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거리에서나, 비어 있는 모든 전화기 앞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전화의 구속은 점령군의 그것보다 훨씬 집요하다.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란 단 두 가지 종류로
간단히 나눌 수 있다.
그 혹은 그녀에게서 걸려오는 전화와 그 밖의 모든 전화.
이렇게도 나눌 수 있다.
전화벨이 울리면 그 혹은 그녀일 것 같고,
오래도록 전화벨이 울리지 않으면 고장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 양귀자, '모순' 중에서
이 글을 읽으며 얼굴이 홧홧 달아오름을 느꼈었죠.
아주 오래 전에, 정말 내 휴대전화가 고장은 아닌지,
제 집 전화로 제 휴대전화를 가끔 확인하곤 하던 적이 있었음을
떠올리며....
사람사는 건 너나 나나 많이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올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