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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 [석유시대를넘어서] 자전거 관련 정책편

........2000.12.28 17:14조회 수 36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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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신문 기사입니다 =

[석유시대를넘어서] 4. 자전거 도시로 재탄생한다

네덜란드, 자전거가 달리는 도시
`자전거 도시 하우텐.'

네덜란드 유틀레히트시에서 7㎞쯤 떨어진 작은 도시 하우텐이 스스로를 일컫는 표현이다.

하우텐시는 5.905㏊의 면적에 인구 3만5천명으로 서울의 구청 하나에도 못미치는 작은 도시이지만, A27번과 A12번 고속도로를 비롯해 유틀레히트-덴보스 철도, 암스테르담-라인 운하 철도 등 대규모 교통시설로 둘러싸여 있는 교통의 요지다. 이런 환경 때문에 하우텐시 안으로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사진설명:네덜란드 하우텐시의 관문인 중앙역 부근에서는 자동차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 도시의 주요 교통수단은 자전거이다.)


그러나 시내로 들어서자 자동차는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뿐이었다. 직장과 주거지 근접 정책에 따라 시민의 75%가 근무하는 사무실, 공장 등의 업무시설이 대부분 시 외곽에 배치돼 있다. 자동차가 주거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도시계획단계에서 이렇게 설계를 했다.

하우텐시에 따르면, 시 전체 자전거 보유대수가 4만여대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 1명에 1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시의 상징물이 자전거이며, 중앙역 광장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자전거 체인 모양으로 설계돼 있을 정도로 자전거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도시이다.

하우텐시 홍보 담당 그리체 샌팅은 “애초 목장과 과수원 등으로 이뤄진 전원도시였으나 79년 도시계획을 하면서 자전거 교통 중심의 쾌적한 환경도시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시 정책을 결정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사항이 자전거 통행과 관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하우텐시 1인당 1대꼴... 통행우선권 부여
▶ 공공시설 자전거길에 위치...차속도 30km
▶ 교통안전 모범도시...이주희망 대기 6천명

이런 시 방침에 따라 도로 설계, 교통 신호 등 모든 교통운영체계가 자전거 교통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사진설명:델프트시에 설치된 자전거와 버스의 전용도로. 승용차의 진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자동차에게 통행우선권을 주는 다른 지역 교차로와 달리 이곳에서는 자전거를 탄 사람에게 항상 우선권이 주어진다. 동서로 3.2㎞, 남북으로 1.9㎞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도시의 총 자전거도로 길이가 무려 100㎞에 이를 만큼 모든 길이 자전거도로로 연결돼 있다.

주거지에서 차로 하우텐 중앙역까지 가려면 지름길을 놓아두고 외곽 순환도로로 돌아서 가야 한다. 이 도시의 남북과 동서로 연결된 지름길들은 모두 자전거 보행자 도로로 묶여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주거지와 주거지 사이를 이동하는 제일 짧은 거리의 길도 물론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다. 주거지별로 하나씩밖에 없는 출입구는 순환도로와만 연결돼 자동차를 타고 한 주거지에서 다른 주거지로 곧바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속도도 순환도로에서는 시속 70㎞가 보장되지만, 주거지에서는 시속 30㎞로 제한된다. 그나마 자전거와 보행자가 뒤섞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자동차가 그 속도도 낼 수가 없다.

이밖에 학교나 사회·문화센터, 쇼핑센터 같은 지역 공공시설들이 자전거도로를 따라 위치해 있어 역시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 접근이 쉽다. 주민들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지역에서 생활하는 데 가장 편리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우텐은 자전거와 관련한 각종 시설들이 다른 어떤 지역보다 잘 갖춰져 있어 해마다 열리는 `자전거도시 대회'에서 3번이나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도시 곳곳에 자전거 주차시설이 많이 마련돼 있는 것은 기본이다. 중앙역 앞에 있는 유료보관소는 자전거 1770대를 보관할 수 있는 규모다. 자전거 통행량이 많아 자전거 교차로까지 설치돼 있다. 교차로가 상하 복층 형식으로 돼 있어 위쪽은 자동차 교차로로, 아래쪽은 자전거 교차로로 이용되고 있다.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 지하차도도 10여개나 된다. 또 자전거와 버스만 지나다닐 수 있는 자전거 건널목도 여러곳에 설치돼 있다.

그리체 샌팅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쾌적하게 탈 수 있도록 도로 포장상태를 수시로 점검해 보수하는 것이 시의 중요한 업무”라고 말했다.

낮은 교통사고율과 맑은 공기 등 자전거 정책이 가져온 성과에 주민들은 매우 만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우텐시는 교통안전과 자전거정책의 모범 자치도시로서 다른 자치단체로부터도 존경받고 있다. 이 지역에서 살고 싶어 이주를 희망하는 대기자로 등록된 사람만 6천명이나 된다.하우텐(네덜란드)/글 윤영미, 사진 이정우 기자youngmi@hani.co.kr

[석유시대를넘어서] 보행자 안전위해 시작

1970년대 초반까지 네덜란드 교통정책은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늘어나는 교통 수요에 맞춰 인프라를 공급하는 것이 주된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자동차 이용 증가를 초래해 끊임없이 도로를 증설하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환경을 오염시킬 뿐이었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70년대 중반부터 자전거 이용을 촉진하는 교통정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진설명:델프트시 중앙역 옆의 유료 자전거 보관소 모습.)


자동차와 보행자를 동시에 수용하려는 `보차 공존' 개념의 `본엘프' 정책도 이 프로젝트의 하나로 도입됐다. 본엘프란 네덜란드어로 `주거지'란 뜻으로, 애초 주거지역에서의 보행자 교통안전을 위해 도입됐다. 본엘프 표지판이 있는 지역에서는 자동차가 보행속도인 시속 5㎞ 이내로 천천히 운행해야 한다. 당연히 이런 구역에서 자동차를 타는 것이 불편해지자 사람들은 자전거를 이용하게 됐다. 부수적으로 자동차 통행을 줄이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헤이그와 로테르담 중간에 위치한 인구 9만여명의 델프트시는 본엘프 정책 시행 초기부터 정책을 시행한 시범도시 가운데 하나다. 이 지역에서 식료품가게를 하는 한 주민은 “처음에는 동네 가게 주인들이 차량 운행이 줄어들면 수입도 줄어들까봐 반대를 많이 했다”며 “하지만 차가 없으니까 가족끼리 걸어다니며 쇼핑하는 가정이 늘면서 오히려 매출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델프트시는 옛 도로를 새로 고칠 때 도로 효율을 최우선으로 설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휴고 드 흐로트' 거리다. 이 거리는 차량과 자전거와 보행자가 뒤엉겨 매우 복잡한 주택가 이면도로였지만 얼마 전 도로를 재정리하면서 좁은 공간을 보행로, 주차공간, 자전거 전용도로, 자동차 도로로 구분한 뒤부터 질서정연한 거리로 탈바꿈했다.

이곳에는 몇집씩 건너 대문 앞에 `바이시클 드럼'이라는 큰 드럼통이 세워져 있는 게 인상적이다. 드럼통 안에는 서너 가구의 자전거가 세로로 세워져 보관돼 있다. 좁은 주택가에서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서 짜낸 묘안이다.

델프트시 중앙역 앞에 있는 자전거 보관소는 3500여대의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규모다. 이곳 주민들은 암스테르담이나 헤이그 등 인근 대도시로 나갈 때 집에서 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와서 보관소에 자전거를 맡기고 기차로 이동하고 있다. 보관요금은 하루 1길더90센트(우리 돈 955원), 일주일은 6길더50센트(3270원), 한달 18길더50센트(9300원), 일년에 160길더(8만480원)이다. 자전거 보관소에서는 자전거 수리와 대여도 해준다. 대여요금은 보증금 100길더(5만300원)에 하루 10길더(5030원)인데, 이 가운데 1길더는 보험료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자전거 대여업체들의 체인망이 잘 돼 있어서 자전거를 빌린 곳에 돌려주지 않고 빌린 사람이 돌려주기 편한 곳에 반환해도 된다.

델프트시에서 취재를 하는 동안 초등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자전거 도로에서 신호 읽는 법을 배우는 중이었다. 네덜란드에서는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자전거 타는 법, 자전거 교통신호 읽는 법, 자전거 안전운행법 등을 배우는 자전거 운행시간이 들어 있다. 델프트/윤영미 기자


[석유시대를넘어서] 인터뷰/에너지·교통연구원 윌버스 선임연구원

출퇴근 직장인·고용주에 다양한 혜택
“네덜란드 교통정책은 에너지 소비를 절약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에 따라 자전거가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네덜란드 에너지·교통연구원 지속가능한 교통부문 피터 윌버스 선임연구원은 네덜란드에서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0년까지 1986년 대비 자전거 주행거리를 30% 늘리고, 같은 기간 통근 자전거 주행수를 50% 증가시키기로 하는 등 지난 90년에는 `자전거 마스터 플랜'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런 정부 정책에 힘입어 네덜란드는 전국적으로 자전거를 1800만대 가량 보유하고 있다. 인구 1인당 세계 최대의 보유기록이다.

윌버스는 “자전거가 시내를 이동하는 데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 되도록 교통신호를 자전거 우선으로, 자동차는 우회하도록 하는 정책을 쓰는 도시가 늘면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타게 됐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에게는 자전거를 리스로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고용주에게도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에 반해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은 불편을 감수하도록 했다”고 한다. 주차장을 많이 없애고 대신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했다. 이런 정책에 따라 네덜란드에서는 대도시 공공건물 가운데도 주차장은 없고 자전거 보관소만 있는 곳이 많다. 대도시 주차장의 경우 연간 3만~3만5000길더(우리 돈 1500만~1760만원)에 이르는 비싼 주차요금을 내야 하는 것도 자동차를 굴리기에는 큰 부담이다.

“네덜란드 교통당국은 석유를 쓰지 않는 자동차를 개발하는 장기적 작업과 함께, 운전자들이 에너지를 적게 쓰는 자동차를 구입하도록 권유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운전법을 생활화하도록 교육하는 데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전문화된 교통체계로 가장 효율적인 운송방안을 마련하는 물류부문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 4년간 화물자동차 공차 이동거리를 8천만㎞나 줄였다고 윌버스는 자랑했다. 유틀레히트/윤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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