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렸을 때 내가 배워온 역사와 도덕 또한 “미국 좋은 사람, 소련 나쁜 놈”이라는 식의 극단적 흑백논리를 바탕으로 한 반공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스스로에 대한 관대함과 상대방에 대한 차가움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 자유와 민주주의의 터전이며 세계 모든 인종과 사상, 문화가 모인 열린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미국. 올림픽이 열릴 때면 나도 모르게 미국을 응원하곤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그리고 미국 프로스포츠의 화려함에 열광하고 있는 현재의 나.
하지만 화려한 열림의 몸짓 사이에 감춰진 그들의 섬칫한 닫힘의 그늘이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듭니다.
올 여름 미국 스포츠계 최고의 스타는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프랑스 전국을 일주하는 열정과 낭만의 아름다운 경주,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 대회 뚜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이번 2001 대회의 우승으로 투어 더 프랑스를 3연패한 랜스 암스트롱은 미국 사상 최고의 사이클 선수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이러한 쾌거는 지난 96년 그의 생명을 위협했던 고환암을 극복한 뒤 이루어져 더욱 더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언제나 사람들은 역경을 극복한 성공 스토리에 더 감동의 눈길을 보내는 것이니까요.
살아날 확률이 반반이라고 하는 위험한 상태에서의 수술, 2년 간의 공백, 재기, 그리고 전 세계 사이클 선수들의 꿈인 뚜르 드 프랑스에서의 우승. 스포츠팬들뿐 아니라 전 미국인들이 열광하기 딱 좋은 길을 걸어온 랜스 암스트롱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올 여름 미국을 달군 화제의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번 그의 우승을 두고 언론들이 퍼붓는 찬사는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습니다. 벌써부터 역사상 최고의 사이클리스트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고, 그의 업적을 개인 스포츠 사상 최고 업적의 하나로 추켜세우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ESPN에서는 투표를 통해 그의 뚜르 드 프랑스 3연패를 메이저리그 칼립켄 주니어의 연속 경기 출장 기록, NBA 윌트 챔벌레인의 한 경기 100득점 기록들과 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돌이켜보더라도 랜스 암스트롱의 투어 더 프랑스 3연패가 과연 그렇게 추앙받을만한 기록인가하는 의문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1991년부터 1995년까지 투어 더 프랑스의 우승자는 단 한 사람, 스페인의 미구엘 인두라인이었습니다. 사상 초유의 뚜르 드 프랑스 5연패. 더구나 1903년부터 시작된 뚜르 드 프랑스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5번의 우승 기록을 보유한 선수가 무려 4명이나 되며 3회 우승자 또한 랜스 암스트롱 외에도 3명이나 더 있습니다.
앞으로 랜스 암스트롱이 어떠한 기록들을 더 만들어 내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상 최고의 사이클리스트라는 칭찬은 그가 미구엘 인두라인의 기록을 깨고 난 이후에 비로소 명분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럼 아직 부족한 랜스 암스트롱의 기록을 가지고 그토록 미국이 열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그것은 ‘미국인’에 의한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얼핏 세계에서 가장 열려 있는 나라처럼 보이는 미국이 지독한 애국주의로 무장한 나라라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수많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나타나는 미국 지상주의에서부터 경쟁국들을 대상으로 한 잇단 경제보복들. 스포츠 또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여자 선수들이 맹활약하고 있는 LPGA 투어의 경기수가 2002년 상당수 줄어들 거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한국의 박세리와 스웨덴의 아니카 소렌스탐, 호주의 카리 웹 등 외국 선수들의 득세 속에 미국 선수들이 성적을 내지 못하자 스폰서가 줄고 인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이저리그 챔피언전의 이름은 ‘월드시리즈’입니다. 세계 선수권이 아닌 미국내 우승팀을 가리는 대회의 이름을 이렇게 정한 것은 메이저리그가 세계 최고라는 자존심의 표현입니다.
일본의 노모 히데오나 사사키가 메이저리그 신인상을 따 낸 것이 화제가 되었었습니다만 사실 그들의 ‘신인상’은 다른 나라 프로리그에서 수년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이라는 표딱지를 붙이려 드는 그들의 자존심 덕분입니다.
북유럽과 동유럽 국가 선수들이 미국 선수들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북미아이스하키 리그(NHL)에서는 세계 최강 캐나다와 편을 짜서 ‘북미’ 대 ‘세계’라는 이름으로 올스타전을 펼쳐 반쪽 애국심을 조장하고 있고, NBA 선수들로 구성된 자국 대표팀을 ‘드림팀’이라는 명칭으로 포장, ‘타국 대표선수들은 드림팀과 사진을 찍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했다’라고 보도하고 있는 미국인들인 것입니다.
가장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잔뜩 닫혀진 모습을 들여다 보며, 자유를 꿈꾸고 도착한 미국에서 인종 차별이라는 현실과 맞닥뜨려야 했던 재미동포, 학생들이 어느덧 한국 사람들을 무시하고 있는 슬픈 현실이 소름처럼 돋아납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 자유와 민주주의의 터전이며 세계 모든 인종과 사상, 문화가 모인 열린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미국. 올림픽이 열릴 때면 나도 모르게 미국을 응원하곤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그리고 미국 프로스포츠의 화려함에 열광하고 있는 현재의 나.
하지만 화려한 열림의 몸짓 사이에 감춰진 그들의 섬칫한 닫힘의 그늘이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듭니다.
올 여름 미국 스포츠계 최고의 스타는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프랑스 전국을 일주하는 열정과 낭만의 아름다운 경주,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 대회 뚜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이번 2001 대회의 우승으로 투어 더 프랑스를 3연패한 랜스 암스트롱은 미국 사상 최고의 사이클 선수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이러한 쾌거는 지난 96년 그의 생명을 위협했던 고환암을 극복한 뒤 이루어져 더욱 더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언제나 사람들은 역경을 극복한 성공 스토리에 더 감동의 눈길을 보내는 것이니까요.
살아날 확률이 반반이라고 하는 위험한 상태에서의 수술, 2년 간의 공백, 재기, 그리고 전 세계 사이클 선수들의 꿈인 뚜르 드 프랑스에서의 우승. 스포츠팬들뿐 아니라 전 미국인들이 열광하기 딱 좋은 길을 걸어온 랜스 암스트롱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올 여름 미국을 달군 화제의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번 그의 우승을 두고 언론들이 퍼붓는 찬사는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습니다. 벌써부터 역사상 최고의 사이클리스트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고, 그의 업적을 개인 스포츠 사상 최고 업적의 하나로 추켜세우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ESPN에서는 투표를 통해 그의 뚜르 드 프랑스 3연패를 메이저리그 칼립켄 주니어의 연속 경기 출장 기록, NBA 윌트 챔벌레인의 한 경기 100득점 기록들과 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돌이켜보더라도 랜스 암스트롱의 투어 더 프랑스 3연패가 과연 그렇게 추앙받을만한 기록인가하는 의문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1991년부터 1995년까지 투어 더 프랑스의 우승자는 단 한 사람, 스페인의 미구엘 인두라인이었습니다. 사상 초유의 뚜르 드 프랑스 5연패. 더구나 1903년부터 시작된 뚜르 드 프랑스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5번의 우승 기록을 보유한 선수가 무려 4명이나 되며 3회 우승자 또한 랜스 암스트롱 외에도 3명이나 더 있습니다.
앞으로 랜스 암스트롱이 어떠한 기록들을 더 만들어 내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상 최고의 사이클리스트라는 칭찬은 그가 미구엘 인두라인의 기록을 깨고 난 이후에 비로소 명분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럼 아직 부족한 랜스 암스트롱의 기록을 가지고 그토록 미국이 열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그것은 ‘미국인’에 의한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얼핏 세계에서 가장 열려 있는 나라처럼 보이는 미국이 지독한 애국주의로 무장한 나라라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수많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나타나는 미국 지상주의에서부터 경쟁국들을 대상으로 한 잇단 경제보복들. 스포츠 또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여자 선수들이 맹활약하고 있는 LPGA 투어의 경기수가 2002년 상당수 줄어들 거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한국의 박세리와 스웨덴의 아니카 소렌스탐, 호주의 카리 웹 등 외국 선수들의 득세 속에 미국 선수들이 성적을 내지 못하자 스폰서가 줄고 인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이저리그 챔피언전의 이름은 ‘월드시리즈’입니다. 세계 선수권이 아닌 미국내 우승팀을 가리는 대회의 이름을 이렇게 정한 것은 메이저리그가 세계 최고라는 자존심의 표현입니다.
일본의 노모 히데오나 사사키가 메이저리그 신인상을 따 낸 것이 화제가 되었었습니다만 사실 그들의 ‘신인상’은 다른 나라 프로리그에서 수년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이라는 표딱지를 붙이려 드는 그들의 자존심 덕분입니다.
북유럽과 동유럽 국가 선수들이 미국 선수들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북미아이스하키 리그(NHL)에서는 세계 최강 캐나다와 편을 짜서 ‘북미’ 대 ‘세계’라는 이름으로 올스타전을 펼쳐 반쪽 애국심을 조장하고 있고, NBA 선수들로 구성된 자국 대표팀을 ‘드림팀’이라는 명칭으로 포장, ‘타국 대표선수들은 드림팀과 사진을 찍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했다’라고 보도하고 있는 미국인들인 것입니다.
가장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잔뜩 닫혀진 모습을 들여다 보며, 자유를 꿈꾸고 도착한 미국에서 인종 차별이라는 현실과 맞닥뜨려야 했던 재미동포, 학생들이 어느덧 한국 사람들을 무시하고 있는 슬픈 현실이 소름처럼 돋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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