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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일본인의 애마, 자전거

........2001.08.11 02:07조회 수 28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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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에서 퍼왔습니다... (맨날 신문만 읽는 사람같네요..^^;)
정말로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이글 어디 국회게시판 같은데도 올려야 겠네요...ㅎㅎㅎ

일본인의 매아, 자전거

일본에 와서 한국 사람이 놀라는 것 중의 하나가 자전거이다. 가는 곳마다 자전거가 보이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관공서에도 학교에도 역 앞에도 백화점에도 아파트 단지에도 길가에도 자전거 투성이다. 또 여자든 남자든,어린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이다.
특히, 30, 40대의 주부가 앞뒤에 한 명씩 두 명의 자녀를 태우고 쇼핑까지 해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을 보면, 마치 서커스 구경을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 일본 사람들 모두가 이렇게 자전거를 잘 타는 데, 왜 올림픽이나 아시아 경기대회 등의 자전거 경기에서 한국에 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자전거는 필수품


일본에 자전거가 많은 것은 자전거가 없으면 생활하기에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자가용을 타고 가도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고 주차장이 있어도 비싸니 자가용을 한국처럼 쇼핑 등 일상생활용으로 이용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물론 택시도 마찬가지이다. 버스를 이용하려고 해도 버스의 배차 간격이 길다. 아침이나 저녁 출퇴근 시간은 10분 정도에 한 대 꼴로 다니지만, 그 외의 한가한 시간은 20분이나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고 차가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다니는 것도 아니다. 걸어다니기는 더더욱 불편하다. 쇼핑을 하러 가면 짐도 생기는데 이것을 쇼핑 때마다 들고 다니는 것은 고역이다.

그러니 반경 10km 정도 이내에서 일을 보려면 자전거가 최고이다. 쇼핑이나 병원, 학교, 식당, 지하철이나 철도 역을 가는 데는 자전거가 적격이다. 시간도 기다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다른 교통수단에 뒤지지 않고 몸집이 작아 좁은 길도 이리저리 잘 빠져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식구가 4명인데 자전거가 4대 있다. 어른용이 3대, 어린이용이 1대다. 어른 용 1대는 전임자로부터 얻은 것이고, 두 대는 오자마자 샀다. 어린이용은 옆집이 쓰던 것을 물려받았다. 우리 집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집도 사정이 거의 비슷하다. 모두 자전거 없이 생활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살다 보면 식구 수대로 사게 되기 때문이다. 정확한 숫자는 아니지만, 주위의 자전거 보유 대수를 감안해서 추측해보면 일본 안의 총 자전거 대수는 적어도 일본 인구인 1억2천과 비슷한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는 사람은 3식구인데, 교통수단은 벤츠가 한 대, 오토바이 1대, 자전거가 2대이다. 벤츠는 주말용, 오토바이는 출근용, 자전거는 쇼핑 등 생활용이다. 한국에서는 벤츠와 자전거의 공존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큰 쇼핑센터라도 승용차 주차장은 없지만 자전거 주차장이 없는 곳은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벤츠와 자전거가 공존하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는 유익하다


자전거는 편리하기도 하지만 유익하다. 일단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다. 동력이 다리의 힘에서 나오므로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도 호흡 곤란을 유발하는 유황가스도 배출하지 않는다. 그 뿐 아니라 건간을 증진시켜 준다. 어지간한 거리를 매일 자전거로 다니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리가 튼튼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도 주로 버스를 이용하지만,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울 경우에는 간혹 자전거를 이용한다. 자전거를 이용하면, 그 날은 왠지 다른 운동을 안 해도 충분히 운동을 했다는 만족감이 든다. 자연히 육체적인 운동이 정신적인 건강에도 연결되는 것 같다.
나는 여기에 자전거가 가져다 준 또 하나의 개인적인 장점을 더하고 싶다. 사실 내 처는 일본에 오기 전에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그런데 자전거를 사서 여기저기 악전고투하면서 지내다 보니 이제는 제법 잘 탄다. 좁은 인도도 내리지 않고 속도를 조절하면서 잘 빠져나갈 정도가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심부름이 없어졌다. 저녁이나 아침에 어떤 물건이 없이 사러갈 경우가 생기면, 처가 자전거를 타지 못했던 시절이라면 모두 내 몫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전거를 탈 줄 아니까 처가 나한테는 시킬 생각도 않고 스스로 자전거를 타고 가 해결한다.



자전거에 대한 슬픈 기억


물론 자전거가 있어서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본에 와서 얼마 안 돼 식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쇼핑을 하러 간 적이 있다. 처와 아들은 자기 자전거를 타고, 나는 딸을 뒤에 태우고 갔다. 아직 딸이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하니까 내가 뒤에 태우고 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내가 타고 가던 자전거가 갑자기 나가지 않으면서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딸의 발이 자전거 뒷바퀴에 들어간 것이다.

자전거를 세우고 뒤를 쳐다보니 딸의 발 뒤꿈치가 벌겋게 피로 물들어 있었다. 급히 응급처지를 하고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니 불행 중에 다행스럽게도 근육에는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뒤꿈치 살만 10 바늘 정도 꿰매는 큰 상처였다. 이후 한달 동안 보조대를 대고 절뚝거리는 생활을 했으니 부주의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일본에서는 대개 초등학교 정도의 학생이면 자기 자전거가 있고, 그 이전의 어린애들은 다리가 바퀴에 끼지 못하도록 하는 보조 기구를 자전거에 부착한 뒤 태우고 다니는 것이 보통이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딸은 자전거 뒤에 타지 않으려고 한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런 경험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대체로 한번씩을 얘들을 태우고 다니다가 사고를 당한 기억이 있었다. 내가 겪은 것은 아니지만, 일본 자전거는 우리와 달리 차도가 아니라 인도를 다니는 것이 보통이므로 보행자와 접촉하는 사고도 간혹 일어난다.

또 한번은 사고는 아닌데, 약속 시간에 빨리 대려고 자전거로 가까운 역까지 간 뒤 주변 주차장에 받쳐놓고 일을 보고 돌아와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려고 하는 데 자전거가 안 보였다. `이런 일이 거의 없는데 누가 훔쳐갔나' 하고 여기저기를 살펴도 잘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잃어버렸나보다'라고 생각하고 돌아가면서 한번 더 찾아봤더니 내가 세워 둔 곳이 아닌 한쪽 구석에 노란 딱지와 함께 자전거가 있었다. 살펴보니, 주차장 등록을 안한 자전거이므로 오늘은 딱지만 붙였지만, 다시 한번 걸리면 치워버리겠다는 경고였다.

일본에는 자전거도 도난방지를 위해 살 때부터 경찰에 등록을 하고, 역 등 자전거 주차 수요가 많은 곳에 주차하는 경우에는 월 2000엔 정도를 내고 주차 허가증을 얻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자전거 활성화를


일본은 내가 보기에 자전거 선진국인데도,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 등 다른 자전거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은지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드는 등 이러저러한 개선책을 강구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에서는 전국의 간선도로를 신설하거나 확충할 경우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을 세우고 있고, 도쿄 도는 지난해부터 도심부의 보도를 자전거와 보행자가 다니는 길로 나눠 자전거 타기 쉬운 길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일본에 비하면, 한국의 실태는 아직 걸음마 수준도 안 된다. 우선 길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닐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 그래서 최근의 한국 사람들은 자전거를 생활용이 아니라, 여의도 광장이나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레저용으로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도쿄에는 자전거 전용도로는 없지만,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관행이 깊게 뿌리박혀 있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데 부담이 없다. 인도를 걷는 사람들도 인도는 자전거도 다니는 길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인도가 끊기는 곳은 어디나 자전거를 타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인도와 차도 높이가 조정돼 있다. 한국은 인도도 차도도 자전거를 타기에 적합하지 않다. 차도는 자동차의 횡포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고, 인도는 인도와 차도가 연결되는 곳이 너무 단차가 커 자전거를 타고 계속 달릴 수가 없다. 또 인도의 보행자들과 자전거가 공존하는 문화나 제도도 마련돼 있지 않다.

한국에서도 간혹 자전거 타기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나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기 싫어서 안 타는 것이 아닌 이상, 이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은 자전거 타기의 효용을 알리는 운동보다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고 다닐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운동에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좋고,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앞으로 자전거가 한국에서도 레저용이 아니라 생활용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

오태규 기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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