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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출근하기(여기 올려도 되는 것인지...)

아킬레스2003.05.02 10:21조회 수 446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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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오랜만에 새벽에 눈을 떴다.
손 다친후에 차로 출근할 때에는 뭉기적 뭉기적 거리기만 했는데, 오늘 아침은 자전거로 출근할 생각을 하니 왠지 몸이 가볍다.

아침밥을 먹으려고 보니, 밥이 없다. 쌀이 떨어져서 아침밥이 없단다(집안경제가 언제 이렇게 되었지). 준비성 없는 아내에게 한마디하려다가 그냥 웃고 만다.

아파트 입구
경비아저씨가 졸고 있다. 반바지가 아직은 조금 서늘하다. 아파트 입구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서 마시면서 담배 한대, 역시 커피는 자판기 커피가 최고다. 특히 공복에 속을 후비며 들어가는 자판기 커피와 담배는 몸에는 쥐약이지만 맛은 보약이다.

찬공기를 가르며 아파트 입구 다운힐(?)
새벽이니 차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밤에는 서로들 조심하지만 새벽에는 왠지 조심성이 떨어지니까?

첫번째 횡단보도
아직 이른 시간이라 횡단보도에 사람들이 없다. 신호가 바뀌더라도 조심해야 한다 우회전 차량들 때문에....
초록불(우리 어렸을 때에는 파란불로 배운 것 같은데...)
택시가 섰다. 분명 저 택시는 신호를 무시하고 슬금슬금 건너갈 것이다.
"어라 왠일로 서있네".
점점 택시와의 거리가 가까와지고 뭔가 답례를 해야 할 것 같다.
가벼운 눈인사....
인상 좋은 기사아저씨가 손을 들어준다. 상쾌한 공기만큼이나 상쾌한 기분을 선물받은 듯....

두번째 횡단보도
이번에는 진도개 두마리다
백구와 황구. 어뜻 보기에도 잘생긴 놈들이다. 족보있는 가문의 자손인 듯 멋들어진 꼬리를 좌우로 흔든다. 막돼 먹은 가문의 자손과는 달리 자전거를 보고도 짖어대거나 경계하지 않는다.  역시 답례가 있어야 될 것 같다.
"개가 잘 생겼네요"
주인의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세 마리였는데 한마리를 잃었단다.
저 정도의 개를 끌고 다니면 개가 주인의 면을 세워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는 계단
얼마전에는 없던 계단이 생긴것 같다.
사막에는 모래폭풍으로 자고나면 지도가 바뀐다고 하던데, 서울은 모래폭풍도 없는데 자고나면 도로가 변하곤 한다.
턱이 높지 않아서 그냥 내려가도 충분할 것 같다. 그런데 손가락을 기브스한 상태라서 왠지 조심스럽다.
하차.
"자전거도 좋아 보이고, 헬멧에 현란한 옷에 온갓 폼은 다 잡았는데 자전거는 못타는 군"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렇게 수군대는 것 같다.
그래도 어쩔수 없다. 살고 봐야 하니까?

사당동 까치고개  
처음 자전거로 출근할 때는 끌고 가던 고개였는데 이제는 가장 즐거운 코스다.
아마도 여기가 없었으면 자전거로 출근하는 맛을 못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인도로 갈까? 차도로 갈까?
인도로 가면 쉬면서 갈 수 있고, 차도로 가면 빡세게 타야 한다.
부상중이라 인도로 가려고 했는데 인도입구에 리어커가 있다.
"에라 죽어보자"
차도로 빡세게 달려본다. 속도계를 보니 거의 20키로에 가깝다.
너무 무리하는 것 같다. 그래 죽어보자. 끝까지 올라와서 음료수 한모금 ...
오랜만이라 역시 힘이 든다.

다음은 인도
이제 제법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모두 출근하는 사람들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밤 세워 술먹고, 출근하는 사람들 틈속에서 집으로 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나도 그런 적 있는데 아침햇살 보기가 부끄럽다).  
분명 자전거도로로 표시되어 있는 길을 가는데 안장에서 엉덩이를 들어야 할 때가 많다.
자전거도로에도 풀샥을 타야하나?.
답답한 마음에 차도로 들어가고 싶어도 주차한 차들이 너무도 많다.
아침에는 차들이 좀 적다고 무조건 비상등 켜고 끝차선에 주차를 한다(비상도 아닌 것들이).
자전거로 차도를 달리다 가장 황당한 경우는 끝차선에 주차한 차들일 것이다.
역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널널하게 인도를 달린다.

이제는 여관골목이다.
내가 있는 오피스텔 근처에는 유난히 여관들이 많다(서울대역 근처).
골목길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후진차량을 조심해야 한다. 여관들이 요즘에는 손님보호 차원에서 여관주차장에 기다란 초록색 커튼같은 것을 설치했기 때문에 후진하는 자동차는 나를 볼수 없다.
서울에는 집 없는 사람들이 역시 많다. 이곳에 있는 여관만 대략 300개 정도란다. 신림역과 합치면 700개가 넘는다고 한다. 한 여관에 방을 30개만 잡아도 ...
그런데 토요일은 방이 없단다. 언제 시간있으면 왜 신림역과 서울대역에 여관이 많은지 분석을 해 봐야겠다.

이제 거의 오피스텔에 다 온 것 같다.
사람들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복도를 걷는다.
자전거 신발은 복도에서는 쥐약이다. 정말 미끄럽고 시끄럽다.
샤워하고 옷을 세탁기에 넣고, 햇반으로 아침식사하고, 커피를 마시고도 시간이 남는다.
집에서 뭉기적거리는 시간만으로 자전거로 출근할 수 있다.

가끔은 헛갈린다. 출퇴근을 위하여 자전거를 타는 것인지, 자전거를 타기 위하여 출퇴근을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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