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동안 출퇴근 그것도 비오거나 하면 그냥 놔두기만 하면서
주말만 기다렸어요.
게다가 어제 토요일은 애인님께서 영화보자고 하셔서 올드보이 보느라
못탔구요.
드디어 일요일. 야! 일요일이다.;
너무 피곤했는지 깨어보니 10시. 밍기적밍기적 12시쯤 자전거를 끌고나왔죠.
언감생심 산은 꿈도 못꾸고 그저 한강 자전거도로나 타면서 경치구경을
할 요량으로 나왔습니다.
어디로 갈까나. 분당으로 가볼까. 일산으로 가볼까. 중랑천으로 가볼까.
제가 이촌동에 사는데요. 생각해보니 반포대교보다 더 동쪽으로는 가본적이
없더라구요(아 물론 강북쪽에서요. 강남에서는 올림픽대교까지는 가봤지만).
그래. 중랑천으로 가보는거야. ^^;
절대 25km/h는 넘지 말아야지. 굳은 결심을 하고 출발했어요.
한강 자전거길은 확실히 강남쪽이 훨 길이 좋더라구요. 뭐 그래도 포장도로니
널널하게 갔습니다. 출근시간엔 늘 시간에 쫓겨 제대로 구경 못한 경치도
보고.. 맞은편에서 오시는 분들께 고개숙여 인사도 하고..
거의 모든 분들께서 받아주시더라구요. ^^
즐거운 맘으로 중랑천길로 가는데 아니 이게 왠 자갈길인가.
아야아야아야아야 X나튄다. 어이구 미끄러지네; 헤헤 그래도 재밌다.
중간에 벤치 있으면 세우고 쉬고 물마시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고
담배 한대 피고;;
근데 어떤 아저씨께서 제 자전거를 보시더니
"이거 어디꺼냐.."
"후지꺼다.."
"후지라면 신동아 쇼핑 지하에 있는거냐.."
"맞다.. 이사갔다.."
"내 아들이 그러는데 후지는 성능에 비해 너무 비싸게 받는다더라.."
"나도 그런 소문 들었다.. 근데 나한텐 아주 만족스럽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약간 막무가내셨음.) 부품을 이것저것 싼것만
골라서 단다더라.."
"뭐 그렇게 말씀하셔도 나는 만족한다.."
(존칭 생략. 타이핑 귀차니즘의 압박)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어요. 우에에;;;; 나만 좋으면 됐지!! 흥!
그래두 다시 안장위에 오르니 기분이 좋아지데요. 홍홍홍.
좀 가다보니 그동네 태권도장인가에서 아이들이 쫙 나와서 연습하는거
구경하니 참 재미있더군요.
잠깐 세우고 구경하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자기 아들 자전거 안장이
휙휙 돌아간다고 도와달라고 하시던데;;;;
속으론,
'저기 아주머니;; 저 이 자전거 타기 시작한지 3주;;됐는데요;;;;'
아마 허접 스포츠선글라스랑 핼멧때문에 잘 알거라 생각하셨던 듯.
삽질해가며 안장 안돌아가게 조여드렸어요.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설렁설렁 달리다보니 중랑교 아래까지 갔는데요 문득 '아 여기서 나가면
내 모교(한예종)가 나오는구낫!!' 하는 생각에 샥 빠져나가서 그리운 모교에
가봤더니..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입시때문에 외부인 출입금지. 11월 23일 오후 6시까지.
ㅆ댕;;;;
힝힝거리면서 추운 잔디밭에 쭈그리고 앉아 자판기 커피 한잔.
아아 맛있다. 음. 학교 커피맛이 그대로니 학교에 별일 없나보군.;;;; ㅡ,.ㅡ;
더 늦기전에 나와야지. 땀 식으면 더 추울꺼야. 안그래도 옷 얇은데....
(제가 오늘 좀 얇게 입긴 했어요. 후지바이크에서 5만원 주고 산 얇은 국산
청회색 아무 무늬없는 저지에 그냥 회색 봄잠바, 펄이즈미 회색 배기팬츠.
그리고 나이키 망사운동화!쿠궁!! 발은 참 시원;;하더군요. ㅡ,.ㅡ;)
그래도 달리다보니 몸이 훈훈해지는데 갑자기 뱃속이 허~해지면서 꼬르륵.
아 마따. 오늘 아침도 안먹고 나왔구나;;;;
중랑교 근처 엘지주유손가. 그 옆에 편의점 들어가서 샌드위치랑 커피마시면서
몸을 녹이고 있는데 옆자리에 아부지와 아들이 들어와서 사발면 먹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또 사발면 생각이 간절;;;;
사발면까지 먹고나니 이젠 배가 불러서 움직이기가 싫어지더라구요;;;;
'에이 그냥 친구 불러서 차에 싣고 갈까;;;; 에이 뭐, 난 초본데 뭐 초본데 홍홍
이정도 온것도 대견;;한거야.'라고 생각하며 부를 친구를 생각해보니 아무도
없;;;;;;;(ㅜ,.ㅜ 대인관계 빵점.)
다시 자전거타고 오던길 돌아서 왔어요. 오는중에 날이 저물어서 썬글라스
벗고 남대문 군용물품시장에서 산 미군 공업용;; 고글 갈아끼고 핸들에
빤짝이 켜고 뒤에 깜빡이 켜고 또 룰루랄라 갔지요.
도중에 예의 그 자갈길 내리막에서 우다다다 내려오는데 이 길이 급한
우회전 코너였는데 어흑; 주와악 미끄러지면서 '아 이거 넘어져? 말어?'
그러다 살짝 자빠링. 안장 코에 떵꺼 가격. 아 X나 아파;;;;;;;; 본사람 없지?
아 쪽팔려;;;;
흠흠;;;;
그후에 더욱더 조심조심. 안그래도 길 잘 가다가 한번씩 넘어지는 특이체질인
관계로.... 남들보다 배는 더 조심해야되거든요 제가;
동작대교랑 한강대교 사이에 있는 매점에 들러 또 커피 한캔 사서 마시는데
아주머니께서 이런저런 얘기를 거시는 통에 한동안 서서 얘기했는데....
"몇살이냐.."
"26이다..(실은 29;;;; ^^)"
"언제 결혼했냐..(응????)"
"사;;사개월 전;;;;(아니; 이아주머니가;; 저 아직 미혼이라구요! 상처받았음.)"
"애는 언제 놀꺼냐.."
"계획없다..(대충 거짓말;;로 수습했어야 했는데 괜히 이말했다가 5분 더
설교들었음)"
블라블라블라
(역시나 존칭생략. 역시나 귀차니즘.)
딱 집에 들어와서 자전거 들여놓고 거울을 힐끗 보니 얼굴이 씨뻘개진
놈이 머리는 뭉개져서 헤헤거리면서 웃고있더군요.
아, X나 재밌다. 담주에 또 타야지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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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초보의 다짐.
1. 확실히 엠티비라는게 일반자전거보다는 속도가 빠르잖아요? 그래서
이따금씩 다른분들 추월할땐 되도록이면 딸랑이를 자제하려고 하구요.
대신 "실례합니다.", "먼저 가겠습니다."라고 인사하려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아직 잘 안되더군요. 더욱 노력해야겠음.
2. 마주오시는 분들께 인사하는데 이게 고개만 까닥거려선 저쪽에서 알아채시지
못할 경우가 있잖아요. 전 위험을 무릅쓰고;;;; 고개를 팍 꺽어서 인사드리려고
늘 명심해두고 있지만 이것 역시 좀더 노력을....
저쪽에서 받아주시면 그게 또 상당히 기분이 좋아지는.... ^^;
3. 힝힝. 다른사람 자전거 흠잡지 맙시다아아아. 아까 살짝 상처받았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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