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키우는 보람을 만끽한 다음날 아침의 일입니다.
세면실에서 면도를 하고 있는데 씩씩이가 방에 들어오더니
장식장에서 열심히 무엇인가를 찾고 있더군요.
제가 있는 줄은 모르고 한참을 부시럭대며 무엇인가를 찾길래
호기심이 발동해서 모른척하고 거울로 보고 있었습니다.
씩씩이엄마가 부릅니다.
"씩씩아! 할머니께서 현관에서 기다리신다."
"빨리 유치원 가야지"
아침마다 어머니께서 출근하시면서
씩씩이를 유치원까지 바래다주십니다.
그래도 씩씩이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습니다.
씩씩이엄마가 또 재촉합니다.
"씩씩아! 뭐하니?"
"아 아무것도 아네요. 엄마"
씩씩이가 좀 당황하면서 호주머니에 무엇인가를
잽싸게 넣으면서 방을 나갑니다.
'짤그락' 소리가 납니다.
생각을 해보니 동전을 모아놓은 깡통에서
동전 몇 개를 집어가는거였더군요.
"..........@@#%%$#"
무척 당황했습니다.
'벌써 부터 도둑질이라니...'
'벌써 돈에 대한 개념을 깨우쳤나?'
씩씩이가 유치원 가고 난 다음 씩씩이엄마한테 얘기했습니다.
"여보, 씩씩이가 동전 몇 개를 호주머니에 몰래 넣어가데..."
씩씩이엄마 역시 무척 놀라더군요.
두 부부가 이런저런 추측도 하고 앞날 걱정도 했더랬습니다.
옆 라인에 사는 같은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좀 껄렁하던데 그 친구랑 어울린 다음부터
애가 그런 나쁜 짓거리를 배웠나보다는 등...
유치원에서 다른 친구들이 돈을 가지고 와서 자랑도 한다던데
그걸 보고 씩씩이도 배웠나보다는 등...
혹시 유치원에서 집에 오는 도중 군것질거리를
사먹고 오는 것은 아닌지...
아뭏튼 한참을 걱정을 했더랬습니다.
심지어는 '무자식이 상팔자'란 말이 맞나 보다는
쓸데 없는 말까지도 했습니다.
한참 뒤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보, 나쁜 버릇은 처음에 확실히 잡아야하니깐
이따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호되게 혼내주도록 해요."
"회초리도 아끼지 말고 사정없이 때려주고..."
"네, 알았어요"
씩씩이가 늦둥이라 저는 잘 때리지를 못하는탓에
씩씩이엄마한테 슬쩍 미뤘습니다.
아뭏튼 우울한 기분으로 출근했습니다.
오후에 씩씩이엄마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 씩씩이한테 뭐 잘못한 일이 없냐고 물었는데."
"응, 그런데?"
"처음에는 없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아침에 유치원 갈 적에 잘못한 일 없냐고 재차 물으니깐
그제서야 실토하던데..."
"그래 왜 가져갔대?"
"으응... 어제 아침에 할머니께서
'씩씩아, 할머니는 돈이 하나도 없다' 그러셔서
씩씩이가 할머니 드릴려고 오백원짜리 하나랑 백원짜리
하나 꺼내가지고 오늘 아침에 할머니 드렸대"
"..........."
"그래도 혼내 주지?"
"으응, 그래서 부모 허락도 없이 돈을 가져갔으니 그래도
혼은 나야한다고 하고 전에 약속한 대로 발바닥을 열 두대 때렸어"
그래도 나쁜 데 쓴 것은 아니라서 마음은 놓였습니다.
곧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했습니다.
"어머니 오늘 아침에 씩씩이가 돈 드렸어요?"
"으응, 어제 장난삼아 할머니는 돈이 하나도 없다고했더니
오늘 아침에 할머니 차비하라고 돈 육백원을 주길래
거기다 백원 더 해서 차비해서 왔단다."
"네..."
"허~"
무척 귀여운 씩씩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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