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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가을날의 향기...

........2003.06.06 16:12조회 수 326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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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작업실의 새벽..미루고 미루던 일을 마감에 쫓겨 마구 날리다가
잡지사 편집장과의 점심 약속이 갑자기 떠 올랐다

아이구 미쳐...일을 반밖에 못했는데.. 할수 없지
겨우 반꼭지를 써서 팩스로 보내고 주섬 주섬 글방을 떠났다

아침안개를 가르고 신나게 달리는데 뱃속이 이상하다
빈속에 커피를 석잔씩이나 거푸 마셔서 그런가? 꾸르르륵~
어쩔 수 없이 휴게소로 차를 돌려 화장실로 들어갔다

똑똑...똑똑...똑똑 똑똑..또도독 똑똑..
간첩 접선신호하듯이 대략 열개정도의 문에서 모두 응답이 왔다
젠장..아침부터 빈속에 커피 마신 넘들이 왜 이리 많아..

속으로 중얼거린 욕을 들었는지 마지막 문이 열리더니
착하게 생긴 간첩이 바지를 추스리며 나왔다..
오 그레잍....아이 러브 유~ 맨!

담배한대 정도를 피우며 느긋하게 일을 보는데 저 끝쪽...
입구 처음 문짝부터 노크를 해 오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똑.....똑똑..똑똑..노크 소리는 점점 가까워 오는데
나보다 먼저 들어 앉은 간첩들은 나올 생각들을 않는듯 싶었다
드디어 내 문을 똑똑....나도 암호를 받듯이 똑똑 ...

마지막 문인 내 칸에서 노크 응답이 들려 오자
밖에서 노크를 한 사람이 비명을 질렀다...으악~
<큭큭큭~ 되게 급한 모양이군..>

볼일을 다 보고 문을 열고 나오자
세명정도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방금 내문에 노크를 한듯한 사람이 제일 바깥쪽에 서 있다가
나를 보고 만세를 부르듯이 양손을 번쩍 든다..
어? 나를 아는 넘인가?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러나 눈치들 채셨겠지만 그 만세동작은 나를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방금 나온 곳에 자기가 먼저 들어 가겠다는 시위였다
하마터면 나도 같이 반갑게 손을 들뻔했잖아..짜식

빈 칸으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그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그 남자는 양손을 번쩍 든채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어기적거리며....슬로비디오처럼 그렇게 오랜시간을 걸어갔다

기다리던 두사람과...나는 그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아~ 지독히도 급했구나
교양도 있어 보이고 꽤 젊잖아 보이는 사람인데...

너무나 느린 그남자의 걸음을 보고있던 우리 세사람의 관찰자는
<하지만 저러다가..혹시..> 라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지의 그 남자는..그러나 성공적으로 화장실 문까지 도달했다
화장실에 서있던 두사람과 나는 <해내고야 말았어> 하는
미소와 목례를 말없이 주고 받았다

안도의 숨을 내 쉬며 화장실 밖으로 나서려는 내 귀에 문득...
한손으로 화장실 문고리를 잡고 한손은 여전히 공중에 든채로
<아....>하고 절망과 분노의 표정으로 내 뱉는
탄식의 짧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놓친듯한...그 남자의 신음소리였다
나는...아아~ 나는 그냥...차마 돌아 보지 못하고
고개를 외면한 채 밖으로 걸어 나왔다

화장실 밖은 눈부신 가을햇살이 투명하게 흩어지고 있었고
수 많은 인파들은 핫도그와 우동과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있었다
모두에게 가을은 향기로왔고 아름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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