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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한 철티비

靑竹2009.09.11 16:54조회 수 1035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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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을 기르는 데 있어 근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지구력이다.  도로라이딩을 오래 하다 보면 이 지구력은 꾸준히 느는 느낌인데 근력의 향상은 산에 다닐 때가 확실히 더 효과가 있다. 도로에서도 물론 충분한 힘을 사용하면 가능하겠지만 산책객들이 많은 요즘의 자전거도로 사정이 어디 그리 내달리기에 만만하던가?  그래서 요즘은 도로와 산을 번갈아 탄다.

 

천보산 약수터까지 올랐다가 마흔쯤 되어 보이는 사나이를 만났는데 삼천리 철티비를 끌고 약수터 위까지 올라갔다가 다운힐하면서 내려오던  도중 전복되면서 넘어졌단다. 많이 다치진 않았는가 물었더니 두어 군데 타박상 외엔 괜찮단다. 그런데 자전거를 요모조모 살펴 보니 휠셋이 휘어 타이어가 프레임에 걸린다. 뒷드레일러를 좀 봐 주고 나니 그럭저럭 내려갈 정도는 됐다.

 

"좌우간 힘이 장사십니다."

 

"네. 탄 지 몇 주 안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잘 타십니까?"

 

"자전거 타기 전에 등산을 워낙 오래 해서 체력이 됐나 봅니다."

 

 

생활자전를 끌고 올라온 이 씩씩한 사나이에게 제대로 된 엠티비를 운운하는 일은  자칫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 될 지 몰라 조심스럽다. 그래도 산에 다니시려면 안전을 위해서라도 튼튼한 엠티비 한 대 장만하십사고 간접적으로 권했다. 걱정과는 달리 엠티비를 타는 친구 꼬임에 빠져 타게 된 분이란다. 그렇다면 굳이 누가 옆에서 권하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구입할 확률이 높다. 벤치에 앉아 주머니칼을 꺼내 햇밤을 까서 드시던 할머니께서 아직 밤나무 아래서 밤을 터시는 할아버지를 부르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어따~ 할머니, 그러시다 할아버지 주눅드시겄소."

 

"응, 영감이 몸이 안 좋아. 내가 간신히 데리고 다닌다우."

 

"보기 좋네요. 그래도 저렇게 올라오셔서 밤도 따시고..ㅎㅎ

밤 한 톨 주십시오. 올해는 아직 햇밤의 맛을 못 보았네요."

 

"이거 아직 안 익은 건데?"

 

때절은 몸뻬 주머니를 뒤져 손주새깽이에게 용돈을 주시는 할머니 손길처럼 주머니를 뒤적이시더니 밤 한 톨을 내미시는데 정말 퍼런 풋밤이다. 꼼지락거리며 손으로 껍질을 벗기는데 풋밤이라서 그런지 쉽게 벗겨진다. 입안에 닣고 오도독 씹었다. 풋내음이 입안 가득히 퍼지면서 밤알갱이에 내내 모았을 지난 계절들의 정수가 입안에서 터진다. 정말 고소하고 향긋하다.

 

나이가 쉰하나면 난 아직 젊은가?

이런 계절의 변화를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겪을까?

갑장님과 약속하길 7순이 되기까지 산에 다니자고 약속했다.

 

산에서 바라보는 석양에 잠긴 조그만 도시의 모습이

어딘지모르게 조금은 쓸쓸해 보이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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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이 아빠님 (by oldboy) 씰런트 주입방법? (by rampk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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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청죽님이 좋다  ^^

     

     

     

  • 바보이반님께
    靑竹글쓴이
    2009.9.11 20:18 댓글추천 0비추천 0
    ㅋㅋㅋ 바보이반님도..^^
  • 정이 묻어나는 이야기는 읽는 사람의 마음에도 그것을 전염시키는 거 같습니다.
  • 토마토님께
    靑竹글쓴이
    2009.9.11 20:22 댓글추천 0비추천 0

    요 밑의 토마토님 글에서 '세상에 잡초는 없다'라고 하셨는데

    남들이 잡초라고 부르는 이름모를 풀들을 좋아하는 저는 

    그 글을 읽고 매우 감탄했더랬습니다.ㅎ~

     

    필시 농작물의 성장을 해치는 바람에 죄없는 풀들에 

    '잡'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었겠지만 

    농사를 모르는 이들도 동등한 자연의 산물에까지 신분을 매기는 우를 범하기도 하지요. 

     

    나중에 토마토님께 사진에 관한 지식을 묻느라 귀찮게 해 드릴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동안 청죽님의 이 달콤한 글을 보고 싶었습니다...

    어딜 그래 오래 다녀오셨습니까요...

  • 인자요산님께
    靑竹글쓴이
    2009.9.11 20:27 댓글추천 0비추천 0

    (이거 내가 글을 쓰다가 설탕을 흘렸나?)

    한동안 자전거를 타는 일마저 심드렁해지더군요.ㅎㅎ

    아무리 그래도 왈바에서 눈팅은 했었는데 그 눈팅도 안 되더군요.

    그러다 어느날 자전거타는 사람들이 무척 보고 싶어지더군요.

    인자요산님도 그 중의 한 분이시지요.ㅎㅎ

     

     

  • 한 번도 뵙지는 못했지만 靑竹님처럼...

    靑竹님글에서 이외수님이 연상되는 것은 저만의 생각인가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자전거타실겁니다

  • 앗~~ 사랑님 어떻게 청죽님의 외모를 바로 추측해 내십니까?

    호오~~~!

    추측대로 청죽님 스떨이 이외수님 을 뺐습니다.

     

    머리 길지 콧수염 기르셨지... ㅋㅋㅋ 청죽님도 이외수님처럼 목간 안 하시는 건 아니죠? 머리도 잘 감으시죠?

     

    청죽님 인자요산님 제가 강릉 가서 직접 뵜는데 정말 아이디처럼 맑고 순수하고 뭐 그렇습니다.

     

    인자요산님 물회 먿어무따고 아부 떠는 건 아닙니다. 가을쯤에 속초투어 또 한번 갈껀데 그 때 들르겠습니다.

     

    물론 미리 연락도 해야겠지요. 이번엔 그 물회 제가 사겠습니다.

     

    아마도 그 때는 말 네마리 한꺼번에 갈 확률이 큽니다. 아시죠?    쭈, 키, 건

  • 십자수님께
    靑竹글쓴이
    2009.9.12 00:54 댓글추천 0비추천 0

    뭐 목간이야 설과 중추절이면 빼먹지 않고 꼬박 하는 편이니

    자주 하는 거라고 봐야겠고...인자요산님의 성품이야 그분의 글로 이미 파악했습니다.

    정말 좋은 분 같아요. 그리고 사랑님은 어쩌시자고 저같은 필부를  이외수 같은 훌륭한 분께

    비하십니까? ㅎㅎㅎ

  • 십자수님께

    왈.바에 계신 분들중에 정말 찾아뵙고 싶은분들이 계십니다

    여러 핑계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 하고 있지만...

    그저 찾아뵙고 그 분들이 주고 받으시는 대화 옆에서 듣고만 있어도

    많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거라 여겨집니다

    언젠가는 그런 행복한 날이 올 걸 알기에 지금도 행복합니다  

     

     

     

  • 사랑님과 khim님 뵈러 날잡아 울산에도 내려가 봐야겠군요. ㅋㅋㅋ

     

    말 네마리 수다 떨기 시작하면 시끄러울겝니다.

  • 십자수님께

    네^.^ 오시면 다른 건 몰라도 영화나 공연 식사는 책임지겠습니다

    아이고 수다라니요

    인생경험 경청할 수있는 기회인데 감사하죠

  • 청죽님의 글도 좋고 항상 남을 배려하시는 마음도 좋고...항상 정이 넘치시는 분이기데 더욱더 좋고...

    캬 모두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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