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5호....
문앞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어 보지만 떨리는 손안에 든
칼을 따라 피는 계속 뚝뚝 떨어진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현기증과 함께 오한이 몰려온다.
"오늘은 기필코 내 이년놈들을...."
이미 태한의 눈빛은 사람의 그것이 아니다.
'꽝' 복도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문은 저만치 나가떨어진다.
역시 자전거로 단련된 그의 다리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다.
예상대로 두 남녀는 땀이 벅벅이 된채로 그 짓을 하고 있었다.
순간 태한은 좀전 보다 더욱 강렬한 살의를 느낀다.
난자! 난자! 토막! 토막!
마치 회를 뜨는 일식집 주방장처럼 그는 남녀의 살점을 도려내기 시작
한다.
지칠만도 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는 칼질을 해댄다.
돌연 인기척을 느낀 태한은 본능적으로 창문 쪽으로 몸을 날린다.
그들이 온 것이다. 비릿한 땀내음을 풍기며 '풀샥"파 최고수 보가트는
태한을 향해 페달질을 해대기 시작한다.
눈 깜짝할 사이 윌리로 자세를 바꾼 그의 앞타이어엔 어느새 칼날이
촘촘히 박혀있다. 스치기만해도 몸의 일부를 내줘야 할 판이다.
바이크가 없는 태한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판이다.
보가트의 공격에 몸을 옆으로 잽싸게 날린 태한은 옆에 있던 옷걸이를
들어 보가트의 뒤바퀴에 쳐 넣어버린다.
터덩텅...갑작스런 공격에 스포크는 모두 부러져 버리고 앞으로 꼬꾸라
지던 보가트는 미쳐 클리트를 빼지 못한채 칼날이 솟은 앞바퀴에 얼굴
을 갈아댄다.
홉핑을 하며 지켜보던 "풀샥"파의 잔당들은 기세에 눌렸는지 줄행랑을
치기 시작한다.
태한은 청테이프로 꽁꽁 묶어 놓았던 칼을 풀어 바닥에 집어던진다.
칼은 하필 그녀의 왼쪽 눈에 가서 박힌다.
한때는 우면산을 함께 라이딩하며 사랑을 불태웠던 그들이지만
어느날 풀샥인 vrx-300을 타고 나타난 그녀의 행동을 의심하지 않은 것
은 그녀에 대한 태한의 사랑이 그만큼 깊었던 탓일까?
이젠 끝이다. 더이상 서울에서 하드테일을 탄다는 것은 죽음을
자초할 뿐이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온 태한은 m4에 올라타며 굳은 결심을 한 듯
클릿트를 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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