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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버스안에서

........2003.05.01 15:10조회 수 416추천 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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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시절...



학교를 가는 버스인 103-1번(개봉동행), 31번(신정동행) 중 난 31번을 선호했다.

우리학교 남자새끼-_-들만 타서 쾌쾌한 냄새를 풍기는 103-1번에 비해

성적은 갓뎀스럽지만 외모는 굿스러운 신정여상-_-의 아낙들이 많이 타는

버스이기 때문이다.



거의 신정여상 학생들의 통학버스인 31번이 우리집 앞을 지난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그날도 난 어김없이 103-1번 8대-_-를 보내고 31번에 올라탔다-_-




버스안에 이미 타 있는 자주색 마이를 입고 굿스러운 외모를 가진 신정여상 학생들.






나는 시선들을 의식해 무표정한 얼굴를 하고 아주 멋진 포즈로 지갑을 꺼내들곤


버스카드 판독기로 던-_-졌다.




삑.




....후후.. 오늘도 성공했군... 굉장히 카리스마 있어보이고 터프하겠지...





터프한 표정을 지으며 앞머리를 한번 쓸어올려준다음, (스포츠-_-머리 였다;)

강렬한 눈빛으로 버스 안을 노려보았다.





웅성웅성...




터프한 내 모습에 차내는 술렁거렸고, 곧 나에게로 쏟아지는 시선들..





....후후.. 카리스마 만빵의 내 모습에 반했군..




소근소근소근...




....후후 여고생들이란..그저 잘-_-생긴 남학생만 보면 소근거리니 원...훗..






소근소근..




"얘, 몇일전 버스카드가 들은 가방을 판독기에 집어던졌다가 버스기사 아저씨가
빡-_-돌아서 그 가방 창문밖으로 집어던졌다던 얘가 쟤니?"


"응 마져 어휴 저 병-_-신.."



소근소근..




...-_-a



...때론 터프하고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 여고생도 있나보다-_-a






난 31번 버스 중에도 '도시형 버스' 를 좋아한다.



신형이라 깨끗해서가 아니다.

에어콘이 나와서도 아니다.


바로 2인석-_-이 있기 때문이다.



마침 이나영 사촌 동생쯤 되는 외모의 여학생의 옆자리가 비어있었다.



....후훗. 잘만하면 연락처는 받을수 있겠군.





"저.. 실례합니다만 옆자리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훗.. 이럴땐 보통남자들은 아무말 없이 그냥 털썩 앉겠지만.

난 매너 있게 보이기 위해 물어본거지. 난 다른 놈들과 다르거든.

분명 내 매너에 소스라치게 놀랐을껄?

이렇게 물어본다고 해서 싫다고 하면서 앉지 말라는 여자가 설마 있겠어?

하하.. 난 정말 두뇌명석해....-_-v









"그냥 서서 가세요-_-a"

"아 네..-_-a"







....그냥 아무말 없이 털썩 앉을껄-_-..








지갑을 흘리고 가볼까...

그냥 툭 까놓고 연락처를 물어볼까...




그녀 옆에 서서 그녀의 연락처를 얻기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때

왠 시큼한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욱.. 이거 왠 쉰 김치냄새냐.. 어떤 쒜리야 씨바...




정체불명의 냄새가 퍼지자,

차내에 타고 있던 귀염쟁이 여고생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아  이게 무슨 냄새니.."

"아 몰라 김치국물 냄새야.. 아 짱나"





....!





김.치.국.물....?











..............................................................................






어제 저녁.




"xx아 엄마가 어제 싸준 새로담근 김치 다 먹었니?"

"응"

"꽤 많이 쌌는데 깨끗히 비웠네?"

"응, 애들이 맛있다고 다 먹었어"

"으응... 그랬구나..아~ 이놈의 음식솜씨란~ ^-^(흐뭇)"

"..-_-.."






..............................................................................







"저..저기요 김치국물 새는거 같아요.. 냄새가 그쪽 가방에서 나거든요..?"




서둘러 손을 뒤로젖혀 가방을 만져보니

아뿔사.


이미 축축히 젖은 내 가방-_-;;


난 황급히 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다.




검은 비닐봉지를 풀러보니 항아리-_-만한 순창고추장병-_-이

수줍은듯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아아..  괜히 어제 엄마한테 김치 맛있어서 다 먹었다고 구라-_-까서는..;;


그냥 '남았는데 국물샐까봐 귀찮아서 버리고 왔어-_-a' ..라고 솔직히 말할껄;;



김치가 맛있어서 다 먹었다는 나의 구라-_-에 흐뭇해진 엄마가

과장 쫌 보태서 항아리-_-만한 순창고추장병에 김치를 담고,

혹시나 국물이 샐까봐 검은 비닐봉지로 싼것인데.



고추창병에는 김치 건더기만 들어있었고 봉지안에는 국물만 들어있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대부분의 국물은 가방에 약간 묻은걸 제외하곤

고스란히 봉지 안에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냄새의 원천인 이 문제의 검은 비닐 봉다리를 처리해야해!!'



'아, 마침 버스가 고척교를 지나고 있군. 저 다리 아래로 던져 버려야지'




나는 김치국물이 차 있는 검은 비닐 봉다리를 비장한 각오로 꽁꽁 묶고.



"잠시만 고개좀 숙여 주시겠습니까?-_-a"



좌석에 앉아있던 아까 그녀에게 (매너-_-있게) 부탁-_-한 다음.





....창문 밖으로 힘껏 던졌다.








철퍼덕.






......내가 비닐봉다리를 던진 창문은 굳게 닫혀있었다...-_-..




"꺅~"





비닐 봉다리가 창문에 부딛혀 터지면서 김치국물들은 피를 튀기듯 사방으로 퍼졌고


차내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근처에 서 있다가 김치국물을 뒤집어 쓰고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어쩔줄 몰라하는 신정여상 학생들...-_-




"죄..죄송합니다..;; 창문이 너무 깨끗해서 열려있는 줄 알았어요;;"




그 중 제일 많은 김치국물을 뒤집어 쓴 사람은 현장으로 부터 가장 가까이 있던

'아까 그녀' 였다;



김치국물의 약 50%의 양을 혼자몸으로 받아 내야 했던 그녀는

자기 얼굴에서 겨우 30c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충격-_-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아직 자기에게 벌어진 상황을 파악 못하고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나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_-;;



버스옆에 달리던 차 중에 신문 기자가 있었다면

다음날 신문엔 이렇게 나왔을 것이다.





[어제 아침 모 여고생들 버스안에서 집단 난투극, 일부는 머리에 출혈-_-이 심한
중상을 입기도...]



.....-_-....





"아 이 새끼-_- 어디서 행패야 행패가.."

"야 너 죽을래?"




과격한 여학생들의 폭언-_-...


궁지에 몰린 xx..





삐~





어느새 학교 앞에 도착해 문이 열리며 들리는 구세주같은 부저음...







난 정류장에서 학교까지 약 500m 언덕길을 말그대로 종나게 뛰쳐올라갔다


그때 그 스피드가 얼마나 빨랐는가 하면...

그날 아침 이 사건을 전해 들은 같은반 급우의 말을 인용해보자.




[헐, 그럼 아까 나 등교할때 학교쪽으로 휘몰아치던 한줄기 쉰김치 냄새가 너였냐?]




...-_-..


얼마나 빨랐는지 알겠지-_-?





그 날 버스에 있던 여학생들에게 지금 와서 진심으로 사과한다.

하지만.. 그날 그 버스 창문은 너무 깨끗했다... 너무...-_-

''''''''''''''''''''''''''''''''''''''''''''''''''''''''''''''''''''''''''''''














다음날.


난 31번 버스 8대를 보내고 103-1번-_-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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