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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구름선비2009.06.16 02:12조회 수 86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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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을 헤매다가 일어났습니다.

한 쪽 팔이 저린 것을 보니 모로 누워서
꿈을 꾸고 있었나 봅니다.

꿈의 내용은 다소 교훈적이었습니다.
꿈 속의 '나'는 어느 정도의 출세를 하고 있었고
그 출세의 뒤안길은 미진한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정이나 친구나 그 밖의 일은 챙기지 않는-

꿈 속에서도 처한 현실과 이상 사이를 헤매면서
잃어져 가는 자아를 찾고자 노력하는
그런 내용이었죠.


저는 출세를 하지 못했습니다.
어려운 직장에 다니면서 자신을 위한 투자를 게을리하였고
그래서 진급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면서 살자고 다짐했지만
이룬 것은 없는게 저의 인생이지요.

저의 휴대전화 단축번호의 1번은 직장 전화번호입니다.
그만큼 직장을 사랑하고 열심히 일했지만
출세하고자 하는 욕심은 없었고

자신의 일신을 위하여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하여
'사나이가 할 일이 아니다', '저속하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너무 이상을 꿈꾸면서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꿈 중에서 생각나는 것은
가족과 친구, 이웃들을 잃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니

문득
옛날 고등학교 교과서에 있던 피천득이 옮긴
'가지 않은 길'이 생각이 났습니다.

 

 

가지 않은 길
                                       로버트 리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꺽어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 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070607-8.jpg 

내일은 가지 않았던 다른 길을 한 번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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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스스로 걷기도 하고 가끔은 떠밀려 걷기도 하는 게 길이지만

    걸어보지 않은 길은 때때로 동경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새벽녘에 잠이 깨는 바람에 일찍 배달된 신문을 꼼꼼히 읽다가

    선비님의 글을 접하고 보니

    길이었노라고 생각되는 구석이 없는

    저의 무미건조한 지난 삶의 자취들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 산애서 그 누구도 한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 보았나요?
    안가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ㅋ

    -저번 토요일 산에서 길 잘못들어 없는 길 만들어서 내려온 1인... 아직도 삭신이.....ㅠㅠ

  • 쌀집잔차님께
    저는 늘...갔던 길도 ...가지 안은 길로 보이던듀....ㅎ
  • 문뜩 고교시절 국어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군요. 저도 늘 가슴에 저장하고 있는 아름다운 시입니다. 윤동주의 서시와 함께......^^
  •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입니다....

    예전...고등학교 때....단골 이발소 안의 벽에....노란 색으로 어울려진 두갈래 숲길 그림이 있었고...

    그 위로 이 글이 적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머리를 깎는 동안 내내...이 글을 읽고 또 읽고....생각하고 생각하고...

    지금도 전....제가 살면서 선택하여야만 할 일들 중에서 선택하지 않은 일에 대한

    일들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그것은 지금의 선택에 대한 후회(??)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아무런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에....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그땐 제가 선택했던 '길'이 최선의 길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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