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싶어 안달이 났습니다만 주변에 산이라곤 없으니
사막에 사는 수영선수 신세라고 해야 하나요.
그나마 집에서 10여분 타고 나가면 버려진 황무지가 있는데 워난 여건이 험난하여
맘 놓고 자전거 타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곳을 터전으로 삼고 사는 빈민들이 있는데, 별도 화장실이 없다 보니 여기저기 지뢰 투성이 입니다.
호젓한 길을 찾다가는 일보는 사람과 맞부닥트리게 되고, 서로 민망한 상황을 피할 수 없게됩니다.
그래도 더 놀래는 쪽은 낯선 라이더 입니다. 그사람들은 오히려 태연합니다.
오늘은 아주머니를 운 좋게 멀리서 발견하고 돌아섰는데, 아 글쎄 이분이 일보다 일어서서
저를 향해 고함을 지르는게 아니겠습니까? 언듯 돌아보니 엉덩도 추스리지 않고 말입니다ㅋㅋ
이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버리는 음식이나 인분을 먹고 사는 돼지들이 가관입니다.
물웅덩이라도 하나 있을라 치면, 온통 난리판이지요. 어떤 녀석들은 황소만한게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지요.
봄철에 낳은 새끼들이 이제는 제법 자라서 낯선 라이더와 경주를 벌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우유를 짜기 위해 방목해 놓은 소들은 순하게 오솔길 한켠으로 비켜주는 센스라도 있지만 이놈의 돼지들은
도대체 양보고 뭐고 없습니다. 험상궂게 생긴 개들도 눈에 띄지만 그다지 위협이 되지는 않습니다.
한가지 신기한 것은 이곳에 사는 모든 동물들이 순하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워낙 살아 있는 생물을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니 이들의 유전자 속에 '사람은 무섭다'라는 정보가 각인되어
있지 않은 탓이겠지요. 제가 고용한 운전사는 차안에 파리가 들어와도 절대 죽이지 않더군요. 창을 내려 놓고
손으로 살랑살랑 몰아냅니다.
하긴 짐승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순한거 같습니다. 제가 워낙 호기심이 많다보니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빈민촌에서 만나는 사람들 눈이 참 선하게 생겼습니다. 이방인에게
적대적인 표정을 보이지도 않고, 또 특별한 관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작 "라이더"(아마 취미로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저 혼자일 것이 분명하므로 단수를 사용합니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가시나무 가지들입니다. 처음 뭣모르고 라이딩 하다가 순식간에 6-7군데
평크난 적이 있지요. 사막에서 자라는 가시나무 때문이지요. 죽정이가 떨어져 있거나, 사람들이 땔감으로 잘라낸
가지들이 길에 널부러져 있지요. 라이딩 하다가도 나무가지가 보이면 어떻게 해서는 피하고, 정 급한 경우에는
점프라도 해서 뛰어 넘어야 합니다. 타고 넘다간 거의 어김없이 펑크를 면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사람똥, 소똥, 돼지똥, 개똥을 밟지 절대 가시나무 안됩니다.
워낙 지형이 단순하다 보니 라이딩하는 재미도 밋밋합니다. 그래서 조그만 언덕이나 바위가 있으면 일부러
넘기도 하고 점프 연습도 하지요. 오늘 오후 대들보처럼 길게 솟아난 바위를 타고 넘는데 '카앙' 체인링 긁히는
소리가 나더군요. 톱니 하나가 1/3가량 부러졌더군요. 다른 하나는 팁이 약간 깨진 정도이고.
서울에 있을 때 12만원이나 달라기에 교환을 포기하고 1,2번 링만 교체 했는데, 오늘 드디어 일을 내고야 말았습니다.
3번 링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프네요. 객지생활 하면서 유일한 낙이 자전거 타는 일이었는데..
제대로 된 자전거 샾 하나 없어서 혹여 부품 하나 고장날까봐 애지중지 하면 탓는데.....
집에 돌아와선샤워하면서 비누칠을 두세번 합니다. 그래도 몸에서 냄새가 나는 듯 합니다.
정겨운 우리나라 산이 그리워 집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