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보다 훨씬 가벼워 해룡산단에 7개사 입주…
최첨단소재의 10분의1 값 독일에 2만5천대 수출도
손에 잔뜩 힘을 줬다. 선반에 놓인 어른 팔뚝 크기만 한 묵직한 쇳덩어리를 들기 위해선 그만한 힘이 필요할 듯했다. 하지만 아기 젖병을 잡는 힘 정도로도 쇳덩어리는 가볍게 공중으로 떴다. "혹시 속이 빈 게 아니냐"는 질문에 "꽉 찼다. 금속 중 가장 가벼운 마그네슘"이란 대답이 돌아왔다.◆초경량 '마그네슘 자전거' 뜬다
지난 29일 오후 전남 순천시 해룡면 해룡산단. 순천 도심에서 차로 15분 떨어진 이곳에 국내 자전거 산업을 이끌 전초기지가 들어섰다. 마그네슘 기술 개발, 기업 유치, 창업 지원 등을 도맡는 전남테크노파크 신소재센터. 센터 현관 복도에 전시된 마그네슘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같은 크기의 마그네슘, 알루미늄, 철강은 각각 무게가 1.8㎏, 2.7㎏, 7.7㎏이었다. 마그네슘은 철강의 4분의 1 무게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조정일 기술실용화지원팀 선임연구원은 "마그네슘은 철강·알루미늄·티타늄 같은 기존 상용화 금속의 장점을 뛰어넘는 신소재 중 하나"라며 "'초경량' '고강도' 성질을 활용, 자전거 산업과 접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 ▲ 독일의 한 업체가 2만5000대를 주문한 마그네슘 자전거 ‘이륭엑스마’./순천시 제공 해룡산단에는 작년 3월 이후 마그네슘 소재 개발 업체가 11곳 들어섰다. 이 중 7곳이 마그네슘으로 자전거 부품을 개발 중이다. 각 업체는 중국에서 전량 들여온 마그네슘 원석으로 마그네슘(91.2%)·알루미늄(8%)·아연(0.8%)을 혼합한 고강도 마그네슘 합금을 만든다. 이것으로 자전거 뼈대가 되는 프레임과 힘을 전달하는 하이퍼 크랭크, 핸들, 휠 등을 만들어 한 대의 완전한 자전거로 조립한다.
- ▲ 전남 순천시 해룡산단 내 마그네슘 자전거 생산 업체에서 만들어진 마그네슘 자전거 주변에 관계자들이 부품을 들고 서 있다.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순천시의회 유혜숙 의원, 순천시 김장곤 경제통상과장, 조정일 전남테크노파크 신소재센터 선임연구원, ㈜이륭엑스마 주준식 이사./조홍복 기자 powerbok@chosun.com
현재 7개 업체는 연간 최대 10만대의 마그네슘 자전거 생산력을 갖췄다. 대당 100만원으로 볼 때 예상 연 매출액은 1000억원. 이미 독일의 한 업체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2만5000대를 주문했다. 시제품으로 만든 모델명은 '이륭엑스마'. 수출을 위한 유럽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생산력을 늘리고 무게를 줄이는 연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2012년까지 생산량 연 200만대가 목표다. 한 대당 무게는 현재 15㎏에서 내년 13㎏, 2012년 10㎏으로 대폭 줄일 계획이다.
가격 경쟁력도 장점이다. 중국 저가상품과 유럽 등지의 카본·티타늄 소재 고가 제품의 중단 단계에 위치한 덕이다. 알루미늄·카본·티타늄 등 소재로 만든 무게 10㎏짜리 산악자전거(MTB) 한 대 가격은 500만~1000만원 수준이지만, 마그네슘 자전거는 그 10분의 1인 50만~100만원에 판매 가능하다.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 고급 자전거 수요가 많은 유럽 공략이 용이할 전망이다. 국내에선 내년 초부터 40만원대에 판매할 계획이다.
페달의 힘을 바퀴로 전달하는 마그네슘 '하이퍼 크랭크' 개발로 국제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다른 금속류보다 18%가량 힘 전달이 우수하다. 향후 미국 나스닥 상장사와 자전거 사업도 공동 추진한다.
조정일 선임연구원은 "일본과 유럽 여러 나라가 이미 마그네슘 자전거 활용에 뛰어들었으나 번번이 기술력의 한계에 부딪혔다"며 "자전거 수입국의 오명을 벗는 일대 혁신이 순천에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마그네슘 부품 업체 ㈜이륭엑스마 주준식 이사는 "마그네슘은 우주항공·자동차·휴대전화·전자·전기·의료·스포츠 용품까지 활용폭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전시민 자전거 보험 가입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순천시는 자전거 인구 늘리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9일 순천시의회 유혜숙 의원이 모든 시민을 위한 자전거 보험 가입을 골자로 한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한 예다. 유 의원은 "27만 시민이 언제 어디서나 마음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자전거 보험을 추진했다"며 "시가 투입하는 연간 보험료는 1억4000만원가량"이라고 말했다. 조례가 시행되면 시민들은 자전거 주행 사고 시 치료비와 보상금을 보험사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된다. 주민 대상 자전거보험 바람은 작년부터 불기 시작, 경남 창원과 경기 이천, 대전시 등 3곳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국민은행과 삼성화재가 공동으로 개인 대상 자전거 전용 보험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순천은 마그네슘 '공영자전거' 100대를 조만간 순천만 주변 3곳에 배치할 계획이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순천만의 아름다운 자연을 자전거로 만끽하게 돕겠다는 것이다.
순천 해룡산단 자전거 산업단지에선 앞으로 자전거 부품 수입에 따른 관세가 완화된다. 지난 25일 관세청이 순천을 대전 대덕, 경북 영천과 함께 '종합 보세구역'으로 지정키로 결정한 덕이다. 관세법상 자전거 부품은 8%, 완성품은 5%의 관세를 문다. 업체 입장에선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것보다 중국 등지에서 만든 저가 자전거 완성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게 더 유리한 것이다. 정부는 국내 자전거 산업 육성을 위해 자전거 부품 관세를 완화하고, 업체 부담을 줄여줄 방침이다.
김장곤 순천시 경제통상과장은 "국내 자전거 생산은 사실상 1980년 중반 이후 중단됐다"며 "관세 혜택을 계기로 순천의 마그네슘 자전거 생산이 보다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7/01/20090701001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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