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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님의 시입니다.

파이슈롯트2002.10.08 05:30조회 수 22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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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밥상
                                                                 -황지우-

병원에서 한 고비를 넘기고 나오셨지만
어머님이 예전 같지 않게 정신이 가물거리신다.
감색 양복의 손님을 두고 아우 잡으러 온
안기부나 정보과 형사라고 고집하실때,        
아궁이에 불지핀다고 안방에서 자꾸 성냥불을 켜시곤 할때,
내 이 슬픔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으랴?
내가 잠시 들어가 고생 좀 했을 때나
아우가 밤낮없는 수배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새벽 교회 찬 마루에 엎드려 통곡하던
그 하나님을
이제 어머님은 더 이상 부르실 줄 모른다.
당신의, 이 영혼의 停電에 대해서라면
내가 도망쳐나온 신전의 호주를 부르며
다시 한번 개종하고자 하였으나
할렐루야 기도원에 모시고 갔는데도 당신은
내내 멍한 얼굴로 사람을 북받치게 한다.

일전에 정신이 나셨는지 아내에게
당신의 金十字架 목걸일 물려주시며,
이게 다 무슨 소용 있다냐, 하시는 거다.
당신이 금을 내놓으시든 십자가를 물려주시든
어머님이 이쪽을 정리하고 있다고 느껴
난 맬겁시 당신께 버럭 화를 냈지만
최후에 십자가마저 내려놓으신 게 섬뜩했다:
어머니, 이것 없이 정말 혼자서 건너가실 수 있겠어요?

전주예수병원에 다녀온 날, 당신 좋아하시는
생선 반찬으로 상을 올려도 잘 드시질 않는다.
병든 노모와 앉은 겸상은 제사상 같다.
내가 고기를 뜯어 당신 밥에 올려드리지만
당신은, "입맛 있을때 너나 많이 들어라" 하신다.

목에 가시도 아닌 것이 결려 거실로 나왔는데
TV에 베로나 월드컵 공이
살아서 펄펄 날뛰고 있다.




바이킹님이 언젠가 비오는 저녁에 올리셨던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를 읽어보고 구입한 시집이었는데
이 시가 가장 마음에 들더라구요.
난생첨으로 사고 끝까지 읽어본 시집었습니다.
바이킹님 다양한 시 올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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