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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야 어떻던 간에

........2002.07.27 04:04조회 수 27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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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게 하는 글입니다...
제가 그 나이정도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안가거든요...

존경스런 어르신임에 분명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히 사시라고 전해주세요^^

TGB에서 활동하는 차경태 드림.


뽀다구맨님께서 남기신 글입니다.
: 안냐세염..
:
: 제 주변에 매일 같이 하루 60km 이상을 자전거를 타시는 노인분이 계셔서 소개해 드리고자 글을 씁니다.
:
: 타성에 젖어 자전거를 타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귀감이 되는 분의 얘기 입니다..
:
: 물론 저도 포함해서져..
:
:
:
: 제가 이분에 대해 처음 얘기를 들었을때는 제가 한참 잔거에 빠져서 한계령을 넘어 미시령을 넘어오네... 어느 산을 몇시간에 주파했네 도로를 180km를 탔네 하믄서 쌩쑈(?)를 하고 있을때였져..
:
: 주변에 잔거를 시합모드로 타시는 분들이 몇분정도 계셔서 이분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관광모드로 타시는 분들이 쩜 이해가 가질 않을때였져..
:
: 그때 였심당.. 일순간 제가 타성에 젖어 있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신 분의 얘기를 들은 것이 말입니다.
:
: 이분에 대해서 기존에 제가 들은 것이라곤 속초에 살구.. 연세가 무려 78세...라는 것과 MTB를 타신다는 것 뿐이었죠..
:
: 그런데 이분이 거의 매일 60km를 탄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구 주말엔 100km를 넘게 탄다고 하더군요..
:
: 또 마라톤 대회도 나가서 등수에도 몇번 들었다고 하더군요.
:
:
:
: 전 피식 웃었습니다..
:
: 다른 분들이 제게 장난을 하나 하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
: 왜냐면 78세라는 나이가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평일에 속초서 간성 대대리 검문소까지 무려 60KM 를 왕복을 하신다고 하시더군요..
:
: 그리고 철인삼종경기 출전하는 선수들과 같이 라이딩을 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
: 말이 안되더군요.. 지난번에  같이 라이딩 한다는  철인삼종경기 선수(참고로 이 선수의 실룍은 이번 철원대회에서 브레이크암이 망가져서 림과 완존히 붙어서 바뀌가 안돌아가는 상황에서도 전체 35등을 했더군욤)와  같이 한계령 넘어서 미시령을 넘어 오는 100km 코스를 라이딩 한 적이 있었습니다.
:
:
: 그 선수 쫒아 가다 거의 제가 초죽음이 됐었져..
:
: 한계령 업힐을 그 선수가 평속 15km이상으로 오르더군요.. 제가 채 10km가 나오지 않았는데 말이죠..ㅋ
:
: 하여튼 한계령 정상에서 그 선수 曰
:
: "저희랑 같이 타시는 노인분이 계신데  요렇게 타시믄 그 노인네한테 안될걸요" 하시더군요.. 그땐 그냥 웃어 넘겼었는데요...
:
: 왜냐면 그때도 설마 하는 생각 뿐이었으니까요.. 이렇게 힘 좋은 철인삼종경기 선수와 그 노인네가 어떻게 같이 탈까 하는 생각도 들었져..
:
: 그런데...........................................
:
: 그 얘기만 듣던 그 어르신을 직접 제가 만났습니다... 우연히...
:
: 제가 자주 들리던 샵에 커피 한잔 하러 갔져..
:
: 그때 안에 흰머리에 자그마한 체구의 한 노인이 힘없이 앉아 있더군요.
:
: 제가 생각한것이라곤.. 잔거 고치로 온 노인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져..
:
: 그런데 잔거 샵 주인과 나누는 대화가 영 범상치 않더군요..
:
: 뭐라고 얘길 했냐믄..
:
: 그 노인 曰 " 철인삼종경기 나가는 선수 두명과 같이 한계령에서 미시령을 넘었다"고 하더군요.
:
: 허~~~걱...
:
: 그때 샵 사장님을 봤죠... 그때 얘기하던 그 노인분이 이분이냐는 눈빛으로요..
:
: 고개를 끄덕이며 "대단한 노인" 이라고 하더군요..
:
: 바로 자리를 일어나서 정중히 인사를 드렸죠..
:
: 컴터 매장 운영하믄서 짬짬이 저두 잔거 탄다구.... ㅋ
:
: 정말 대단하시다고.... 말씀을 드렸죠.. 이 말 밖에는 더 이상 해드릴 말이 없더군요.. 정말 대단.......................
:
: 이 분을 만나기 전까진 하도 거짓말 같은 얘기만을 들었던지라.. 나름대로 상상을 해봤었죠..
:
:  운동선수들과  같이 라이딩을 하는 78세의 노인....
:
: 여타 노인들과 다른 골격을 가지고 원래 장사처럼 강한 모습.....허튼 상~~~상을 쭈욱 해왔져......
:
: 그런데.... 이런 상상을 여지 없이 깨버린 그 노인의 모습은.....
:
: 선입관에 잡혀 한치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제게 경종을 울리더군요..
:
:
: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틀린 자그마한 체구에 78세의 나이가 그 대로 묻어 나오는 얼굴...
:
: 우리가 동네에서 자주 봐오던 지극히 한국적인 얼굴의 78세 노인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
: 정말 이런 체구에 이런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자전거를 잘 타는지.....
:
: 언뜻 이해가 가질 않더군요..
:
: 자전거가 좋아서 잘타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 분의 자전거
:
: 를 봤습니다.
:
: 이~~~런....
:
: 여지없이 제 상상을 깨 버 린 그 자.....전......거!!!
:
: 우리가 동네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알X의 생활용 MTB였죠....허....거.....걱...
:
: 여태까지 제가 시합에 나가서 제대로 성적이 안나올때마다 자전거가 안좋아서라는 핑계를 하곤 했죠..
:
: 그래서 잔거를 레이싱용으로 꾸미네 어쩌네 하믄서 지금도 계속 돈을 들이고 있었죠...
:
: 제가 가지고 있던 알량한 자존심이 여지없이 꺽이는 순간이었습니다.
:
: 자전거가 좋아서 이 노인이 잘타겠지... 라는 생각..
:
: 아니.. 생각 보다는 어떻게든 이 노인이 자전거를 잘타는 것에 대한 하나의 핑계거리를 찾았었는지도 모릅니다..
:
: 이 분의 자전거가 고급 자전거 였다면 저는 또 한번 "그봐봐... 자전거가 좋으니까 잘타지!!!"라고 남들한테 얘기를 했겠죠..
:
: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던 끝없는 고급자전거에 대한 동경이 맹목적인 추종에 불과했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각인시켜준 만남이었습니다.
:
: 제 주변엔 라이트스피드 타나시를 정말 잘꾸미신 형님이 한분 계십니다.
:
: 그 분처럼 꾸밀라믄 엄청난 돈이 들어가죠.. 그에 못지 않게 꾸밀라고 노력을 하고 있었죠.. 그 노력에 대한 댓가는 돈이더군요..
:
: 이젠 느꼈습니다.
:
: 제가 그 돈을 어떻게서든 들여서 명품 자전거를 꾸밀 수는 있겠죠..
:
: 명품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제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
: 어깨에 잔뜩 힘들어가서 시합장에서 잔거는 안타고 끌고 다니면서 자랑을 해댔겠죠.. 실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자전거는 좋아서라는 비아냥을 듣는다고 해도요..
:
: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던 제 솔직한 심정이었는데요..
:
: 모든것이 한순간의 만남으로  인해 바뀌었습니다.
:
: "자전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없는 사람은 고급 자전거를 탈 자격이  없
:
: 다"
:
: 제가 처음 MTB에 입문했던 순수한 열정은 어느덧 없어지고 맹목적인 명품에 대한 동경이 절 사로잡아 왔었는데요..
:
: 제가 돈을 들여 명품 자전거를 탈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
: 자전거가 고급이 아니더라도 자전거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수만원짜리 자전거가 수천만원 짜리 자전거 부럽지 않음을요.
:
: 그 노인분은 같이 자전거를 타시는 분들이 아무리 고급 자전거라 할 지라도 신경을 안쓰시더군요.
:
: 자전거만 열심히 타면 그뿐이라는 생각이죠.
:
: 제가 얼마전에 속초서 강릉을 지나 정동진 까지 왕복 180KM를 탄적이 있었습니다.
:
: 거의 시합모드로 밟았죠..
:
: 당분간 이동네에선 요렇게 타는 사람이 없을것이라는 자긍심 아니 자만심이 대단했었습니다.
:
: 그러나.......
:
: 그 노인曰
:
: "이번 8월초에 황영조 마라톤대회가 있는데 거기에 출전할 생각이야.
:
: 삼척에서 열리는데 자전거 타고 갔다가 마라톤 시합하고 자전거 타고
:
: 올 생각이지"
:
: 라고 하시더군요..
:
: 왕복 250KM정도 되는 거리를 말입니다.
:
: "오다 못오면 하루 자고 오면 되지"
:
: 할말이 없더군요.
:
: 정말 대단하십니다..
:
: 엊그저껜 한계령을 넘어 미시령을 갔다 왔다고 하시더군요.
:
: 저랑 같이 자전거를 타시는 분들 대다수가 한계령을 넘어 미시령을 넘어 보지는 못했습니다. 코스가 워낙 힘들어 젊은 사람들 외에는 엄두도 못내죠.
:
: 그러기에 이 노인분이 더욱더 대단하시게 느껴 지더군요.
:
: 그것도 생활자전거로 말입니다.
:
: 담에는 꼭 같이 라이딩 하시자고 하고는 전 샵을 나왔습니다.
:
: 수많은 생각이 교차 하더군요..
:
: 내가 저 나이대가 되더라도 저런 열정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
: 한치 앞도 보질 못하고 생활하고 있는 제가 부끄럽더군요..
:
: 오늘도 묵묵히 자전거에 몸을 실으시고 패달을 밟는 그 노인분을 봅니
:
: 다.
:
: 순수한 열정은 사라지고 고급자전거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
: 인한 시기와 질투...
:
: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요?
:
:
: 이 노인분이 지금껏 간직하고 있는 순수한 열정이 있는 자전거 세상을
:
: 보고 싶습니다.
:
: 다시금 이분에게 한말씀 드리고 싶네요..
:
:
: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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