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대학교 새내기 시절 여름방학에 맘맞던 고교 친구들과 자전거 여행을 떠났었습니다. 10만원짜리 중국산 철티비를 각자 자전거 포에서 구입해서(각자 사고보니 다들 제일 싼 물건을 골라서 모델이 전부 같더군요) 짐받침 조립하고
5명서 전국 여행을 떠났습니다.
헬멧, 고글은 커녕 시카고 불즈 모자에 접어올린 얇은 면바지,
텐트, 버너 3개, 코펠, 팔길이만한 펌프 등등 터무니없는 짐들을 서너뭉치씩 메고 다녀서 지금 생각하면 무게가 엄청났지 싶습니다. 핸들 돌릴 때마다 휘청휘청 했으니까요...
동해 5번 국도던가? 그걸 타고 대관령을 넘어가는데
3시간인가 밀고 올라갔었더랍니다. 정말 죽는 줄 알았는데...
내리막이...
와... 그때 다운힐이란 걸 처음 알았습니다. 다운힐서 자전거의 위력도...
꼬불꼬불한 그 2차선 도로길을 거의 브레이크 한번 안잡고 바닥까지 내려왔었답니다(요 밑에 언급된 사고 빼면...). 승용차, 고속버스 모조리 추월해 가며... 코너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되는 자전거는 구불구불한 내리막서는 최강이더군요...
중앙선 침범도 마구 하고 비명지르며 난리를 떨고 내려왔는데
바람소리, 맞바람에 눈도 안떠지고 자전거는 진동으로 앞도 잘 안보이더랩니다(당연히 앞뒤 다 리지드 바이크). 그때 속도가 지금 생각하면 60을 넘지 않았나 싶어요...
아주 미쳤었답니다 ... 등과 자전거에 20키로가 넘는 짐을 메고... 철티비 브레이크로 제동하면 아마 제동거리 100미터는 족히 나올 겁니다.
실은 이 때 제가 중앙선 침범을 하다가 맞은 차선서 갑자기 등장한 차와 맞닥드렸는데요, 거리가 200미터 정도? 순간적으로 제 삶이 눈앞에 사악~ 스쳐가더군요. 시간이 느려지면서... 죽는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그냥 포기하게 되더군요... 머리속으로 지금 브레이크를 잡으면 넘어져서 차 밑으로 깔릴 거다 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차안의 운전자의 놀란 표정이 보일 거리까지 와서야 브레이크를 획 잡아 버렸습니다(제 뒤에서 오던 친구도 그 표정을 봤다던데 나 오늘 사람 죽이는구나... 라는 표정이었더랩니다). 자전거가 양쪽으로 미친듯이 흔들리는 걸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힘을 줘서 오른쪽으로 획 틀어서 언덕사면쪽으로 45도각도로 누운 상태로 쭉 미끄러지면서 자전거를 세웠습니다... 아무 일도 업었던 것처럼... (근데 앞샥 있었으면 아마 앞으로 고꾸라져서 죽었을지도...)
지금도 그때 그 순간들 생각나네요. 저 자전거 탄다고 하면 친구들이 같이 안놀려고 합니다. 그때 그꼴 보고 말이죠...
결국 일주일 남짓 여행을 했는데 이 자전거 림 찌그러지고, 페달 깨지고 브레이크선 끊어지고 마지막으로 뒷드레일러가 내려앉아서 기차 타고 상경할 때 버리고 왔습니다.
ㅎㅎ 그 이후로 철티비 2개 더 해 먹고 결국
이 왈바에서 비싼 자전거 구입해서...
또 하나 해 먹고 ㅎㅎㅎ
재밌게 타고 있습니다.
자전거 정말 재밌어요.
게다가 중요한 건 이젠 이 동호회를 통해 안전수칙을 배운다는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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