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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나온 괴산고 학생의 아버지입니다.(펌)

aprillia762009.07.26 16:37조회 수 1539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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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죄송스럽습니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이 괴산고등학교를 방문했을 때에

우리 아들이 함께 사진에 찍혀 나오도록 방치하여

결국 본의 아니게 이명박의 사기성 민생행보를 홍보하는 데

일조하게 되었음을 깊이 반성합니다.

 

당혹감과 부끄러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괴산고등학교에 온다는 말을 사전에 듣고도

아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속으로 한탄만 했던 저의 모습에 심히 자괴감이 듭니다.

보다 단호하게 전날 학교에 찾아가 아들을 데리고 나왔어야 했는데..,(기숙사에 있음)

아들도 무척 거북스러운 자리였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방문한 그 다음날 집에 돌아온 아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는 괴산고등학교 학생들의 항변의 글(?) 내용 그대로였습니다.

우선 약 일주일 전부터 학생들에게 청소와 학교단장을 시켰고

방학이라 보충수업비를 내고 학교에 나가 공부를 하는데

그 시간까지 모두 대통령 맞이(?) 준비와 예행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하트와 웃음, 환호.. 모두가 사전에 연습을 통한 작품연출입니다.

(물론 개중에는 대통령을 진심으로 맞이한 학생이 전혀 없지는 않았겠지요.)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고

또한 진실에 입각한 올바른 가치관과 양심을 배워나가야 할 나이의 아이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거짓 웃음과 환호를 (공권력을 동원하여)

억지로 이끌어내야만 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막막해져옵니다.

 

인수위 때는 영어몰입 교육한다고 “오륀쥐~”타령이나 해대고

평준화 폐지니 자사고 육성이니 하는 강부자 고소영 교육정책을 근간으로 밀어부치며

한편에선 아이들의 무상급식비마져 막아버리고

일제고사 부활이니 뭐니 해서 초등학교 아이들까지 모두 경쟁으로 내몰아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어놓고

힘차게 뛰어놀고 다 못한 취미생활도 해야 하는 방학까지 없애버리고는

(우리집 중학교, 초등학교 아이들 방학도 없이 매일 학교에 나가 공부하고 있습니다)

덜컥 찾아와 소외된 농촌학교 위하는 척 아이들하고 사진이나 찍고

정책의 일관성도 없고 앞뒤도 안맞는 이야기 하다가

돌아가서 매스컴에 대문짝만하게 서민위하는 대통령이라고

시기성 홍보나하고..

 

더구나 이날 괴산고 방문과정에 대해

주변 주민들과 당시 이쪽 길을 통행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의 계엄령을 방불케하는 삼엄한 경비와

(공수부대, 전경, 싸이카, 차떼기로 풀어놓은 경호원...)

생색내기 전시행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아파트 빨래 걷어라 방송,

며칠 전부터 면사무소 직원들 동원 화단 풀뽑기, 학교 페인트칠, 새 단장...)

박정희, 전두환 개발독재 시대의 전형을 보여주는 행태입니다.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이런 30년 전 과거의 모습이 사랑하는 나의 고장 괴산에서 벌어진 일이고

더구나 내 아들이 다니는 학교였다고 생각하니 부끄럽고 자괴감이 듭니다.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 생각이 절로 납니다.

주변 비서관들이 인기 올리시려면

재래시장도 찾아가고 농촌도 찾아가서 서민들과 막걸리 나누고

손잡아주는 모습을 알려야 한다고 하자

“내가 찾아간다고 그들의 삶이 달라지느냐?,.

오히려 그 시간에 서민들을 위한 정책 하나라도 더 연구하고 만들자.”

“내가 한번 움직이면 교통통제 해야 되고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공연한 일이다”

라고 하셨던 대통령..

진정으로 서민을 생각하시고 위하시고 함께 눈물을 흘리셨던 대통령..

 

방학 쉬는 기간 중에 때에 아들과 가족들을 데리고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님의 묘소에 찾아가 참배, 속죄하고

향후 이러한 황당하고 치욕스러운 일이

적어도 우리가족 안에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이 반성합니다.

 

참고로 이번에 나쁜 쪽으로 알려지게 된 괴산지역은

나름대로 심지를 간직하고 있는 지역으로

민선 지자체 선거가 있었던 이후로

한 번도 한나라당 군수를 당선시킨 적이 없으며

(현 군수는 무소속)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 김종률 의원을

두 번 연속 당선시킨 지역입니다.

이명박정부가 대운하 사기극을 벌이려 하자

전국에서 최초로 지자체장과 함께 운하반대의 깃발을 올리고

적극적으로 대운하저지 운동에 나서기도 하였습니다.

 

아울러 노무현대통령 서거 이후에

노무현대통령의 삶을 배우고 따르고자 하는

모임을 만들어 작은 실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카페 : 노공이산을 기리는 사람들 http://cafe.daum.net/nogongsarang)

 

이번 괴산고 사건을 계기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고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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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저도 고향이 괴산이고 지금도 1년에 너댓번씩 고향에 다녀오는 사람으로서 미음고생이 심하였으리라는

    생각에 후배에게 위로 말씀을 전합니다.

    저 또한 괴산중 24회, 고교 27회 졸업생으로서 우리 후배들이 너무나 마음아픈 일을 겪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칠 않습니다.

    저도 TV와 인터넷을 통해서나 알게 된 사실이지만 5공때 공군에 복무하면서 제가 겪은

    군생활보다도 더 엄격한 통제를 받으면서 그런 민생홍보용 방송제작을 하였더군요...

     

    그 학생의 아버지도 괴산에서 학창생활을 하였다면 저와 연배도 엇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부디 우리 후배들이 이정부의 민생홍보용 노리개가 아니었다는 자부심과 함께 열심히 공부하는

    괴산의 후배들로서 후세에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멋진 일꾼들이 되길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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