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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임도 산책-뜻밖의 동행

靑竹2009.09.09 18:21조회 수 813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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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좀 열심히 타서 체력이 좀 붙은 듯한 느낌이 든 것은 자만이었던가? 다리 근육이 뭉친 듯 뻐근하고 허리며 어깨며 온통 쑤시는 게 노곤하기만 하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뭉친 몸도 풀 겸해서 장흥임도나 산책삼아 한 바퀴 돌아오려고 집을 나섰다.

 

한낮의 열기는 아직 따갑지만 그래도 그늘에 들면 제법 서늘한 것이 몰래 다가와 숨어 있는 가을 기운이 부쩍 느껴진다. 아주 천천히 차도를 따라 달려 흥복산 아래 도착하니 반갑다. 예전엔 죽자사자 열심히 다니던 곳인데 한동안 들리지 않았다. 여러 산들을 다녀 보았지만 사실 자전거로 산행을 하다 보면 대개의 느낌들은 대동소이한 편이다. 그런 점에서 집에서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2년여 동안 내게 별 이유없이 소외받은 흥복산이며 장흥임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1단 기어를 넣고 아주 천천히 사색을 즐기며 가는 듯 안 가는 듯 오르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정상을 넘어 속도가 붙는 자전거에 제동을 걸었다. 안그래도 푸른 장흥 저수지에 주위의 짙푸른 녹음까지 담아서 우려내니 더할 수 없이 푸르고 맑게 보였다. 철조망으로 보호되어 있는 탓인지 오리들이 경계심을 풀고 한가롭게 헤엄을 치고 있었다.

 

길가의 논들에선 벼이삭이 제법 영글어가고 있다. 벼포기 사이에 피를 비롯한 잡초들이 무성하다. 어려서 본 논에선 저렇게까지 잡초들이 자라게 놔두는 걸 보지 못했는데 아마 요즘은 예전과 달리 일손들이 부족할 것이고 아니면 자신들이 직접 먹을 무공해 쌀을 위하여 일부러 저렇게 방치하며 욕심을 버리고 큰 수확을 기대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조그만 동네를 지나 장흥입도 초입의 작은 개울을 건너서 둔덕을 오르다  그만 미끄러지며 넘어지고 말았다. '에효, 졸음운전 탓인가?' 워낙 일순간이라 클릿페달을 분리하지 못해 제대로 넘어져 팔꿈치도 까지고 대퇴부쪽을 땅에 강하게 찧고 말았다. 그런데 그 순간 보는 사람이 당연히 없어야 할 외진 곳에서 기척이 들린다. "어? 괜찮으세요?"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서른쯤 되었을 법한 젊은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뒤따라오고 있었나 보다. (으이구~ 다 봤겠구나)

 

"어딜 가십니까?"고 물었더니 장흥임도를 가려는데 길을 모른단다. "마침 나도 거길 가는 길이니 말동무나 합시다"하며 동행이 되었다. "산책삼아 가는 것이니 천천히 가도 원망은 마시구랴" 했더니 "저도 그게 좋습니다. 어차피 경험도 별로라 힘들게 타지도 못합니다" 하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장흥임도길을 같이 동행하자니 그친구 내내 경치에 감탄을 연발한다. 사실 맞다. 보물은 항상 가까이에 있지만 사람들은 대개 멀리서 그 보물을 찾는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의 장흥임도에 올 때마다 나도 늘 감탄하는 경치이니 말이다.

 

내친 김에 b코스마저 탔다. 격하게 오르고 내리면 쉬 지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주 천천히 라이딩을 하니 당최 별 거리감이 느껴지질 않는다. 그런데 좀 늦게 나온 생각을 미처 못하고 너무 여유를 부렸는지 내려오다 보니 온통 어둑어둑한 게 시야가 가린다. 산아래로 내려오니 석양이 제법 남아 꽤 밝은데 확실히 숲의 저녁은 이르다.

 

"빨리 다녀가시려다 저에게 걸려 너무 오래 지체하신 건 아니신가요?하고 물었더니 "아닙니다. 정말 재미있게 탔네요. 조용하게 산책을 즐기시려다 제가 오히려 방해를 드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며 되레 미안한 표정이다. 오늘은 뜻밖의 동행이 생겨 덕분에 입이 심심치 않았다. 그렇지 않았으면 풀벌레 소리와 바람소리와 새들이 우는 소리를 듣고 자연과 소리없는 대화를 주고받았으리라. 여름이 천천히 가고 있었다.

 

-홀릭님께 힘과 용기를-

뒤늦게 홀릭님 글을 읽었습니다.

 

 

자전거가 좋다

 

 

 

 

▽싱글을 타다가 넘어지면서 오래된 배낭 주머니가 심통을 내는 통에 숲으로 날아가버린 디카가 없으니 풍경을 담을 일이 없어 가끔 아쉬운 생각이 들어 요즘 눈독을 들이는 놈인데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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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제 수원 하늘2탄 (by 노란자전거) [사진] 어제 수원 하늘 (by 노란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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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
  • 청죽님, 어째 모델 이름이 영~ 거시기 하네요 ^^ 쥐*?

    똑딱이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니 패스~

     

    한가로운 임도라이딩 해 본 지 정말 오래되었네요. 부럽습니다.

     

  • 바보이반님께
    靑竹글쓴이
    2009.9.9 18:49 댓글추천 0비추천 0

    g가 그 쥐는 아니겠지요.ㅎㅎ

    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일이면 다 좋더군요.

     

  • 서른쯤 되었을 법한 젊은 친구가 갑자기 부럽습니다

    식물은 큰 나무밑에 있으면 죽지만 사람은 큰 사람밑에 있으면 더 크는 걸 알기에...^.^

    그나저나 다치신 곳은 괜찮으신지요

    항상 건강하게 자전거생활 오래오래 하세요

     

  • sarang1207님께
    靑竹글쓴이
    2009.9.9 19:15 댓글추천 0비추천 0

    다리와 팔에 멍이 좀 들었고 만지면 조금 아픈 외엔 괜찮은 것 같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님도 언제나 즐거운 자전거생활 즐기십시오.

  • 저...홍복산....

    예전 청죽님이..뭣도 잘 모르는 절 꼬드겨서(??) 데불고 올라가는데....

    비틀비틀...에고 힘들어서 잔차에서 내릴라 치면....

    "여긴...의정부..아줌씨들...잔차 배우면...처음으로 오는 코스인데....." 하고 옆에서 자존심 살살 긁고..

    오기로 오르다가..오기고 뭐고..더 이상 힘들어 다시 내릴라 치면....

    "조오기~~만 돌면..정상인디....."

    하고...다시 살살 어루고...하여....(근데..그 넘의 조오기~~ 정상은....왜 자꾸 돌기만 하는지...쩝!!! )

    그렇게 오른 그곳을 ..나중에 혼자 한번 가보려...갔었는데....

    어디가 어딘지....그땐..그저 청죽님 잔차 뒷바퀴만 보고 가느라....미처 길도 못봐 두었습니다...

    그렇다고 저보고 오라고 하진 마세요!! 이젠 그나마 다리에 기운 없어....

    홍복산은 커녕....의정부까지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 풀민이님께
    靑竹글쓴이
    2009.9.9 22:00 댓글추천 0비추천 0

    풀민님 요즘 자전거 꾸준히 안 타셨나 봅니다.

    살살 타시더라도 꾸준히는 타 주셔야 하는데요.

     

  • 눈팅만 하다가 올만에 흔적 남기고 갑니다.

    반가운분들이 다 모였네요. ㅋㅎㅎㅎ

  • 우현님께
    靑竹글쓴이
    2009.9.9 22:01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ㅎ 눈팅은 하셨었군요.

    뜸한 분들 대개가 눈팅은 하시겠지만요.

    오랜만입니다. 별고 없으셨죠?

  • G10 쵝오!!
  • hds0077님께
    靑竹글쓴이
    2009.9.9 22:01 댓글추천 0비추천 0

    카메라에 대한 지식이 꽝이라 인터넷에 올라온 리뷰들을 보며

    비교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똑딱이는 삼성표 VLUU가...ㅋㅋㅋ일딴 싸니깐.

     

    비암리 임도랑 장흥 임도랑 다른 곳인가요? 입구가 어딘지 정보 좀 알려주셔요.

  • 십자수님께
    靑竹글쓴이
    2009.9.9 22:13 댓글추천 0비추천 0

    비암리 임도와는 거리가 좀 있지요.

    의정부 공설운동장 옆 입석마을을 지나면 흥복산 입구가 나오는데 콘크리트 도로입니다. 

    반대편엔 아스팔트 포장이죠. 흥복산을 넘어서면 논도 있는 조그만 마을이 나오는데

    왼편으로 가로질러 올라가면 임도 입구 즉, 동네 끝에 조그만 개울을 건넙니다.

    그 길로 계속 올라가면 개울이 하나 더 나오는데 바로 돌텡이 길이 나오지요.

    돌텡이길을 따라 십부능선까지 오르면 '4거리'라고 부르는 곳이 나오죠.

    거길 직진하셔서 내려가셔서 우측으로 가시면 장흥임도고 왼쪽편으로 가시면

    크라운제과의 사유 건물들로 막혀 있습니다. (어째 길치라 설명도 횡설수설...)

     

    카메라 장만하면 사진을 찍어서 올릴게요.

  • 그 젊은(?) 친구가 저였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저역시 듭니다.

    집이라도 가까우면 청죽님 나서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슬며시 다가가선 우연인 양  따라붙어서

    임도의 여유로운 라이딩을 맛볼 수 있으련만....(집이 서울하고도 강동구라서)

    혹여 임도 산책 계획이 있으시면(원래 청죽님이야 계획을 세우고 가시진 않는 것을 잘 알지만)

    불러 주실런지 희박한 희망도 품어봅니다.

  • 竹山님께
    靑竹글쓴이
    2009.9.11 00:09 댓글추천 0비추천 0

    헛..죽산님.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무신 말씀이십니까? ㅎㅎㅎ

    오랜만에 뵙네요. 요즘 곰솔님 일행들과 자주 타지 않으십니까?

     

  • 靑竹님께

    네! 주말이면 일당(?)들과 가끔 탑니다만, 하도 싱글트랙을 좋아들해서

    제겐 좀 벅찹니다.

  • 竹山님께
    靑竹글쓴이
    2009.9.11 11:40 댓글추천 0비추천 0

    장개를 갔으면 이젠 더블을 타야지 여태 싱글을 타다니요.(엥?)

    언제 가까운 임도나 한 번 가시지요.

  • 그 젊은(?) 친구가 저였으면 좋게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헤헤헤

    다음에 좋은 코스 함 부탁 저역시 드립니다. 의정부까지 가다가  퍼지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언젠가는 불러 주시리라 믿습니다...^^

  • 그리고 청죽님 넘어지는 비법좀 알려주세요...전 넘어지고 엉딩이를 찌어서리 허리가 아픈데

    어찌 넘어지셔도 안전하게 멍만이 드시나요...알켜주세요...역시 클릿의 세계는 힘든거 같아요...

  • 선인님께
    靑竹글쓴이
    2009.9.11 00:12 댓글추천 0비추천 0

    좌우간 속초도 단번에 다녀오시는 양반이 엄살이 너무 심하십니다.

    저야말로 배터리가 다 됐슈. ㅎㅎ 클릿에 영 적응하기 힘드시면

    산행 때 만이라도 평페달로 하시지요.

    저도 클릿페달을 쓰고는 있지만 평페달을 하고 산에 가면

    오르막에서 힘은 좀 들지만 속박에서 벗어난 듯 한결 자유스러움을 느낍니다.

  • 아침에 꿈을 그대로 옮기느라
    글을 읽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계시고
    그렇게 동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요즘 가까운 곳만 다니고 있는데
    전엔 자연스럽게 오르내리던 곳이
    지금은 왜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갈비뼈를 다쳤는데
    부러지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왜 그리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 구름선비님께
    靑竹글쓴이
    2009.9.11 00:13 댓글추천 0비추천 0

    다치셨었군요.

    언젠가 찾아뵐 날이 오겠지요.

    사실 남양주는 가까운 거리인데요.ㅎ~

    조심조심 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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