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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전립선 보호안장...

........2001.05.18 11:42조회 수 156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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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잔차를 보니 안장 아래 부분 가죽이 떠들고 일어나 안장이랑 가죽 사이에 틈이 상당히 벌어졌더군요. 안장을 갈기에는 너무 이르다(?) 싶어 순간 접착제로 붙여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잔차를 뒤집었습니다. 그리고 벌어진 안장 가죽 틈새로 순간접착제를 듬뿍 흘려 넣고는 빨래집게로 한 30초 지긋이 누르고 있었더니 벌어진 틈이 아물어 붙더군요. 더 굳어지라 싶어 그대로 두고 룰루랄라 다른 일 봤습죠.

오후에 설 가기 전에 잔차 한판 타자 싶었습니다. 베란다로 가 뒤집어진 잔차를 바로 일으켜 세우려는 순간... 잔차가 바닥에서 떨어지질 않는 겁니다. 이거 왜리래? 에잇! 힘들 잔뜩 줘서 잔차를 들어올리는 순간, 뿌지직! 하고 가죽 찢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순간 아뿔싸! 순간접착제가 흘러내려 안장이 베란다 바닥에 붙어버린 겁니다. 무지막지하게 잔차를 들어올렸기 때문에 안장의 가운데 부분이 뜯겨져 나갔더군요. 베란다 버려놨다는 모친과 색시의 잔소리가 귓가에 쟁쟁히 들리는 듯 했습니다.

잔차를 세워놓고 보니... 가운데 부분이 푹 파여 뜯겨져 나간게.... 영락없는 전립선 보호안장이 돼버렸더군요. 그러나 그 주변이 순간접착제 굳은 것으로 상당히 거칠어져 있어서 보호는 커녕 더 후벼파놓겠다 싶어 폭넓은 이삿짐 포장용 테이프로 뒤덮어 놨습니다. 그대로 경희대 한바퀴 타고 오니까 별 아무 이상 없더군요. 걍 시커면 안장 한가운데 누리팅팅하고 휘번뜩이는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은게 다소 볼썽 사나울 뿐...

나중에 구경함 시켜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슬픈 소식 하나.

경희대 뒷산... 이제 옛날의 그 산이 아닙니다. 천문대쪽 업힐 끝난 후에 삼성전자와 마주한 철망 담장을 끼고도는 아주 재미있고 스릴있는 다운힐 구간이 다 파헤쳐져 있었습니다. 등산로 정비한다는 명목인 것 같습니다. 경사도 완만하게 만들고 길 폭도 넓히고 중간중간에 있던 나무등덜이며 바위들도 다 파내고... 아니, 잔차가 다니는 길이 사람 다니기에 뭐 불편하다고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건지... 진척 상황으로 봐서 아주 제가 잼나게 다니는 다운힐 구간만 따라가믄서 공사할 건가 봅니다.

아! 사람이든 자연이든 있는 그모습 그대로 절대로 그냥 못봐주는 족속들이 꼭 있습니다. 자기 기준대로 자기 편할대로 개조하고 바꿔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이런 사람들한테 돈이나 권력이 주어지면 세상 참 살기 피곤해질 것 같습니다. 제가 임도나 잘 정비된 등산로 보다 싱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길이야 말로 사람과 자연이 서로를 인정하면서 공존의 지혜를 배운 끝에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발, 삼라만상을 제모습 그대로 있는 그대로 봐주고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괜히 화가나서 공사구간에서 잔차 세워놓고 "야이 X팔 X같은 놈들아!" 허공에다 대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왔습니다. 아래 삼성전자 구내 테니스장에서 테니스치던 사람들 꽤나 놀랐을 겁니다. ^^

제가 너무 조그만 일에 파르르 하나요? 제 성격이 자꾸 이상한 쪽으로 변하는 거 같아 서글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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