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를 하고 가만히 들어보니
또 맹꽁이 소리가 들린다.
해마다 들리는 맹꽁이 소리인데
오늘은 이놈들의 연주를 녹음해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버스를 타고 다닐 때 쓸려고 산 MP3가 있는데
앞뒤를 재고 산 것이 아니라 마음에 전혀 들지 않는다.
이 놈이 녹음 기능이 있으니 오늘은 처음으로 녹음을 해보리라.
Touch Screen 방식인데 어떤 때는 너무 예민하게 작동을 하다가
또 언제 보면 전혀 먹지를 않아서 눌러대며 짜증을 내게 하는 그런 놈이다.
그냥은 잘 보이지 않으니
돋보기를 찾아 쓰고 불을 켜지 않은 뒤 발코니로 갔다.
맹꽁이 소리는 어두컴컴한 뒤 발코니,
그 아래 초등학교와 아파트 배수구 어디쯤에서 나는 것 같다.
발코니에 불을 켜지 않은 것은 혹시나 내 덜그럭거리는 소리에
맹꽁이가 울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과 귀차니즘(?!!)때문이기도 하다.
그냥 가면 잘 보이지 않을까 봐 핸드폰을 들고 간다.
가면서 핸드폰의 후래쉬를 어떻게 켜는지 연습을 하면서 가는데
"지금 시각은 아홉 시 삼십팔 분입니다"만 연속한다.
'아하~~ 그래 이걸 동시에 누른다는 생각으로 눌러야지~~'
그렇게 해야 함을 다시 기억하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는데
이놈의 MP3가 또 속을 썩인다.
분명히 마이크 그림이 나왔는데도 녹음이 시작되지 않는 것이다.
위, 아래, 좌, 우 화살표를 연속으로 눌러 보아도
작동이 되지 않는다.
혹시나 하여 귀를 기울여 보니
맹꽁이도 동맹파업을 한 모양이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맹꽁이가 다시 울기 시작한다.
한 놈은 소프라노에는 조금 모자라는 음색이고,
다른 한 놈은 수명이 다한 콘트라베이스 줄에서 들릴법한 그런 소리다.
아마 부부이거나, 부녀간일지도 모른다.
잠시 행복하게 소리를 듣다가 버튼을 눌러 본다.
'녹음 중'이란다.
영에서 시작해서 숫자가 증가하는 것이 보인다.
기쁘다.
잠시 소리가 주춤하는 사이,
기계를 쳐다본다.
이상 없이 잘 되고 있다.
그렇게 잠시 두 놈의 공연이 끝나고
나는 호기롭게 "컷!!!"을 외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한 손에 MP3를 들고
다른 한 손엔 휴대폰을 들고 있으니
한 손으로 Touch를 해야 한다.
고요히 손을 올려 아까 눌렀던 화살표를 누른다.
아차!!
이놈의 기계가 잘 동작을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손에서 미끄러진다.
어이쿠!!
처음 공중에서 뛰어내리는 공수부대원처럼
손은 허공을 저었다.
순간,
아래를 바라보니
세탁기를 마지막 돌리면서 아깝다며 마누라가 받아놓은 물통이 있고,
내 MP3는 그 물 안에 형광색도 창연하게 빠져가는 중이다.
허겁지겁
다 가라앉지 않은 MP3를 낚아채고
거실로 달려들었다.
"에이~~ C"
머리 위에서부터 발끝까지
있는 힘을 다 짜내 물을 뿌려대는데
이미 형광 푸름은 없고
골치 아픈 이눔의 기기는
일단은 Die했나 보다.
켜면 죽는다는 말을 들었던지라
헤어드라이어를 약하게 틀고
한 번, 두 번
그렇게 잠시 말리고는
컴퓨터 책상 앞에 세워 놓았다.
구멍이 많은 쪽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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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마음에 앞 발코니 창을 열어 본다.
개구리의 합창소리가 요란한
건너 저쪽 산,
하늘과 맞닿은 공제선엔 밝은 달이 나무에 걸려 있다.
그 위,
SH+헬멧 공동구매
한참위의 하늘엔 별이 밝다.
어느 집에선가 아이 달래는 소리가 나고
프라이드치킨 냄새가 진동하며 올라오는 것을 보니
조금 전 달려나간 오토바이는
닭집 오토바이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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