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비오는 날, 머리도 식힐 겸, 시 한 수 읽으세요.

s5454s2009.05.21 10:48조회 수 471댓글 0

    • 글자 크기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 수 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39 Bikeholic 2019.10.27 2898
40560 Re: 트레키님.... ........ 2001.08.06 183
40559 여긴 수안보온천! 아(무)자개 시원합니다. ........ 2001.08.06 183
40558 트레키님.... ........ 2001.08.06 179
40557 Re: 법진님! ........ 2001.08.06 147
40556 지금은 휴가中 2탄.... ........ 2001.08.06 180
40555 Re: 앤직님.. ........ 2001.08.06 192
40554 Re: 저도 다시... ........ 2001.08.06 179
40553 감사합니다 ^^ ........ 2001.08.06 156
40552 지금은 휴가中.....(쎄미고무입수!!!) ........ 2001.08.06 215
40551 Re: 저작권 침해하지 마셔요 ........ 2001.08.06 140
40550 Re: 맞습니다. ........ 2001.08.06 149
40549 거제도 갔다 와서 글 지금씁니다..^^ ........ 2001.08.06 174
40548 다시 ........ 2001.08.06 190
40547 콜진님 너무하는거 아닙니까.. ........ 2001.08.06 167
40546 Re: 혹시 카스를 아시나여 ........ 2001.08.06 147
40545 == 자전거 지하철 갖고타기 대책위원회 설립과 관련하여 == ........ 2001.08.06 274
40544 Re:연기되었다고 합니다. ........ 2001.08.06 172
40543 8월 11일에 대회있는건가여!? ........ 2001.08.06 182
40542 Re: What Sound ? ........ 2001.08.06 231
40541 구테타설이 ? ........ 2001.08.06 265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