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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황당했던 하루....

에이쒸원2003.03.10 00:36조회 수 51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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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를 빌어 소중한 피를 나누어 주셨던 여러님들과 비록 받지는 못했지만

여러모로 같이 걱정해주시고 격려해 주신 왈바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때는 토요일 오전이었습니다.

트레키님께 헌혈증을 받기로 하고 강남 구청역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만나기로한 시간이 오전 9시30분..

지하철을 타고 갈까 하다가 여러곳을 들려야 해서 영탄이 자전거도 돌려줄겸

영탄이의 빨간색 잔차를 타고 오전 7시30분에 나왔습니다.

양재까지 50분이면 도착하니 시간은 충분하리라 생각을 했습니다.

양재에 8시 30분쯤에 도착해서 그때부터는 길을 잘 모르기 때문에 지나가던

행인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강남구청역으로 갈려면 어떻게 가야 해요?"

아저씨 왈 "자전거로 가시게요? 이길로 30분은 넘게 가셔야해요"

아~~ 그때까지 전 일반자전거와 저희 엠티비와의 속도차이의 개념에 대해

일반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걸 몰랐습니다.

잔차를 타며 이곳저곳 둘러보며 가야했었는데..아니면 도중에라도 한번쯤은

더 물어봤어야 하는건데..시간이 많이 남아서였는지... 친구 어머님 생각에..

내일 있을 아버지 생신 잔치준비 생각에... 그냥 냅다 달리고 있었습니다.

한 20분 정도 갔을때 뭔가 잘못된 길이란걸 깨닫기 시작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한테 다시 물어봤습니다.

" 강남구청역으로 갈려면 어디로 가야해요?"

" 아 이사람아 반대로 왔잖아...."

반대로 왔다... 이 말의 의미가 뭐였을 까요?

반대로 왔다면 왔던길을 되돌아 가란말 아닌가요?

전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 했고 이어서 다시 물어 봤을때 또 반대로 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이가 없더군요....반대로 왔다고 하길래 반대로 다시 왔는데 또 반대라니...

그렇다고 제가 강남 구청역을 지나서 왔다갔다 했던건 분명아닙니다.

한참 고민끝에 내방역을 생각해 냈습니다.

내방역에서 몇정거장 안되니.... 구영탄을 만났었던 내방역으로 가자....

거기서 부터 한정거장 한정거장 지나가다보면 나오겠지... 흐흐흐

너무도 쉬운생각에 내방역까지 일단 갔습니다.

시간이 얼추 9시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내방역에 도착해서 주유소에 들어가 물어보고 가르쳐준 길로 5분정도 가다

도저히 시간을 맞출수 없을것 같아 다시 내방역으로 갔습니다.

내방역안으로 잔차를 들고 가니 역무원이 잡더군요...  -..-;;

한참을 사정도 해보고 실갱이를 했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이미 시간은 9시 25분..... 다시 잔차를 들고 거의 뛰다시피 지하철 계단을

올라와서 택시를 잡았습니다.

자전거는 안실어준다는 말에 "아저씨 이거 간단하게 앞바퀴 분리되요..."

라며 큐알을 풀었는데 앞바퀴가 안빠지는 겁니다.

다시 큐알을 돌리고 그래도 안빠져서 또 돌리고 큐알이 거의 다 돌려서 흔들흔들하는데도 안빠지는 겁니다.

아저씨 퉁명스럽게 천천히 하세요..기다릴께요..

이런...브레이크 레버도 풀지 않고 바퀴를 잡아 당겼으니...이런 원초적인 실수를.....

간신히 택시를 타서 택시기사 아저씨한테 물어봤습니다.

"아저씨 도데체 강남구청역이 어디에요?..저는 저쪽에서 왔는데.."

이 기사아저씨가 머라그런줄 아십니까?

"반대로 오셨잖아요...."

뜨악.... 그놈의 반대....반대란 도데체 무엇이란 말인가.....

알고 보니 제가 아주 큰 원을 그리며 뱅뱅 돌고 있었더군요...

더 황당한 것은 강남 구청역은 그 뱅뱅 돌던 원안에 없었습니다.

완전히 다른곳에서 뱅뱅 돌고 있었던거죠....   ㅠ.,ㅠ

한참 잘 달리더니 차가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으메~~ 트레키님 댁으로 전화를 하니 아직 기다릴거라 말씀하시고....

그때가 9시 50분...

안되겠다싶어서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다시 앞바퀴를 조립하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웬수같은 강남구청역에 도착해서 내려가 보니 한분이 시계를 보며

서 계시더군요....

너무도 죄송해서 ...  아~~ 트레키님 이시죠? 에이쒸원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숨도 헐떡헐떡 하며 간신히 인사했더니..

그 아저씨..힐끔 보더니..저 아닌데요?   -..-ㅋ

트레키님은 거의 30분을 기다리시다 지쳐 집으로 다시 들어가신것입니다.

트레키님을 기다리며 돌의자에 앉아있는데 그제서야 정신이 들더군요..

두시간동안 완전히 바보가 됐었던 거죠...아~~ 누구를 원망해야 합니까?

처음에 30분이나 가라해서 완전히 존에서 벗어나게 만든 그 아저씨를 원망해야

하는지..아님 계속 반대로만 가라했던 행인들을 원망해야 하는지..

막무가내로 안된다고 했던 내방역 지하철 역무원을 원망해야 하는지..

끝까지 반대방향을 갈켜준 그 주유소 직원을 원망해야 하는지...

주유소 직원이 갈켜준 방향으로 계속 갔더라면 도데체 어디로 갔을까요?

거기는 택시타고 가던길의 이른바 그 ""반대길"" 인데...

결국 32년을 서울에 살면서도 그토록 길눈이 어두운 제 자신을 원망했습니다.

이거 거의 자폐수준아닙니까? 길눈이 그토록 어둡다니...

그날은 트레키님도 늦었다며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악수도 못하고 왜 늦었는지

자초지종도 설명못드리고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트레키님 정말 죄송합니다....일이 이렇게 된겁니다...

트레키님을 만나고 나서 구영탄이 다니는 샵에다 영탄이 잔차를 돌려주려고

다시 내방역으로 왔습니다.

거기서 사과나무가 있는 양재역을 물어봤는데 5km 정도 밖에 안떨어졌다는 겁니다.

잔차로 15분이면 족히 갈수 있을 거란 말에 머리가 띵하더군요...

도데체 난 한시간이 넘게 어디를 그렇게 헤메고 다녔는지.....

여러사람들이 잔차로 갔다 오라고 했지만...심지어 인터넷으로 약도도 보여줬지만..

저는 그냥 지하철타고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양재로 갔다간 해가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ㅋ

사과나무에 들러 무사히 헌혈증을 가지고 병원에 갔습니다.

여러분들의 걱정과 염려와 격려의 마음이 담긴 헌혈증을 건넬때

친구의 표정과 친구 아버님의 표정 그리고 그 여동생....

오늘 오전에 있었던 힘들었던 일들이 모두 말끔히 사라지더군요...ㅎㅎ

끝으로 다시 한번 여러분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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