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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bye my twenties ...

........2002.12.19 03:36조회 수 40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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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나서, 창밖을 바라봅니다... 뿌연 도시의 빌딩속에서 담배 한대를 물고 창너머의 거리를 바라본다는 것은, 참 여유로운 호사이군요...   멀리 보이는 대모산이며, 그 앞의 주상복합 건물들 하며, 아래를 내려다 보면, 또 길게 뻗어 내친 테헤란로엔 분주한 자동차들이 서로 뒤엉켜 있습니다.

12월 이군여. 올해는 달랑 한장 달력뿐이 남지 않았는데, 내가 느끼는 세월의 무게란 그 한장 보다 가벼운것 같아서, 부끄러워 집니다... 20 대가 이렇게 저무는구나 하는 생각에 왠지 좀 서글퍼 지내요...

나의 20대에서 자전거는 무슨 의미 였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끔은 외로움과 무엇인지 알수없었던, 생의 막막함 앞에서 자전거는 친구가 되어 주었고, 때론 무지막한 극단으로 치달아서는 강원도의 어느 산골이며, 경기도의 휑한 겨울 국도변에 나를 이끌고 갔습니다...

신새벽 텅빈 마음과 아득함에 문득 경춘가도 어딘가를, 때론 포천이며 이동, 일동 하는 전방 부대앞을 달리는 나는 항상, 해가 질무렵이면 쫓기듯 그렇게 어둠이 내리는 대성리 앞 마을을 지나, 마석으로 혹은 샘터 삼거리에서 양수리 방향으로 해서, 지금은 차가 드문드문 다닐뿐인 정약용 생가 앞 퇴락한 매운탕 집 앞에서 숨을 헐떡이며, 빵을 사먹고, 겨우겨우 쓰러질듯 우이동 집까지 되돌아 오곤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아! 그 10년 전 숨막히던 봄날. 5월에.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당시로는 일반잔차 중 최고급이었던 바이덱 18단 번쩍이는 내 애마를 타고, 태릉의 눈부신 신록, 숨막히는 포플러 가로수길을 지나면, 퇴계원 옛 길을 따라 갑니다. 서울 리조트 앞 언덕, 허덕허덕 올라가는 갓길은 왜이리 길고, 그 개나리 가지는 미친년 머리카락 바람에 날리듯....
한 달음에 샘터 삼거리 까지 달리고, 언덕을 올라서면 내 봄날의 하얀 구름은 북한강 강물에 그림자 집니다... 청평 댐 및에 그 산그늘은 왜 그리 어둠고 깊었는지....  아, 앞 도로 표지판에 유명산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고, 양평이란 이름도 얼추 보이고... 20 살의 나는 두려운것이 없습니다. 벌써 2시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어딘가 가보지 않은 길이 있다는 것이, 내 앞에 펼쳐진, 비록 그것이 흙먼지 폴폴 나는 비포장 길이라고 해도.... 나는 뒤돌아 서서 그 길은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비포장 길을 한참 달리면, 가끔 정자나무 아래 할아버지들 담배 한모금 피고 계시고, 항상 그렇듯 시골 정자나무 및에는 막걸리 한사발 이며, 군것질 거리를 파는 조그만 구멍가게가 있었지요... 할머니, 콜라 하나 주세여... (학생은 어디서 왔는가?)   서울서요.  (오매, 서울서 이까지 자전거 타고 왔다고? 무슨 운동하는가?)  아니여 그냥온건데여...  여기서 양평까지 머나여?   (양평? 애고, 갈 생각도 말어, 큰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하는디, 길도 나쁘고, 그냥 온 길로 빨리 가는 것이 났재)  그래요. 얘 고맙습니다...      스무살의 나는 그래도 먼지 폴폴 나는 비포장 지방도를 무슨 벼슬 하는양 당당하게 내닫습니다... 가끔식 트럭이 지나가면, 손수건으로 잎을 막고,  깨끗한 물가가 나오면 얼른 달려가 세수하고....  스무살이란 정말 좋은 나이 입니다...  청신한 물가에 어른 거리는 내모습과 파란 하늘에 둥둥 떠가는 구름이 왜이리 서로 어울려 보이는지...  오후 4시. 유명산 입구 도착 ... 정말 큰 고개가 있습니다. 비포장 입니다.. 비둘기 고개 . 해발이 600 이 넘더군여 나중에 알고보니....  자 스무살의 나는 일단 잔차에서 내렸습니다. 욱신욱신 사타구니가 아프고, 해는 중미산 너머로 점점 져 갑니다.... 그래도 스무살의 나는 자전거를 끌로 아무도 없는 비포장 산길을 터벅터벅 걸어갑니다.  한 시간 삼십분의 도보 업힐. 정상입니다...  해가 멀리 서쪽 으로 넘어갑니다.... 아 늦었구나. 어떻게 집에 갈수는 있을까?  조급한 마음에 마구 산을 내려 갑니다...  고개를 오를때는 길가의 풀섶하나하나, 메뚜기 하나하나 마음을 주고 올수 있었는데, 내려갈때는 그게 아니더군요.... 순식간에 산을 내려오고, 좀 달리니 양평이 나옵니다.  도로 표지판엔 서울 60 km 라고 쓰여 있네여... 60km 면 일반 잔차로 약 4 시간 거리인데, 해는 져 버렸고,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처량해 집니다.  한 가정집 부엌 창문 너머로 맛있는 음식냄새며, 가족들의 정겨운 토닥임 소리가 들립나다..

집이 그리워 집니다.

이차선 좁은 국도를 따라, 한발 한발 내닫습니다. 페달질이 되지 않습니다. 져녁 9시. 이제 집에 돌아갈 힘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양수리와 양평 사이 어느 가게 앞에서 주저 앉아버립니다... 스무살의 나는 두려워 졌습니다. 지갑에는 이제 단돈 이천원 뿐입니다. 하루종일 초코파이며 음료수만 먹어서 단물이 깔딱깔딱 목구멍으로 넘어옵니다...    아..... 힘들다..... 엄마...

그때 입니다. 지나가던 택시 한대가 한 50 미터 앞에서 멈추더니 후진하기 시작합니다...  내 앞에 멈춰선 택시, 갑자기 창이 열리며, 동그란 아저씨 얼굴... 천사입니다.. 스무살의 나는 천사를 부정한지 이미 오래였는데, 그는 천사 였습니다... 타라고 합니다. 자전거 앞바퀴는 트렁크 밖으로 나와 있지만, 얼추 실긴 했습니다.  구리시 까지 간다는 군여... 그게 어딥니까. 아 나의 구세주!!!

그리하여 스무살의 나는 밤 12시에 집에 들어올수 있었습니다.

그 길던 양평 옛 2차선 길이 그립습니다.  언젠가 기억에서 조차 지워지겠지만...  나의 스무살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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