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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날 저녁의 해프닝

구름선비2009.07.09 22:28조회 수 730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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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P84063.jpg 

저녁 식사를 하고 가만히 들어보니
또 맹꽁이 소리가 들린다.

해마다 들리는 맹꽁이 소리인데
오늘은 이놈들의 연주를 녹음해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버스를 타고 다닐 때 쓸려고 산 MP3가 있는데
앞뒤를 재고 산 것이 아니라 마음에 전혀 들지 않는다.
이 놈이 녹음 기능이 있으니 오늘은 처음으로 녹음을 해보리라.

Touch Screen 방식인데 어떤 때는 너무 예민하게 작동을 하다가
또 언제 보면 전혀 먹지를 않아서 눌러대며 짜증을 내게 하는 그런 놈이다.

그냥은 잘 보이지 않으니
돋보기를 찾아 쓰고 불을 켜지 않은 뒤 발코니로 갔다.

맹꽁이 소리는 어두컴컴한 뒤 발코니,
그 아래 초등학교와 아파트 배수구 어디쯤에서 나는 것 같다.

발코니에 불을 켜지 않은 것은 혹시나 내 덜그럭거리는 소리에
맹꽁이가 울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과 귀차니즘(?!!)때문이기도 하다.

그냥 가면 잘 보이지 않을까 봐 핸드폰을 들고 간다.
가면서 핸드폰의 후래쉬를 어떻게 켜는지 연습을 하면서 가는데
"지금 시각은 아홉 시 삼십팔 분입니다"만 연속한다.

 


'아하~~ 그래 이걸 동시에 누른다는 생각으로 눌러야지~~'
그렇게 해야 함을 다시 기억하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는데


이놈의 MP3가 또 속을 썩인다.
분명히 마이크 그림이 나왔는데도 녹음이 시작되지 않는 것이다.
위, 아래, 좌, 우 화살표를 연속으로 눌러 보아도
작동이 되지 않는다.

혹시나 하여 귀를 기울여 보니
맹꽁이도 동맹파업을 한 모양이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맹꽁이가 다시 울기 시작한다.
한 놈은 소프라노에는 조금 모자라는 음색이고,

다른 한 놈은 수명이 다한 콘트라베이스 줄에서 들릴법한 그런 소리다.
아마 부부이거나, 부녀간일지도 모른다.

잠시 행복하게 소리를 듣다가 버튼을 눌러 본다.
'녹음 중'이란다.
영에서 시작해서 숫자가 증가하는 것이 보인다.

기쁘다.

잠시 소리가 주춤하는 사이,
기계를 쳐다본다.
이상 없이 잘 되고 있다.

그렇게 잠시 두 놈의 공연이 끝나고
나는 호기롭게 "컷!!!"을 외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한 손에 MP3를 들고
다른 한 손엔 휴대폰을 들고 있으니
한 손으로 Touch를 해야 한다.

고요히 손을 올려 아까 눌렀던 화살표를 누른다.

아차!!

이놈의 기계가 잘 동작을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손에서 미끄러진다.

어이쿠!!

처음 공중에서 뛰어내리는 공수부대원처럼
손은 허공을 저었다.

순간,

아래를 바라보니
세탁기를 마지막 돌리면서 아깝다며 마누라가 받아놓은 물통이 있고,
내 MP3는 그 물 안에 형광색도 창연하게 빠져가는 중이다.

허겁지겁
다 가라앉지 않은 MP3를 낚아채고
거실로 달려들었다.

"에이~~ C"

머리 위에서부터 발끝까지
있는 힘을 다 짜내 물을 뿌려대는데
이미 형광 푸름은 없고
골치 아픈 이눔의 기기는
일단은 Die했나 보다.

켜면 죽는다는 말을 들었던지라
헤어드라이어를 약하게 틀고

한 번, 두 번
그렇게 잠시 말리고는
컴퓨터 책상 앞에 세워 놓았다.

구멍이 많은 쪽이 아래로….

=====================================

허탈한 마음에 앞 발코니 창을 열어 본다.
개구리의 합창소리가 요란한

건너 저쪽 산,

하늘과 맞닿은 공제선엔 밝은 달이 나무에 걸려 있다.
그 위,

 

 

SH+헬멧 공동구매
 

한참위의 하늘엔 별이 밝다.


어느 집에선가 아이 달래는 소리가 나고
프라이드치킨 냄새가 진동하며 올라오는 것을 보니

 

조금 전 달려나간 오토바이는
닭집 오토바이가 분명하다.

 


 

 

야생화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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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답니다. 달다구요. 마치 꿀을 한 숟가락 입에 넣은 그런 달콤함 말씀입니다.^^

     

    전 언제나 이런 꿀같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에구구... 아까 그 사진이 더 시원한걸요. 그것도 다시 올려주세요.

     

    전 야식이나 먹어주러 가야겠습니다. 오늘 야식은 쌀밥에 알지 못할 쏘쓰에 동그랑땡, 배추김치, 식당에서 조금 더 얻어 온 저녁메뉴에 나왔던 오이짱아찌 무침(맛있었다는)

    그리고 집에서 싸 온 찐감자 몇 알. 라면을 끓여서 국물에 말아먹을까?

  • 십자수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09.7.9 23:09 댓글추천 0비추천 0
    너무 지저분해 보여서 지웠는데
    다시 올립니다.

    과찬이신데 기분은 좋네요. ㅎㅎ
  •  어....

    사진이 추가되고 위치도 바귀어 새로운 느낌을...

     

    어쩌면...

    그렇게 달콤한 글을 쓰실 수 있는지...

    새삼 감탄합니다.

     

  • 오래간만에 납시었습니다.

    안그래도 근황이 궁금 했었는데...

    살아계셨 군요...

  • 그래서 결국 맹꽁이 소리는 사라졌나요? 글을 다 읽고 나니 제가 다 안타까워집니다...^^
  • 부디 한 동네(남양주라는 큰 동네지만) 사는 선비형님의 엠피삼이 살아나서 왈바에서 그 소리를 들어보길 간절히 원합니다.

    전화 때릴까? 살아났냐고? 오늘은 데이근무신데... ㅋㅋㅋ

    글을 읽고 난 후 생각해 보니 제가 한참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사랑했을 무렵-물론 지금도 비오는 날엔 거의 듣고 있는...

    15년 여 전 비가 무지 왔던 성남 신흥동 4층 옥상에서 비 맞아가며 당시 마이마이로 빗소리를 녹음 해 둔 것이 테이프로 있습니다. 물론 어디 있는지는 감감인데 cd든 lp든 절대 버리지 않으므로 어딘가에 있긴 할겁니다.

    녹음해 둔 그 빗소리를 최근에 들은 게 아마도 윤서(99년생) 돌 지나서였을듯...01년 장마철이었을겁니다.

    01년 280 다녀 온 이후에... 내가 이런 빗속을 뚫고 비록 완주는 못했지만...130 즈음에서 접었지만...그랬다고

    그 녹음소리 내 아내가 참 좋아했지요. 대단하다고...아련한...

  • 안양천에 맹꽁이 울음소리가 넘쳐 납니다

    마치 시골길을 가는것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생긴게 궁금해서 자전거를 멈추고 길 가장자리로가서

    물속을보니...개구리 비슷하게 생긴놈이더군요

    쳐다보는 눈길이 부끄러웠는지 눈만 껌벅 거리더니 살금살금 도망가더군요

    신기한듯 쳐다보는데.....조금빠른 걸음으로 산책한던 여자분이

    자전거를 지나치면서 한마디하더군요

    길 막고 뭐하는건지~~~혼잣말이라고 했겠지만 주위에 있으면 충분히 들릴만한 소리로

    ㅎㅎㅎ

    좁은길도 아니고 트럭 두대가 지나가도 될만한곳에서

    길 가장자리에 멈춰있다가 한소리 들었네요(길 중앙에 멈춘것도 아닌데~~)

    걸어가는 사람에게 그런말 듣기는 처음이네요 ㅋㅎㅎㅎ

     

  • 구름선비글쓴이
    2009.7.11 20:09 댓글추천 0비추천 0

    다행히 MP3는 살아났습니다.
    맹꽁이 소리는 제대로 녹음을 마치지 못해서 파일은 있는데
    열리지 않더군요.
    내일도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
    다음 기회에 다시 시도를 해 봐야겠습니다.

     

    댓글 달아 주신,

    십자수님,

    뽀스님,
     

    산아지랑이님,

    ducati81님,

    스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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