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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 도난에 대한 긴 한풀이

이상발2004.02.04 11:39조회 수 66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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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사는 이상발이라고 합니다.

잔차를 도난당했습니다.

도난 일시 : 2004년 1월 31일 오후 1시 30분 부터 2004년 2월 4일 오전 7시 사이로 추정

도난 장소 : 우리 집 (아파트) 비상계단

도난 자전거 : 2002년식 삼천리 넥스트 3300(철티비) 개조 많이 되었음.

특  징 :  
   1) 소위 말하는 "풀샥"임
   2) 안장은 프로코렉스 완성차에 기본으로 달려 나오는 안장을 이식하였음.
   3) 핸들바의 바엔드는 제거된 상태로 일자바임.  
   4) 체인은 아세라급 체인이고, 체인링크 장착되어 있음.
   5) 일반 철티비에 달려있는, 앞에 헤드셋 부근의 반사판이 없음.
   6) 타이어가 흔히 보는 1.95가 아니고, 2.1정도로 보이는 무지막지한 것임
       (평지에서 레이싱하면 속도 잘 안남)
   7) 앞뒤 휠셋 모두 QR 레버 장착되어 있음.
   8) 프레임의 왼쪽과 오른쪽 모두에 2003년에 제작 배포된 왈바 스티커(노란색 바탕과 투명바탕 스티커) 붙어 있음.
   9) 페달은, 지금은 거의 잘 안 쓰는 토우 클립 페달임.
  10) 자전거 스탠드 없음.
  11) 앞의 좌측(자전거 라이더가 안장에 앉아서 봤을 때) 포크에 초록색 청테이프를 덕지덕지 감아놓았다가 떼어 낸 테이프 자국이 지저분하게 있음.
  11) 앞 뒤로 흙받이 없음.
  12) 기본 완성차에는 핸들그립과 그립쉬프트 기어 뭉치 사이에 얇은 필름막이 있는데, 여러 차례 분해 하면서 필름막을 버렸음.
  13) 그립쉬프트가 핸들에서 아래 위로 움직이지 말라고 고정하는것은, 완성차는 아주 작은 육각볼트로 되어 있는데, 제 차는 여러차례 조립하면서, 아주 작은 십자 나사로 바뀌어 있음.

범인 윤곽을 잡기 위한 기본 추리 내용

  1) 범인은 자전거 전문 털이범은 아닐 것이다.
     --> 비상계단에서 20여 미터 (우리 아파트는 복도식입니다) 떨어진 우리집 정문 앞 복도에는 프로코렉스 자전거 두 대가 나란히 있습니다. 안 가져갔더군요. 평소 열쇠를 안 채웁니다. 믿고 사는 우리사회를 만들자는 변명이었지요.  

  2) 범인은 폐 자전거나 고철 등을 주워 가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 없어진 자전거와 나란히 아들 녀석의 자전거가 있었습니다. 다만 아들 녀석의 것은 앞 뒤 타이어 바람이 빠져 있습니다. 또한 그 바로 옆에는 뒷 타이어 바람 빠지고, 안장이 없고, 핸들 테이프가 너덜너덜 해진 저의 오래된 싸이클 랠리도 있었는데, 그냥 잘 있습니다.

   3) 범인은 자전거를 탈 목적으로 가져 간 듯 하고, 덩치가 큰 중학생이거나 혹은 고등학생이지 않을까 싶다.
   --> 아들 녀석의 자전거는 바람은 빠졌을 망정, 모양으로는 없어진 자전거보다 더 새 것입니다. 그런데 바퀴 사이즈가 작습니다. 즉 24인치 짜리입니다.  

앞으로의 수사(?) 계획
   1) 초동수사가 중요하다.
      --> 발생현장이 13층 이므로 자전거 이동은 엘리베이터로 했을 것입니다. 그 무거운 철티비로 13층에서부터 계단으로 이동하지는 못했을 것이고, 말만 풀샥인 자전거로 계단 다운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당연히 엘리베이터에 실었을 것인데, 엘리베이터 내에 달린 감시 카메라가 녹화되는 것인지 확인하고, 경비실에서 비디오를 재생해 볼 것입니다.

   2) 탐문 수사의 단계
      --> 자전거를 계속 타려고 하면, 아마도 자전거 스탠드를 장착하러 잔차 포에 들렸거나 혹은 들릴 것입니다. 자전거 수배 전단을 만들어 인근의 잔차 포에 돌리고 협조를 요청해 놓을 계획입니다. 그냥 타려고 하면 페달도 좀 불편하겠죠.  

   3) 경계 근무의 강화
      --> 짬 나는대로 인근의 학원가, 중고등학교 어귀, 인근의 공원 등지를 찾아봐야겠습니다. 와일드바이크의 노란 스티커가 달린 잔차가 눈에 띄면 좋겠지만, 주도면밀한 범인이라면 스티커를 떼느라 고생했을 것이고, 지저분한 스티커 자국이 있을 수 있고, 햇빛의 작용으로 스티커 붙인 자국의 색 바램 정도가 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왜 이 자전거에 목숨을 거나?

이 자전거는 매너리즘에 빠져들려고 하는 30대 초반의 아저씨가 삶의 활력을 찾기 위해 거금 13만원을 주고 구입한 자전거 입니다.  이 자전거를 통해서 잔차 세계를 접하게 되었고, 이 자전거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자전거로 서울도 몇번씩이나 다녀오고, 이 자전거를 타고 와일드바이크의 번개에도 따라 붙어, 유명산도 다녀 오고, 이 자전거로 강원도 수재 현장에도 돌아 다녔습니다. 마룻바닥 넘치도록 이 자전거를 다 분해했었고, 자전거 정비의 기초는 다 이 자전거를 통해서 익혔습니다.
이 자전거 한대로 나 뿐만 아니라 내 아들과 아들의 아들까지 잘 타고, 자전거 박물관에 기증하고자 했던 자전거입니다.

이 자전거를 꼭 찾아야 합니다.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혹여 여러분들도 오며 가며 이상한 잔차 보이거든 꼭 알려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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