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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부상 점검차 자빠링하다

靑竹2009.06.07 23:36조회 수 722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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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까페에서 퍼온 화사한 장미꽃 모습. 그러나 길을 가다 만나게 되는 여느 담장이나 울타리에서 만나던 장미꽃송이들에게서 느끼던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성적 소통의 요소가 빠진 듯한 걸 보면 역시 사진의 한계라고나 할까? 하긴 누가 그랬다. 사진은 자신이 보고 느꼈던 감동을 고스란히 담을 수는 없지만 나중에 사진을 들여다보며 당시의 감동을 기억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된다고 말이다.

 

 

어깨를 다친 지 일년반,

아직도 취침 시 오른쪽으로 눕자면  어깨에 통증을 느끼니

행여 라이딩 도중 나무나 바위에 어깨를 부딪히면 어쩌나 하여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래도 예전부터 비교적 깡다구가 있는 편이라

대차게 넘어져도 찰과상 말고는 그리 큰 부상이 없었는데

예전처럼 심하게 넘어지면서 오른쪽 어깨라도 부딪히기라도 하면

나도 어쩔 수 없이 병상에 누워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늘 조심조심 탄 일년반이었다.

 

내겐 영원한 숙제처럼 아직도 말끔하게 적응하지 못하지만

눈이나 얼음으로 인해 길이 미끄러운 동절기 외의 계절엔

줄다리기를 하는 장정들 틈에 낀 약골 서생처럼

나도 그럭저럭 클릿페달군에 동참하는 시늉은 한다.

 

엊그제 도락산 싱글을 무사히 타고 내려왔지만

운동 부족에다 오랜만에 타서 그런지 피로감이 약간 몰려왔는데

그래도 할 일은 해야겠다 싶었다.

 

다름아닌 요즘 조금 차도를 보이고 있는

오른쪽 어깨 부상부위의 점검이 그것이었다.

신경이 쓰이는 어깨 탓에 라이딩이 워낙 소극적이고 보니

어차피 한 번은 진단하고 넘어갈 과제이긴 했다.

 

 

'그래, 얼마나 호전되었는지 시험해 보자.'

 

출발지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산을 넘으려면

막 내려온 곳에서 임도 쪽으로 거슬러 넘어가야 했는데

동행은 오른편으로, 난 왼편으로 나란히 올라가고 있었다.

우측으로 경사진 길이라 안장을 한껏 뽑은 잔차에서

오른편으로 내려다 보면 낙차가 꽤 커 보였다.

 

'여기서 실험을 해 봐?'

 

'낙차가 너무 큰 건 아닐까?'

 

그러나 역사는 시도하는 사람들에 의해 바뀌는 법,

오른발을 단단히 클릿페달에 고정시킨 채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면서 그대로 과감하게 몸을 기울였다.

 

"어어?"하는 일행의 외침이 들리는 가운데

한낮의 열기에 달구어진 시멘트로 된 빨래판 바닥에

어깨가 착지되는 시간이 왜 그렇게 영원처럼 느껴질 정도로

낭떠러지 같았는지 모르겠다.

 

(악..) <-----너무 아프면 비명이 속으로 숨는다

 

'이거 공연히 점검했나보다.'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먼저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은 다음,

그대로 구르듯  재빨리 몸을 돌리며 어깨로 착지하는

반사신경은 여전했지만 어깨에 느껴지는 통증은 정말 대단했다.

 

"허 이런, 아니 왜 멀쩡하게 가시다 갑자기 넘어지십니까?"

 

하며 놀란 동행이 잔차를 눕히고 달려왔지만

그대로 바닥에 누운 채 꼼짝도 못하고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어깻죽지를 움직일 수 있는지 궁금해

조금씩 꿈틀거려 보았는데 다행히 어디가 부러진 것 같진 않았다.

 

"아이고...제 팔 좀 잠깐만 들어 주세요."

 

동행의 손에 잡혀 철봉에 매달리듯 오른팔을 들고 있었더니

극심했던 통증이 점차 가라앉았다.

통증이 가시면서 가장 먼저 회복한 건 역시 입이었다.

 

"아니,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고산님께서는 왜 멀쩡히 가던 사람 자전거는 끌어당기십니까?"

 

"엥? 제가요? 목격자가 있습니까?"

 

"아, 없으니 문제지요. 당장 고발 들어갈 텐데요"

 

자전거를 타고 몇 킬로미터 거리의 임도를 무사히 넘어 도로로 나오니

재빨리 편의점에 다녀온 동행이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아이스크림을 베어물며 오른팔을 좌우로, 위아래로 흔들어 본 결과

비교적 나쁘지 않은 걸로 봐서 오늘의 점검은 잘했다 싶었다.

 

 

(으흐흐흑..점검은 무신 얼어죽을...)

 

사실은 덜떨어진 인간이 클릿신발에 잔뜩 낀 흙 때문에

클릿이 끼워지지 않는 바람에 왼쪽 페달을 쾅쾅 차며

흙을 털어내려고 하다가 그만 헛발길질을 하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갑자기 넘어진 거지...아이고 어깨야 엉엉) 

 

 

요즘은 한적한 길을 달리다 장미꽃이 보이면

속도를 줄이거나 가던 길을 멈추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작열하는 한낮의 태양이 장미꽃에 숨었다.

 

안그래도 화사한 장미꽃들이

강렬한 햇빛을 제몸에 섞어담아 해석해내는 표현이

화사함의 한계마저 뛰어넘은 듯 처연하도록 아름답다.

 

여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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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靑竹글쓴이
    2009.6.7 23:45 댓글추천 0비추천 0

    (새로 개편된 왈바가 궁금해서 댓글도 달아보고..ㅋㅋ)

     

    사이트 개편 축하합니다.

    고생하셨소 총통님.^^

  • 청죽님.....

    잘못하시면(잘하시면?) 요즘 유행한다는 보험 사기단이나

    그런 비슷한 직업으로 바꾸실 가능성이 농후해보입니다 emoticon

  • 靑竹글쓴이
    2009.6.7 23:55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ㅎ

    그런데 제가 소질은 있어 보입니까?

    (어쩌면 나아갈 길이 열릴지도 모르겠다.)

    =3=333=3333333333

  • 靑竹님께

    드디어

    나아갈길을 아셨네요 emoticon

     

  • 안녕하셨어요?

    글을 읽으면서 너무 무모하시다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ㅎㅎemoticonemoticon

  • 靑竹글쓴이
    2009.6.8 07:24 댓글추천 0비추천 0

    네. 선비님.

    그간 바쁘셨겠군요. 건강하시죠?

    넘어져서 많이 나빠질 줄 알았는데

    며칠 지내고 보니 다행히 별 이상이 없습니다.

  • 청죽님 연세에는.... 뼈가 잘 안붙습니다...

    emoticon

  • 인자요산님께
    음....충격 받으실지도 모르겠는데요 emoticon
  • emoticon 다치 신줄 알았어요...

    다치시더라도 타이핑 할 손가락은 항상 무사하시길 바래요.. emoticon

  • 자빠링은 원래 청죽님 특기 아니셨나요????  헤헤헤....emoticon

  • 자빠링 을 그리 미화할수 있다니???

    입담은 여전하십니다.

    요사이는 투어때문에 의정부에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도락산 까지 피난가게해서 미안한 마음 없지 않았는데

    이제 나와바리 복귀하시죠..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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