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바 랠리가 끝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고통과 힘듦의 기억은 잊혀지고 김삿갓 계곡의 비경과 고치령에서 마구령까지의 환상적인 싱글길이 그리워집니다. 좋은 행사를 개최하느라 애쓰신 홀릭님과 운영진께 감사드리며 느낀 점과 건의할 점을 올립니다.
모든 행사는 시간이 흐르면 역사가 됩니다. 왈바랠리 역시 3회를 치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왈바랠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도 1, 2, 3회 왈바랠리의 코스 지도를 보면서 감회에 젖곤 합니다. 1회 때의 자개골과 산딸기가 정말 많았던 항골 계곡, 가리왕산, 폭풍이 몰려오는 밤에 태기산을 헤매던 일, 청태산 휴양림의 숙박. 2회 때의 만항재, 태백산 천제단과 백두대간 코스, 엄청난 업힐과 험악한 내리막길이 잊혀지지 않는 선달산, 그리고 쏟아지는 빗속에서 죽음의 공포감을 맛본 내리계곡, 두위봉, 함백산. 3회 때의 기억들. 그 기억들이 생활에 지치고 힘들 때 활력소가 됩니다. 그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인연을 만든 것은 돈주고 살 수 없는 나만의 소중한 재산입니다.
건의하고 싶은 것은
1) 와일드바이크 사이트에 랠리 게시판을 만들어 매 회 기록과 자료들(참가 인원, 완주 인원과 명단, 코스 지도 등)과 후기를 저장하여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도록 해 주시면 어떨까요?
2) 대회의 규모를 조금 더 크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비용이나 운영진의 확보 그리고 지자체와의 협의 등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이 많아서 작은 규모로 개최하겠지만 올해 대회의 경우 예전보다도 규모가 더 작고 급박하게 준비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공지도 급박하여 참석 인원이 적다보니 랠리라기보다는 약간 빡센 동호회 번개라이딩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음은 랠리코스에 대한 건의입니다.
3) 코스를 설계할 때 개척코스는 낮에 넣고 야간에는 도로 라이딩으로 설계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볼 때 1, 2회는 야간에 험한 코스가 포함되어 있어서 난감했습니다. GPS 없이 지도만 가지고 산 속에서 랠리를 진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갈림길이 많아 자칫하면 삑사리가 납니다. 올해 김삿갓 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의 경우 GPS없이 길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휴식년제가 실시된지 3년이 되었기 때문에 길이 보이지 않았음) 만약 이 코스를 야간에 통과하게 했다면 완주자가 한 명도 없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독도법을 잘 한다하더라도 산속에 들어가면 현위치 식별이 어렵고 더군다나 야간에는 독도법을 할 수가 없습니다. 지도는 당연히 무용지물이 됩니다. 1회의 태기산 계곡이나 2회의 내리 계곡은 주간에 아무리 잘 달려도 밤에 통과할 수밖에 없는 코스였습니다. 그 코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치고 길을 헤매다 포기합니다. 탈출을 하고 싶어도 탈출구가 없는 것이 개척 코스의 특징이다보니 때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도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다행히도 3회 코스는 김삿갓 계곡을 오전 중에 통과하도록 설계되었으며 비록 시도하지는 못했지만 이튿날 내리계곡도 낮에 통과하도록 해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4) 우천에 대비하여 정코스와 예비코스를 준비하여 기상이 악화되었을 때는 예비코스로 돌 수 있도록 하여 완주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왈바랠리 때 일기가 좋은 적이 없었습니다. 1회 대회 때는 폭풍이 왔으며 2회 때는 야간에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올해도 야간에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코스를 생략했는데 1회 때는 도강 코스를 생략했고 2회와 3회 때는 안전 문제 때문에 내리계곡 코스를 생략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완주를 해도 뿌듯함이 반감됩니다. 왈바랠리가 개최되는 시기는 기상 변화가 심할 때이고 또 강원도 높고 험한 산악지형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정코스와 예비코스를 두어 기상 악화로 정코스 진행이 어려울 때 예비코스를 돌게하면 완주의 만족감을 더 크게 느낄 것입니다.
제 경험을 중심으로 몇 가지 건의를 드렸습니다. 건의 사항이 받아들여진다면 좋겠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불만은 없습니다. 왜냐고요? 내가 좋아서 참석하는 왈바랠리니까요.
무더위에 건강 상하지 않고 안전 라이딩 즐거운 라이딩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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