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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남산을 경유하여 바람좀 쐬고 왔습니다.

........2003.06.09 22:40조회 수 23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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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8일 일요일 업힐 연습하기 좋다는 남산에 다녀 왔습니다.

남산에 업힐하러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미루다가 작심하고 가는터라
일어나자 마자 애마 접돌이를 깔끔하게 몸단장 시키고 약간은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한 낮의 찌는 더위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원효대교를 건너 용산 미군부대 뒷편으로 해서 계속되는 오르막 길을 올라 남산 시민공원의 B코스 산책로 부터 올라 갔습니다.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숨이 많이 헐떡거리는 걸로 봐선 힘들긴 힘든 코스인가 봅니다.

중간에서 포기하기 싫어서 계속 올라 가려고 했는데 산책로에 주차된 차량들과 내려오는 차량들로 인해 업힐하기가 불편했고 또한 힘도 빠진 상태라서 혹시나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세갈래길 지점까지 끌고 올라갔습니다.

힘들게 올라온 터라 덥기도 하고 갈증도 심해서 A코스로 가는 길목에 있는 매점에서 얼음물을 하나 사서 갈증을 해소하려고 하는데 얼음이 왜 그렇게 더디게 녹는 것인지...속에서 열불이 나서 xx xx 하며 중얼거리다  
약간의 녹은 물로 입가심만 하고 터지는 속을 진정 시키며 A코스를 타고 내려가 입구에서 얼음이 녹을때 까지 잠시 쉬었습니다.
A코스의 다운힐은 약간 심심하더군요.물론 경사가 완만해서 그렇겠지만...

쉬고 있으니까 MTB 한 팀이 올라와서 내가 쉬던 곳 옆에서 쉬더군요.
인사를 안하길래 본체만체 하고 앉아 있었는데 이번엔 두명으로 구성된 한 팀이 올라오면서 옆에 있던 팀과 저에게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하고 또 한명은 가볍게 목례를 하더군요.그래서 속으로 "참 인사성 밝은 사람들이구나" 생각하고 답례를 했습니다.얼음 깨먹는데 신경 쓰다보니 자전거 한 대의 윤곽만 어렴풋이 기억 나네요.하드테일이고 하얀 프레임에 SCOTT USA라고 쓰였던데... (혹시 왈바분들 아닌가요? 맞으면 자진 신고해서 광명(?)찾읍시다.^^:)
뭐 어쨌거나 그 두 사람 덕분에 다시 힘이 솟는 것 같았습니다.

두 팀이 올라간 후 "그냥 내려 갈까"하고 생각하다가 A코스의 오르막 길이 완만한것 같아서 다시 올라 가기로 마음 먹고 업힐을 했습니다.
잔차 자체의 구조와 성능에 한계가 있는지라 빠른 속도의 업힐은 안되었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B코스에 비해서 엄청 가볍게 올랐습니다.그리고 B코스로 다운힐을 하는데 상당히 신나더군요.
덕분에 남산에 자주 오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남산을 내려와 명동을 지나는데 문득 한국과 우루과이의 국가 대표팀 친선 축구가 떠오르길래 대형 화면으로 경기를 볼 목적으로 시청쪽으로 갔습니다.
시청 일대가 교통이 통제가 되어서 텅빈 도로를 잠시 동안 누비고 다녔습니다.
어디서 볼까 하고 자리를 찾아다니는데 광장이며 좋은 자리는 이미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서 시청앞 정류장 부근에 있는 조형물 옆에서 편안히 관전했습니다.

한국이 실점하자 뒤쪽편에서 여자 애들이 비명을 지르며 생 난리를 피우더군요.평소에 축구 얘기하면 질색하는 여자들이 많은데 헐헐...
하여튼 요란하게 꾸민 이벤트엔 축구건 뭐건 상관 안하는 게 여자들 심리인 것 같습니다.

배고픔도 참아가며 관전을 하고 있는데 한국이 또 실점을 해서 2;0 이 되자 괜히 봤다고 후회되더군요.그래서 주위의 한숨과 비명소리를 뒤로하고 그 자리를 떴습니다.

숙대 입구에서 저녁을 먹고 원효대교를 지나 집으로 곧장 들어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9시 더군요.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 가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그냥 집에 들어가기는 섭섭하고 해서 이왕 지나는 길이니 한강 변에서 좀 타고 가자고 마음 먹고 평소의 라이딩 코스를 살살 달렸습니다.    

반포 워터월드 주변에서 이리저리 배회하던중 뭔가 시커멓고 큰 것이 뛰어 가길래 유심히 봤는데 헉쓰!!! 개였습니다. 그 덩치 큰 개가 식수대 위에 두 앞발을 걸치고 물을 마시는 거였습니다.수도 벨브까지 한 발로 누르면서 말이죠.
신기해서 가까이 다가가는데 마침 시베리안 허스키를 끌고 가던 사람이 자기 개에게도 물을 먹이기 위해 식수대 가까이 가려는 순간 그 덩치큰 개가 물을 독차지 하려고 허스키가 못먹게 방해하는 거였습니다.

잠시 후 두 마리의 개가 서로 힘 겨루기를 하는데 일반 개에 비해서 그리 작은 몸집도 아닌 허스키가 그 큰 개의 덩치에 밀려 힘도 못쓰고 급기야 겁까지 먹고 이리저리 우왕좌왕 하더군요.주위에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몰려 들어 덩치 큰 개를 보면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저게 개야?","곰 아니야?"하면서 신기해 하며 웃기도 했습니다.

안에 사람이 들어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큰 개였는데 주인에게 물어보니 삽살개라고 하더군요.저도 어릴때 삽살개를 키워 본 적이 있지만 그렇게 크지는 않았거든요.만져보니 물지도 않고 참 유순한 성격의 개처럼 보였습니다.
다시 주인왈 "새끼 때부터 다른 새끼들과는 달리 몸집도 엄청 났고 털 색깔도 달랐고 삽살개 치고는 뭔가 다르다 싶어 60만원 주고 구입했다"고 합니다.
삽살개 였지만 시베리안 허스키 부럽지 않은 그런 개였습니다.잘 기르라는 인사말을 하고 여의도로 돌아 가는데 내심 그 주인이 참 부럽더군요.

여의도에 다다를 즈음 "오늘은 별다른 사고의 목격이나 경험 없이 라이딩을 마치는구나"하고 생각하는 순간 반대 노선의 내리막 길에서 달려 오는 4명의 인라이너중 두명이 넘어졌는데 그중 한명이 바닥에 뒷 머리를 박았습니다.
(순간 최희섭의 사고 장면이 뇌리를 스치더군요)
옆에서 여자 친구가 그 넘어진 남자에게 "그러길래 헬멧을 써야 하는거야"라고 하던데 말하던 여자 포함하여 4사람 모두 헬멧을 안썼습니다.-.-
(인라인 타는 여러분 헬멧 좀 쓰고 다닙시다.잔차맨들도 마찬가지구요.라이딩도중 불안해서 못 보겠습니다.)

그동안 등잔 밑이 어둡다고 남산은 거의 도외시 하고 살았는데 거리도 가깝고 해서 앞으로는 바람쐴겸 연습할겸 자주 갈 예정입니다.

이렇게 오늘 하루 남산 업힐과 재미있는 구경거리 까지 두루 즐긴 아주 즐거운 날이었습니다.(마지막의 사고만 빼구요)

여러분 모두 즐라 안라 하십시오.

-폴딩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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