등딱지에 찰싹 붙이고
데리고 다녔는데 재작년에 배낭이 사고를 쳤다.

싱글 다운힐을 하다가 넘어졌는데
옆구리 주머니에 넣은 디카가 날아가는 걸
요 배낭이란 놈이 잡아 주지 않은 것이다.
사진도 찍지 않은데다가 다음날 라이딩도 없었기에
이틀이 지나서 카메라를 찾았지만 있을 리 만무였다.

속이 많이 상하고 언짢았지만 별다른 추궁은 하지 않았다.
다만 휴대폰을 자주 넣고 다니는 어깨끈 주머니에
페튜브를 잘라 둘러서 전화기기 빠지지 않게 만들었는데
오늘 도락산에서 전화기를 또 날리고 말았다.
(으흐흐흑, 딸아이가 준 건데..이녀석이)

물론 불찰은 내게 있다.
샘내 입구에서 마침 온 전화를 받고 통화를 하다가
고개만 하나 넘으면 불곡산장이 나오기에 거기서 쉴 생각으로

'조금만 더 가면 쉬는데 설마 그 사이에 빠지기야 하겠어?'

방심하며 고무 밴드를 두르지 않은 것이 불찰이었다.
불곡산장에 도착하니 배낭을 내리고 보니 전화기가 없다.
아이고~ 허둥지둥 오던 길을 되밟아 샅샅이 뒤졌지만
사람들과 차량들의 통행이 워낙 많은 길이다 보니
결국 전화기를 찾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모든 게 주인인 나의 불찰이지
사실 이 낡은 배낭의 잘못이 아니다.
그리 멀지 않을 훗날 자전거를 탈 수 없는 날까지
잔뜩 빛바랜 이 배낭을 결코 버리지 못할 것 같다.

(지킬 것이 없어서 뱃속 편한 줄 알았더니
아직도 지킬 것들이 제법 남았던 건가? )


ps. 80년대는 그리 흔하지 않던 휴대폰을 잃으면
     곧잘 주인을 찾아 주던데 요즘은 찾기가 어렵네요.
     엘지 텔레콤에 갔더니 일요일이라 통화정지 신청도
     안 된다고 합니다.
     산길도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동네 안에 있는
     도로에서 잃었는데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도 않고..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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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휴대전화를 잃으면 보통 낭패가 아니지요.
    삼가 조의,,아니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전 왔던길을 되짚어 찾은 경험이 있는데....

    그건 그렇고 배낭을 10년씩이나 지키셨다니 용하십니다.
    엊그제 배낭까지 잃어버린 동호회원님을 봤는데...
  • 흠......작년 요맘때군요^^


    라이딩중 분실한 휴대폰을 되찾다..아주 쉽게
    탑돌이 | 2008·03·29 09:57 | HIT : 800 |


    일전에 잔차타고 퇴근후 배낭에 넣어둔 휴대폰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기절하였습니다

    현대인에게 휴대폰의 의미란ㅡ,.ㅡ;;

    수백명의 전화번호(제게 백업은 절대 없습니다)
    주요 약속 및 일정
    간단한 메모
    그리고 은밀한 문자보관함(?)까지 ㅋㅋㅋ

    5분만에 정신을 차리고 라이딩 루트를 복기하기 시작하였죠

    4km 정도의 야산 싱글
    갈대 숲으로 난 천변 보행자 도로
    근린공원........

    마치 GPS 도로표지처럼 일목요연하게 떠오르더군요
    일테면, 골목길 물웅덩이를 어느쪽으로 돌아서 지나왔는지까지..생생하게

    바로 되집어 나갔습니다. 찾겠다는 일념으로
    밤 10쯤 되었죠 아마...

    약 10분후 찾았습니다.

    제 휴대폰은 근린공원 돌계단사이에 깔린 잔디위에서
    깜빡깜빡 주인에게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더군요

    요즘 계단타는 맛에 빠진 저는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신나게 즐기곤 했는데
    그날 밤 커다란 자연석으로 만든 계단을 타면서
    상체가 심하게 기울어 지면서 배낭 그물망에 넣어둔 휴대폰이 흘러내였던 것이죠

    이후론 귀찮더라도 꼭 배낭 지퍼속에 보관하고 다닙니다 ㅎㅎㅎ

    +++++++++++
    +++++++++++

    또다른 경험 하나

    해외 지사 근무시 분실했던 열쇠뭉치...

    사무실 건물 현관키, 사무실키, 금고키
    자동차키
    아파트 현관키, 보조키....
    아무튼 주먹만한 뭉치였죠

    이것을 골프장에서 분실했었습니다. 그것도 운동을 마치고서야 알게 되었고 ㅋㅋ

    제가 움직인 동선을 회상해 보았습니다.
    한홀 건너 오비, 벙커, 섕크....그런 실타래가 없더군요

    그러나 제가 누굽니까
    이것 또한 금방 찾았죠

    당시 그 골프장은 전동카트를 타는게 아니고 각자 골프백을 끌바,,아니 끌고 다녀야 했는데

    첫번째 홀에서 생크를 내고는 남들이 다 가는 페어웨이로 가지 못하고
    급경사 풀숲을 헤메면서 끌고내려오는 골프백에서 열쇠뭉치가 흘러내렸던 것이지요

    --당시 저는 기적이라 생각했습니다----

    ==========

    창밖에 내리는 봄비를 보며 잠시
    회상에 빠져보았습니다

    회원님들 좋은 주말 되세요

  • 휴대폰이라면 찾으러 가면 되는 것을~~~

    그런 경우면 찾기가 쉽지 않겠네요.

    국가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마음 굳게 먹고 버티세요.
    그 배낭 앞으로 5년은 더 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靑竹글쓴이
    2009.4.5 19:22 댓글추천 0비추천 0
    도락산 싱글코스로 들어가면 사람이 거의 없어 오히려 찾기 쉽습니다.
    그러나 산에 오르기 전에 동네 도로에서 잃는 통에 몇 번 되짚었지만
    없네요.
  • 군대에서 중대장 무전병이 아파서 대신 짊어지고 따라 나섰다가 우덩이게 발을 헛디뎌 겨우 올라왔는데 한참을 가다보니......... 소총이 없어졌더군요....다음은 알아서 생각들 하세요 ㅋㅋ
  • qnRmfjqtmqslek.
    부끄럽습니다. ㅠㅠ
  • 코나 배낭 8만원 (디카 20여만원, 휴대폰 10여만원) 하나는 지켰는데 두개는 못 지켜셨군요.
  • 캬 청죽님 처럼 배낭이 빛바랄때까지 열심히 타야 되는디 아직 그리 타지 못하고 있네요...
    자전거와 배낭을 보면...마음이 아픕니다. 이번주나 다음주까지 재활이 모두 끝나면
    끝짱나게 타봐야 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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