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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전거

대왕2003.06.11 13:31조회 수 42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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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휴가를 나갔다가 집 앞에 있는 자전거를 보고 누구 거냐고 물었더니, 동생이 “아버지가 보내 주신 거다”라며 말을 흐렸다. 깜짝 놀라 아버지는 한 달 전에 돌아가셨는데,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동생이 말했다.

“아버지가 할머니 집에 가 계신 동안 몰래 사서 부친 게 늦게 도착한 거다.”
그 말에 울컥 눈물이 솟으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왔다. 내가 어릴 적에 아버지는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셨는데, 나는 가끔 아버지 몰래 자전거를 끌고 나가 짧은 다리로 타보려고 애쓰다가 그냥 돌아오곤 했다.

그날도 아버지 몰래 공터로 자전거를 끌고 나가 막 올라탔는데 어쩐 일인지 쓰러지지 않고 앞으로 잘 나아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신이 나서 10여 미터를 몰고 나가다가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뒤돌아본 순간 나는 깜짝 놀라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 아버지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내 자전거 뒤를 잡고 계셨던 것이다. 아버지는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우며 “이제 혼자서도 자전거를 탈 수 있으니 다 컸구나”하며 웃으셨다. 그날 이후 나는 종종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탔는데, 때론 아버지 출근길에 뒷자석에 올라 아버지의 허리를 두 손으로 꼭 감싸 안고 달리기도 했다.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그러던 아버지가 간경화를 앓으시다가 결국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요즘, 아버지가 부쳐 주신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하는 동생이 “형, 추운 겨울이지만 아버지가 함께 계신 것 같아 내 마음은 항상 따뜻하다”라고 웃음 섞인 말로 전화할 때면 나는 말없이 내 자전거 뒤를 잡아 주시던 아버지의 미소 띤 얼굴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좋은 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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